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직장과 업무에 대한 인식

가정을 위한 방편일 뿐.

by 한정호

1. 업무시간은 철저히

아침 7시가 되어 도로에 나가보면 출근을 하는 직장인들의 오토바이 행렬에 다시 한 번 놀란다. '이렇게 일찍부터 회사에 출근하여 업무 준비를 하는구나'라고 생각하면 오해이다.

출근시간보다 먼저 회사에 도착하여 모닝커피를 마시며 업무 준비를 하고 상사가 들어오면 맞이 인사를 하는 광경은 거의 볼 수 없다. 상사가 먼저 출근하는 것을 보더라도 업무시간이 되지 않았으면 밖에서 자기가 마시던 커피를 마시며 동료나 지인들과 노닥이다가 업무시간이 되어서야 사무실로 들어와 자리에 앉는다.

아침 미팅.png 회사앞에서 식사를 하거나 커피를 마시며 업무시간을 기다리는 모습

베트남 사람들에게 직장은 가족을 위한 급여를 만들어주는 하나의 수단일 뿐이다. 출근시간에 늦지 않기 위해 집에서 출발은 일찍 할 수는 있겠지만, 회사 앞에 도착하여 주차를 시켜 놓고는 자신의 시간을 즐긴다. 커피에 일찍 온 동료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출근시간이 되기를 기다리고 그 시각에 맞춰 정확히 사무실로 들어간다. 그 때부터 업무를 위한 준비를 하는 것이다.

일찍 출근하여 회사 앞 거리카페에서 찐한 오리지널 베트남 커피를 마시며 직원들과 사적인 이야기로 하루를 시작한 적이 있었다. '운치 있다고 해야 하나? 마음의 여유가 있다고나 할까?'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업무와는 상관이 전혀 없슴은 분명하다.


2. 가족을 위해 회사를 다니는 것이지, 회사를 위해 직장을 다니는 것이 아니다.

필자가 한국에서 직장을 다닐 때만 해도 상사가 오후나 퇴근전에 “오늘 회식합시다” 그러면 바로 결정이 되고 대부분이 모여 회식을 즐기곤 했었다. (하지만 요즘은 한국에서도 절대 그러면 안 되고, 특히 직장내 성희롱 등에 대한 규제나 처벌이 무서워 거의 회식은 하지도 않고 하더라도 며칠 전 고지후 대부분 1차에서 마무리한다고 들었다)

하루는 직장에 좋은 일이 생겨, 저녁에 주재원들이 회식을 하기로 했는데 갑자기 법인장님이 ‘오늘은 현지 직원들도 참석할 수 있게 하자’고 하셨다. 회식 사실을 직원들에게 알렸는데 몇 몇은 입을 뽀르퉁 하면서 “오늘 회식을 오늘 알려 주는 게 어디 있냐”며 불만을 표시했고, 결국 반 이상의 직원이 그 날 회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법인장님도 급히 만들어진 자리이기 때문에 참석자가 적은 것에 대해서 아무런 말씀이 없었지만 난 사실 조금 서운했었다. ‘자기들 수고했다고 감사해하며 만든 자리인데 이렇게 성의를 무시하다니!...’

어찌 되었건 회식은 시작되었는데 중간에 직원의 가족들이 우르르 우리 회식 자리에 들어와 앉는 것이었다. 다른 현지 직원들은 아주 당연하다는 식으로 그들을 맞았고 그렇게 두 직원의 가족들이 그 날의 회식을 즐겼다. 그 날 부하 직원으로부터 알게 된 것은 보통 베트남 회사에서 회식을 공지하고 모이게 되면 가족들이 오는 것은 일상이라고 했다. ‘회사 직원들 회식에 가족들이 참석한다?’ 의아스러웠지만 직원의 말을 들어보니 일면 이해는 가는 것 같았다.


직원들은 가족을 위해 회사를 다니는 것이지, 회사를 위해 직장을 다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베트남 사람들에게 직장은 가족 생계를 위해 돈을 벌게 해 주는 수단일 뿐이며, 그렇기 때문에 근무시간이 끝나면 그 시각 이후로는 직장과는 별개의 삶을 살 권리가 있는 것이고, 가정을 위해 써야 할 시간이라는 것이다.

즉 회식은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빼앗는 것이다. 그래서 사전에 통보를 해서 조율이 되어야 한다는것이다. 또한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을 빼앗는 것이므로 회식에 가족들이 참여해서 즐기는 것은 당연한 권리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런 생각이 전체적으로 통용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가족과 가정을 우선시 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의 직장에 대한 관념을 다시 한 번 돌아 보는 계기가 되었다. 실제로 저녁 음식점에서 회사원들끼리만 술을 마시는 분들을 보면 90% 이상은 한국인들인 것 같다.


