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현재 찜통
매주 월요일 아침, 어머님과 통화를 한다. 아버님은 건강하신지, 집안에 별 일을 없는 지를 한 주에 한 번 확인하는 것이다. 인터넷 기사에서 한국이 요즘 찜통더위하는 글을 보고 상황이 어떠신지를 여쭈어 보니, 요즘은 찜통이라 밖에 나가실 엄두가 나지 않으신다고 하신다. 베트남은 어떠냐고? 여기도 이렇게 더운데 베트남은 오죽하겠냐며 도리어 내 걱정을 하신다.
여기는 이제 비가 오는 우기가 되어서 살만하다고 말씀을 드리니, 못 미더워하시는 눈치이다. 일부러 걱정하지 않게 인사치레로 하는 답변으로 생각하시는 것 같다.
사실 매일 한 두 차례 내리는 소나기는 외국인이 나로서는 축복과도 같다는 생각이다. 물론 저녁시간 때에 맞혀 비가 쏟아지기라도 하면 '오늘 손님들이 많이 떨어지겠구나'라는 아쉬움이 남기야 하지만 정말 비가 오기라도 하면 난 바로 매장을 뛰어나가 비바람을 맞곤 한다. 지난봄 건기의 마지막에 얼마나 땀을 흘리고 힘들어했던가!
현지인들은 이 비가 싫은 모양이다. 집에 돌아갈 때를 걱정하고 수없이 겪었던 오토바이 수리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옷도 제대로 멋을 부릴 수도 없고, 물건도 마음껏 담고 이동하기도 어렵고, 특히나 아이들을 둘 이상 데리고 이동하려면 불편한 것이 하나 둘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난 얄밉게도 고맙기만 하다. 요사이 잠을 자다가 일어나 에어컨을 끄기도 한다. 그만큼 저녁, 아침 공기가 선선해진 것이다. 그 비 덕분에.
내 생각만 하고 현지인들 앞에서 비가 오는 것이 좋다고만 환호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이렇게 내려 주는 비 덕분에 베트남 현지인들도 건강을 유지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정말 1년 내내 건기로 비가 오지 않는 기후라면 정말 버티기 힘들 것 같다.
눈치 보이지 않게 비를 즐기고 감사하면서 하루를 보내 본다. 지금은 태양볕이 뜨거워 나갈 엄두가 나질 않는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먹구름이 몰려오고 비바람이 불어 이 공기를 식혀줄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