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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정호 Jul 29. 2024

40% 개새끼, 50% 씹새끼

자기 복은 자기가 만드는 것을...

 코로나 사태 때 있었던 일에 대한 일기를 우연히 보게 되었다. 


 코로나 사태가 심각해, 심신이 약해지는 사람들을 종종 보게 된다. 하루는 윗 층 사장님과 약주를 하면서 상황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었는데 사장님은 한 분이 또 오시기로 했다고 한다. 그분이 집안으로 들어오시는데 보니, 우리 공감 매장에도 종종 얼굴을 비치시던 분이었다. 자그마한 공장의 공장장이다.


 그분은 자리에 앉으시자마자 “더 이상 여기서 못 살겠다”며 "정부에서 어떻게 관리를 해서 이 사달이 나냐?"며 한국으로 돌아가야겠다고 하신다. 당신은 부하 직원 중에 한 명이 지난주에 한국으로 돌아갔는데 당신이 여기저기 묻고 온몸으로 뛰어다녀서 겨우 한국행 비행기에 그를 실어 보낼 수 있었다며, 당신이 아니었으면 지금도 아마 여기 붙잡혀 있을 것이라며 자랑을 늘어놓았다. ‘그래 어렵게 직원을 한국에 보내게 해 주셨다니 자랑하실만하네’라고 듣고 있는데 갑자기 이제는 자기가 가야 하는데 호찌민의 공항까지 갈 수 있는 방법을 아는 사람을 찾아 달라고 요청을 하시는 것이었다. 지난번에 당신이 만들어서 부하 직원을 보냈는데 왜 당신은 못 한다는 것인지 처음엔 이해가 가지 않았다.

 

 위층 사장님의 말로는 이번 주부터 격리와 방역 규칙이 강화되어 호찌민으로 가는 것이 더 어려워졌기 때문에 이번엔 정말 어려울 수도 있다고 한다. 지인들 중에 호찌민으로 갈 수 있는 방법을 알려 줄 수 있는 사람을 소개해 달라고 하시면서 “OO회사의 놈들은 지금도 하루에 몇 명씩 차례로 들어가고 있는데, 그 새끼들은 지들끼리 알아서 방법을 써서 들어가는데……”라며 자기가 분을 삭이지 못하는 모양새였다. 내가 알기론 그 OO회사가 전에 우리 매장에서 약주를 하실 때 같이 있었던 직원들의 회사 중에 하나였다. 그래서 내가 그분들에게 방법을 물어보면 되지 않겠냐고 여쭙자, “그 새끼들은 절대 안 가르쳐 줘. 지들끼리만 해 먹지”라고 하신다. 처음엔 ‘베트남 탈출 방법 찾기’로 시작된 화제가 OO회사 직원들에 대한 욕으로 변해 가고 있었다. “그 놈들 중 40%가 개새끼들이고 50%는 씹새끼들이야”라며 위층 사장님마저도 호응하고 있었다.

 

 그 회사의 하청을 받아 일을 하면서 회사를 꾸려 나가는 분과 그 회사의 직원들을 손님으로 맞아 식당을 운영하시는 두 사장님들이 이런 말들을 하는 것을 들으면서 한 편으론 ‘그 회사가 문제가 있는가 보다’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한 편으론 ‘두 사람 모두 고객을 고객으로 생각하지 않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싫은 사람들을 상대로 일을 해야 하고 음식을 제공해야 하니 얼굴을 대할 때마다 얼마나 힘들었을까?’라는 애처로움까지 들었다. 자기가 온몸으로 뛰어 부하 직원은 보냈는데 자기는 갈 길이 막막하다며 자기만 못 갈까 봐 울화통이 터져 못 살겠다며 다시 한번 내게 호찌민으로 갈 수 있는 방법을 알 수 있는 사람을 찾으면 알려 달라고 하신다. 그러시면서 한 마디를 덧 붙인다. “당신들 둘도 100% 찾지 못할 것이야”라고. 

 

 어제도 한 기업의 부장이 직원이 호찌민 탄션녓 공항을 통해 한국에 들어가야 하는데 개인택시를 구하기가 어렵다고 소개를 부탁한 적이 있어, 아는 미니호텔 사장님을 소개해 드렸고 그렇게 무사히 한국으로 출국하셨다는 말씀을 오늘 들은 상태였다. 하지만 나는 입을 꾹 담을 수밖에 없었다. 이 분을 소개해 주면 그 호텔 사장으로부터도 무슨 소리를 들을지 모르고, 이 분한테는 어떤 심한 말을 들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90%가 나쁜 놈들이면 10%나 되는 다른 착한 사람들이 있는데 그 사람들에게 물어볼 생각도 하지 않는 분’에게 어떠한 행동도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앞셨다.

 

 얼마 후 그분은 한국에 귀국하셨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스스로 모든 난관을 헤쳐서 돌아가셨겠구나’라는 생각이 드니, 비행기 좌석에 앉아 ‘속으로 얼마나 다른 사람 핑계와 욕을 하시면서 귀국길에 올랐을까?’라는 생각이 들어 애처롭기까지 하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서로 공감해 주고 상대방의 처지를 이해해 주려고 노력하며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생각과 ‘위기가 기회이다’라는 생각을 하면서 매장을 지키고 고객 한 분 한 분을 맞이해야겠다. ‘이 한 분 한 분이 얼마나 힘들게 지금의 시간을 이겨나가고 있지 않는가’


 생각해 보면 '모든 세상의 도움과 행운은 자신의 마음과 입, 행동이 만드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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