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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정호 Aug 01. 2024

베트남 가라오케가 많은 슬픈 이유

 베트남 사람들은 한국만큼이나 노래를 좋아하는 듯하다. 아니 어쩌면 더 좋아하는 듯하다.

 저녁의 길거리를 가다 보면 어디선가 마이크를 틀어 놓고 노래를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얼마 전에는 인근의 마사지집 직원들이 매장 앞에 스피커를 연결해 놓고 춤과 노래를 즐기며 신나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몇몇 여성은 테이블에 올라가 몸도 흔들고 있었다. 매장 앞에서 직원들끼리 노래방 잔치가 벌어진 것이다. 사실 베트남 사람들은 노래는 정말 사랑하고 즐겨하지만 한국처럼 현란하고 역동적으로 춤을 추는 것은 거의 보지 못했다. 정말 흥에 겨운 모양이다. 

책상 위에 올라가 춤과 노래를 부르며 즐기는 직원들

 직원들을 데리고 노래방을 몇 번 간 적 있지만 그곳에서도 대부분은 역시 노래에 집중이었다. 여자는 더더욱.

Phu My의 대형 노래방중 하나. 직원이 노래를 부르고 있다

 직원들과 같이 가서 노래를 들어주고 나도 한 곡조를 뽑아 분위기를 맞춰 주었지만, 우리 한국인들이 가는 노래방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 물론 이곳 노래방에도 여자를 부르면 여자들이 들어와 같이 술도 마시고 춤도 추고 하지만 그것은 돈을 벌기 위한 접대이지 자기들의 노래방 문화는 아닌 것이다.  

 

 10여 년 전,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되었나? 하노이에서 근무할 때 밤거리의 간판들을 보면 가라오케와 마사지가 제일 많았던 것 같다. 외국인이 자주 가던 지역이건, 현지인들 위주로 사는 지역이건. 그런데 그 이유를 생각해 보니 마음 아픈 것이었다. 경제가 발전하지 못해 공장에 취직을 한 노동자가 아니면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많지 않은 것이다. 직장을 갖지 못한 여성들은 노래방이나 마사지 또는 사우나에서 일용직 노동자로 출근하여 몸으로 때우며 돈을 버는 것이다. 

 

 외국인이 자주 찾는 가라오케의 아가씨들은 얼굴이나 몸매가 수준급이다(물론 비율상으로. 키는 제외) 그들 중에는 지방에서 온 사람들이 많은데 얼굴이 조금 이쁘다 하면 보수가 높은 곳으로 이동해 오는 것이다. 골프장의 캐디들에 대한 이야기도 많았다. 얼굴, 몸매가 좀 괜찮은 캐디들은 몇 개월 지나가보면 보이질 않는데 그중 많은 비중으로 가라오케로 옮겨 갔다는 말도 들었다.  

 

 베트남 사람들이 노래를 좋아해서, 예의가 없어서 밤늦게까지 스피커를 켜 놓고 노래를 부른다는 기사도 본 적이 있다. 길거리에 어렵지 않게 노래방이 눈에 띄는 것을 보면 정말 베트남 사람들이 노래를 좋아하는 건 사실인 것 같다. 

 경제가 좀 더 발전해서 위에서 언급한 가슴 아픈 사연은 줄어들고, 모두가 행복해하며 즐길 수 있는 노래방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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