3. 직장은 편한 것이 장땡

직장에서 가끔 직원들이 가족적인 분위기에서 일을 하고, 서로 열심히들 챙겨주고 아껴주는 것 같아 보기 좋다고 생각이 들곤 한다. 하지만 실제 베트남 직원들의 마음안을 들여다 보면 한숨이 먼저 나온다.

사장이나 직장 상사가 '아껴주고 배려해 준다는 것을 아는 것일까?' 아니면 고스란히 그것을 '이용해 먹으려는 것일까?' 아직도 이 두 가지 답안 중에 하나를 고르라고 한다면 열에 아홉은 '이용해 먹으려는 것'을 고를 것 같다.

딸과 같은 나이의 매장 매니저는 아침 일찍 한국의 전문대학과 같은 학원을 다니고 있다. 아침 7시부터 10시까지 평일 수업이 있다. 그래서 그 직원에겐 오후 근무를 맡기기 시작했다. 교육비도 만만치 않아 매달 목표달성과 추가 달성분에 대한 인센티브 등을 제공하면서 새롭게 시작하는 회사를 같이 만들어 나가자고 격려를 하였다. 두 달 정도가 되었을까? 매니저가 자기가 아르바이트처럼 12시에 출근해서 8시에 퇴근을 하면 안 되겠냐고 물었다. 기가 찼다. 하지만 넌 관리자이니 적어도 오픈이나 다운 작업 중 하나는 해야 한다고 하니, 업무가 벅차서 일을 못하겠다고 한다. 그리곤 근무시간에 자리에 앉아 시간이 가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내가 있는 경우에만 어쩔 수 없이 움직이는 척 하지만 누구에 눈에도 보이는 게으름 그 자체이다.

자기가 매니저라는 생각을 버린 것이다. 그저 회사에서 배려해 주니 그렇게 편하게 살면 그만인 것이다.


직원들을 배려해서 조금 풀어주면 그게 당연한 것으로 변해 버리고, 뭔가를 해 주면 다음 부터는 그것이 꼭 해야만 하는 것이 되어 버린다. 잘못을 저질렀을 때 지적을 하지 않았다면, 다음에 그런 문제가 발생해 혼을 내면 '전에도 그렇게 했는데 아무 말이 없었는데 왜 이 번엔 이게 문제가 되는가!'라는 식으로 당당해져 있다.


4. 근무시간은 곧 월급

공감 매장 앞에 매대를 세워 한쪽에선 떡볶이, 순대, 오뎅을 팔고, 다른 한 쪽에선 붕어빵을 팔기로 했다. 그런데 붕어빵을 팔기로 하셨던 사장님이 판매시작 하루 전날 밤에 교통사고가 발생하여 며칠간 판매시점을 늦추게 되었다는 통보가 왔다. '사람 안전이 먼저이지'라고 생각하고, 걱정 마시고 사고처리 잘 하시고 오셔서 판매를 시작하시자는 메시지를 보내 드렸다.

그런데 그 날 밤 붕어빵을 판매하는 직원이 나타났다. 속으로 '사장님은 안 오시더라도 직원이 혼자서 판매를 시작하기로 했나?' 싶어 나도 약속을 한 떡복이 판매를 위한 집기 등을 준비하였다. 그런데 직원은 원재료도 꺼내지 않고 그저 그 자리에 앉아 모바일만 보고 있는 것이었다. 내가 다가가 물어보았다. "오늘 판매를 하기 시작하는 것이예요?"라고 물으니 웃으면서 판매는 하지 않는다고 한다. "사장님한테 판매가 며칠 연기되었다고 말씀을 들었는데 그럼 왜 나와 있는 것이냐?"고 물으니 또 그저 웃으며 붕어빵 홍보를 하려고 앉아 있는 것이라고 한다. 기가 막힌다. 판매 시점도 확정이 안 되었고 홍보할 상품도 없는데 뭘 홍보하겠다는 거냐고 묻자 그저 웃기만 할 뿐 .... 그렇게 공감 매장이 문을 닫는 시간까지 앉아 있다가 집으로 돌아간다. 내가 준비한 떡볶이, 순대 등은 판매를 하지 않고 행차 매장의 고객분들께 시식용으로 제공하고 정리를 했다.

