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hong sao(컴사오=괜찮아요)”
베트남 사람이 하는 말 중에 가장 듣기 싫은 말 중에 하나는 “Khong sao(컴사오=괜찮아요)”일 것이다. 베트남 사람들이 자기를 보호하기 위해 만든 단어인 듯하다. 베트남 현지 직원들과 생활을 한 횟수가 16년이 되었다. 많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베트남 현지인들에게 하나도 변하지 않은 점을 말한다면, 과실과 문제에 대해 은폐하고 발견되어도 침묵으로 일관하며 개선을 생각할 의지를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04화 베트남 대표말, 컴사오(괜찮아요) (brunch.co.kr)
점심시간대가 지나면 잠시 숙소에 들어가 샤워를 하고 휴식을 취하다가 저녁에 다시 매장에 나가곤 한다. 방금 잠이 들었나 싶은데 고객에게서 전화가 왔다. 돈치킨에 배달주문을 메시지로 보냈는데 답변이 없어서 전화를 주셨다 한다. 매장에 메시지를 보냈다. 패밀리 세트 하나와 불고기 돌솥비빔밥, 그리고 샐러드를 추가해서 배달하라는 내용이었다. 메시지를 보내고 다시 잠을 청했는데 얼마나 지났을까? 고객에게서 다시 연락이 왔다. 돌솥비빔밥을 추가로 주문한 것이 빠졌다는 것이다. 매장에 있는 매니저에게 전화를 해서 돌솥비빔밥 하나를 빨리 추가해서 보내드리라고 하고 나니 잠이 다 깨어 버렸다. “고객님과 통화를 하면서 메시지를 보냈는데 직원이 실수를 했네요”라고 말씀드렸고, 그분도 “베트남 애들은 왜 그럴까요?” 라며 웃으며 끊으신다.
매장으로 나갔다. 매니저에게 분명히 세트에 비빔밥 추가하라 했는데 왜 또 빠뜨렸냐고 물었다. 기대했던 사과 대신에 황당한 답변이 날아왔다. 패밀리 세트 안에 돌솥비빔밥이 포함되어 있어서 고객이 두 개나 시킬 리도 없고, 두 개면 양이 너무 많을 것 같았기 때문에 내가 메시지를 잘못 보낸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예전 같았으면 소리도 지르고 난리를 쳤겠지만 이젠 무뎌졌을까? 너무 황당해서 힘이 빠져 버렸다고 하는 게 맞을 듯하다. 주문은 고객이 결정하는 것이고, 이상하면 먼저 물어봐야 하는 게 맞지 않냐고 하자, 그제야 “그건 미안하다”라고 하면서도 마지막에 '그래도 자기 생각은 틀린 것 같지는 않다'라고 한다.
우리 매장 직원들이나 공사를 하러 온 사람들에게 어떤 지시를 했을 때, 내가 의도했던 것과 달리 결과가 나오는 경우는 수도 없이 발생했고, 그것을 지적하면 자기 생각이 어쩌고저쩌고 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이다.
인테리어 공사 시 LED 전등을 한 줄에 5개씩 설치하라고 지시했는데 나중에 와서 보니 4개씩밖에 설치를 안 되어 있었다. "왜 지시한 대로 설치를 하지 않았냐?"라고 묻자 자기 생각에는 5개면 너무 밝을 것 같아 4개씩만 설치했다는 것이다. 그리고는 “Khong sao(컴사오=괜찮아요)”라고 말하며, 4개면 충분하다면서 헤헤 웃는 모습에 속이 부글부글 끓어오른다.
공감 매장의 오픈 시간은 8시다. 하루는 직원이 늦게 출근을 했길래 혼을 내려 “왜 늦었냐?”라고 묻자 오늘은 월요일이라 아침에 손님이 없을 거라 늦게 왔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것이었다. 베트남 사람들이 잘못을 절대 시인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는 하지만, 그것을 피하기 위해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대거나, 진짜 자기 생각에 따라 멋대로 행동해 버리는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수시로 발생하는 것이다.
