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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정호 Jul 29. 2024

어릴 적 트라우마 스위치 켜진 순간

 오후에 매장으로 나오려다 신축 공사장 옆에 폭우에 임시로 만들어진 연못에서 놀고 있는 어린이들의 모습을 발견하였다. 평화롭고 너무 이쁜 아이들의 모습이다. 하지만 난 뛰어들어가 아이들을 데리고 나오거나 소리를 쳐서라도 나오라고 하고 싶었다. 

도심 공사장 옆 연못에서 놀고 있는 어린이들

 아주 어렸을 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아버님이 근무하시던 수원 비행장 아파트 관사의 앞에는 이런 연못이 있었다. 지금 이 사진과 거의 동일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느 날 아이들과 같이 저런 연못에 수영을 하러 간 것인지, 저 아이들처럼 손 장난을 하러 간 것인지 기억이 나지는 않는다. 그런데 지금도 머릿속에 명확하게 보이는 장면은 풀을 헤치고 저 연못으로 가는 도중 바로 내 발 앞에 커다란 뱀이 가로질러 가는 것이다. 지금도 그 뱀은 영화에나 나오는 아나콘다처럼 크게 느껴진다.

 이 세상에서 나는 뱀이 제일 무섭고 징그럽고 보기도 싫다. 그 녀석의 눈과 혓바닥, 비늘이 너무 무섭다. 베트남에 살면서 그것을 제일 무서워하기도 했다. 신도시라고 하는 푸미흥도 바로 강을 끼고 있고, 주택 주변에 공원들이 많아 다닐 때도 뱀이 있을까 봐 조마조마했었던 것이 사실이다. 

 롱탄 골프장 필드와 그늘집의 처마에서 두 번 코브라 새끼들을 보고 놀란 적이 있다. 그래도 주택 주변에선 뱀을 본 적이 없어 다행이라 생각하고 살고 있었는데 며칠 전 밤에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아파트 앞 도로를 지나가는 뱀을 보고는 기겁을 했다.  

아파트 앞 도로에 나타난 뱀

 트라우마가 무섭긴 무서운 것인가 보다. 풀이 조금만 있는 곳이면 그때의 기억이 되살아나기 때문이다. 위의 저 사진을 보면서 어렸을 때의 내 경험의 그 장면과 똑같았다. 


 아이들에게 다가가는 것도 무서웠고, 내가 소리를 쳐봐야 '뭔 소리를 하는 거야!'라고 이상한 취급을 할 것이라는 생각에 그저 길을 걸으며 아이들을 멀리서 쳐다보기만 했다. 안전하길 바라며. 


 이제는 풀밭을 걸어 다니기 힘들 듯하다. 공원 주변도 눈치를 보면서 걸어야 할 듯하니...

 역시 베트남은 베트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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