KakaoTalk_20240318_180021207.jpg 원재료도 없이 앉아 시간을 떼우고 있는 직원
KakaoTalk_20240318_180021207_01.jpg 떡복이, 순대, 오뎅 판매가 준비 완료된 상황

베트남 직원이 나와 자리를 지킨 이유를 안다. 매장에 나와 자리를 지켰으니 급여를 받는 근거를 만드는 것이리라. 사장이 사고가 나서 문제가 나던 말던 그건 내 문제가 아니다. 장사를 하던 말건 그것도 나 책임이 아니다. 손님들이 와서 뭘 파는 것이냐고? 지금 안 팔면 언제 팔기 시작하냐고 물어도 "그건 아직 몰라요"라고 대답해 버리면 그만인 것이다. 난 자리를 지켰고 난 급여만 받으면 그만이니까! 그리고 '얼마나 일에 충실하고 열정적인가! 일이 없어도 자리를 지키는 든든한 직원 아닌가!'


5.근무시간 단축은 보너스. 연장근무는 확실히!!

오전에 공감 매장에 나왔다가 점심시간이 지나면 숙소에 들어가 잠시 쉬었다가 저녁 근무시간에 다시 매장으로 나온다. 어느 때는 약속한 시간 보다 훨씬 일찍 나오기도 하는데 그 때는 사실 고객들이 거의 없는 시간대이다. 그래서 직원에게 내가 왔으니 오늘은 일찍 들어가도 된다고 하곤 한다. 그런데 처음에는 그 직원이 괜찮다며 머뭇거리며 자기 근무시간을 지키고 나서 퇴근을 하는 것이었다. 한 두 번 또 그런 상황이 발생했는데 일찍 퇴근을 한 후, 월급을 줄 때 급여를 확인하고는 안심을 한 듯 하다. 일찍 가도 된다고 했을 때, '일찍 가면 그 시간 만큼 그 시간급을 차감하지 않을까?' 라는 걱정이 있었는데 원래 스케줄대로 급여를 주니 그제서야 일찍 보내준 게 배려라는 것을 안 모양이다.

행차 매장은 저녁 10시까지가 영업시간이다. 평상시엔 9시 30분이 지나면 더 이상의 고객은 없다고 볼 수 있다. 저녁 9시 30분이 지나 손님이 없는 것이 확인되면 직원들에게 매장정리를 하고 퇴근을 하라고 지시를 한다. 눈 깜작 할 사이에 준비를 마치고 매장에는 불이 꺼진다. 처음 몇 번 다시 매장에 들어가 보니, 에어컨이나 선풍기가 켜져 있기도 하고, 고객들이 드신 식기들이 정리되지 않은 채 문을 닫고 가버린 경우가 있어 경고를 주었다. 이런 식으로 정리하고 갈 거면 무조건 10시까지 퇴근 없이 정리를 하라고. 경고 이후에야 일찍 퇴근을 하더라도 매장 정리는 확실히 하는 듯 하다.

그렇게 한 달에 20일 정도는 20분 이상은 일찍 퇴근을 한다. 고객도 없는데 집도 멀고 오토바이를 타고 퇴근을 하여야 하는 직원 배려 차원에서 그렇게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한 달에 3~4번 손님들이 담소와 약주를 하시면서 10시가 넘도록 자리를 지키시는 경우가 있다. 그런 경우에는 반드시 30분이라도 추가 근무시간이 올라 온다. 물론 당연한 것이고 주어야 하는 것이지만 씁쓸한 마음을 느끼는 건 어쩔 수 없다.

시간급을 받는 알바생들에겐 근무시간이 가장 중요한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정규직 직원도 추가시간을 올리는 것을 보면, 한 편으론 배려는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고 자신의 배려는 없는 사람들인가? 라는 생각이 들면 내 배려도 줄어드는 것이 아닌가 싶어 아쉽다.

시간 약속을 제대로 지키는 것을 거의 보기 힘든 베트남에서, 근무시간 약속에 철저한 모습이 낯설다.


"정 주지 말고 일정한 거리를 두어야 한다" 선배들의 말씀을 들으면서도 '베트남에서 이들과 같이 살고 성공하려면 그래도 내가 편하기 위해서라도 내가 마음을 열고 정을 줘야 하지 않을까?'라고 다짐했던 마음이 순간 순간 깨져 나가는 것이 진정 베트남 사람들 현실인 듯 하다. 우리와 직장에 대한 이해가 다른 부분을 인정해야만 서로가 이해하고 같이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keyword
이전 06화베트남 사람들의 자기 보호 본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