손님이 어묵탕을 시켰는데 어묵이 없다고 매니저가 뛰어 왔다. 어묵을 건네주면서 순간 의심이 들었다. '주방에 있는 매니저였으면 원재료가 어디 있는 것도 알고, 어떻게 요리하는 지도 알 텐데...' 주방 직원이 어묵탕을 만들기 위해 물을 끓이고 있는데 물이 한 바닥이었다. 물이 얼마 들어갔냐고 묻자 두 국자라고 한다. 누가 봐도 아닌데 그렇다고 우긴다. 두 국자를 퍼 내 바닥에 쏟아 버렸다. 그래도 그만큼의 물이 남아 있었다. "너 지금 나한테 거짓말하는 거야! 거짓말하지 말라고 했잖아!"라고 소리쳤다. "매뉴얼 대로 하라고 했잖아. 그리고 지금 또 나한테 거짓말하고 있잖아!"라고 소리치자 피식 웃으며 "이해한다. 알았다"라고 하는 게 아닌가!
주말에 매장에 가니, 아는 한국분께서 식사를 하고 계셨다. 서로 안부를 묻고 쇼핑몰을 돌아보고 매장으로 들어가려는데 마침 그 손님이 식사를 마치고 돌아가는 중이었다. 그분의 뒤에서 "감사합니다"하고 인사를 드리자, 가던 길을 돌아와 내게 근무자가 문제가 있으니 교육을 시켜 달라고 당부를 하시는 것이었다. 무슨 일인지를 여쭙자, 직원이 은행이 카드업무가 안되어 카드 사용이 불가하다고 했는데, 지난번에도 카드 사용을 못 했다고 화를 내니 이번엔 어디선가 카드 용지를 가져와 카드로 계산을 해주었다는 것이다. 카드 설치에 많은 곤욕을 치르기는 했지만 카드연결 이후에는 카드 사용불가가 된 적이 없었고, 이런 문제를 보고받은 적이 없었기 때문에 상황을 파악하고, 직원교육을 시키겠다고 말씀드리고, 사장님과 헤어져 매장으로 들어왔다.
매니저와 POS 업무를 하는 직원에게 "지금 고객이 화를 내고 가셨는데 무슨 일이 있는 것인가?"라고 묻자 곧바로 POS업무를 하는 직원이 "오늘 은행업무가 문제가 생겨 카드 사용을 못할 것 같다"라고 답한다. "그럼 조금 전 손님에겐 어떻게 카드로 결제를 해 드렸냐?"라고 묻자 그제야 카드 발급 용지가 없어서 발급을 못 해 드린 것이고, 그분이 화를 많이 내셔서 사무실에 남아 있는 영수지를 찾아와 결재를 해드렸다고 대답하는 것이다.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가!
"그게 왜 은행업무가 문제가 생긴 거야! 우리가 카드 용지를 준비하지 못해서 발생한 문제이니 우리가 잘못한 거지!"라고 말을 하니 그제야 "죄송합니다"라며 꼬리를 내린다. 그때 옆에 있던 매니저가 나의 화를 더 돋운다. "오늘은 은행이 영업을 하지 않으니 카드 용지를 구할 수 없고, 고객에게 카드결제를 할 수 없다"라며 마치 '은행이 영업을 안 해서 문제'라는 식으로 직원을 두둔하는 것이었다. "당신이 관리자면, 그전에 영수지를 준비해 놓아야 하는 게 당신의 임무인데 무슨 핑계를 되는 거야!"라고 하자 입을 꾹 다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베트남에서 일상이 되어 있는 문제에 대한 은폐, 그리고 침묵이 계속되는 한, 베트남의 발전을 기대하기란 어려울 듯하다. 베트남 사람에게 책임감을 인식시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까? 어쩌면 저렇게 자기 방어 본능이 강할 수 있을까? 어찌 보면 자기 잘못을 남의 잘못으로 전환시키지 않은 것 만으로 감사해야 하지 않을까? 등의 여러 생각이 겹치면서 다시 한번 베트남 사람들을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몸에 배어 있는 자기 보호 본능을 갖고 행동하는 사람들의 행동에, '내가 너무 섣불리 판단하고 대응하는 것은 또 다른 공격의 빌미를 제공하는 것은 아닌지?'라는 불안감마저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