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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정호 Jul 27. 2024

허무하게 보낸 새벽 시간

 어제저녁 조금 일찍 잠이 들었다고 오늘 아침 4시에 눈이 떠진다. 노트북에서는 아직 유튜브 화면에서 옛날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노트북의 시계를 보니 6시가 다가오고 있어 상쾌한 기분으로 일어나 화장실을 갔다가 가만히 생각하니 여기 시간은 4시이다. 그제야 창밖의 푸미산을 보니 깜깜하다. 노트북의 한국시각에 순간 속은 것이다. 순간 다시 이불속으로 들어갈까를 고민하다 사찰을 보고 나니 객기가 생겼다. '스님들은 이미 일어나 참선을 하시거나 예배를 하시고 계시겠구나'라는 생각에 이불을 바로 개기 시작했다. 

숙소에서 내려다본 사찰들의 모습

 사실 계획 없이 일찍 일어나다 보니 막상 할 게 없는 듯했다. 친구가 한국에서 다년간 후 이불을 안 빤 것 같아 이불과 베개를 세탁기에 집어넣고는 다시 노트북을 틀었다. 다시 유튜브를 보고 있는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아 시원한 새벽 공기를 맞으며, 숙소 주변의 경관들을 보았다. 

 아침에 큰 형님과 골프 연습장에 가기로 했기 때문에 클럽을 가지고 매장으로 나가야 하는데 너무 일러 택시도 없을 듯하다. 그렇다고 클럽을 들고 도보로 매장까지 갈 수도 없는 일이고. 자리에 앉아 이런저런 생각에 시간이 흘러가 주기만을 기다리는 바보 같은 짓을 했다. 

 '스님들은 저렇게 일찍 일어나서 하루를 시작하시면 낮에 오침을 하실까?'

 '저녁에 일찍 취침에 드시니 그러면 중생보다 더 짧은 시간을 사시는 것이니 그렇지는 않으시겠지?' 등의 허튼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2시간 정도를 허비한 듯하다. 아쉬운 시간들이었다. 그래도 소득이 있다면 이불 두 개를 따로 빨래를 해 놓고 널어놓고 나올 수 있었다는 것뿐. 매장에 도착하니 6시다. 자료들을 좀 찾아보고 정리를 하다 보니 벌써 눈꺼풀이 무겁다. 2시간 먼저 일어났다고. 


 새벽에 일찍 일어나서 생활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자주 하곤 했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더니, 계획 없이 깨고 보니 허무하게 보낸 시간이 아깝다. '차라리 더 잘걸'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이젠 일찍 일어나면 무엇을 해야 할지 계획을 세워놓는 게 좋을 것 같다. 추가로 얻을 수 있는 2시간. 


 무얼 해야 할지 생각할 수 있게 만들어 준 시원하고 아름다운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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