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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정호 Aug 05. 2024

욕심이 과하면 화를 부른다.

근거 없는 자만심에 단박에 꼬꾸라질뻔한 경험

 공감 매장이 안정화되고 매출 신장도 속도가 붙고 Extra매장도 오픈을 하자 욕심이 생기기 시작하였다. 매장을 확대하겠다는 목표는 가지고 있었던 상황이었는데, 한 직원이 이 지역 유일의 대형 마트에 입점해 있던 업체가 퇴점을 하게 되었다는 정보를 알려 주었다. 위치는 마트 내에 있지 않은데 이게 가시성이나 접근성, 독립성의 측면에서 내가 생각하는 매장엔 더 메리트가 있는 것으로 판단되었다. 면적도 내가 구상하고 있는 정도로 적당했다. 단 한 가지 단점은 임차료가 엄청 비싸 현재 KNG Mall의 매장에 세 배 이상이었다. 물론 전기료와 관리비도 더 비쌌다. 하지만 ‘매출만 받쳐 준다면야 무슨 문제이겠는가!’ 이젠 ‘공감’이라는 브랜드를 가지고 반듯한 매장을 만들어 고객에게도 보여 주고 성공하고 있다는 것을 뽐내 보고 싶은 마음도 생겼다. 그래서인지 초기 투자비와 고정비용이 많이 든다는 사실을 접하면서도 매출로 커버하면 된다는 자신감이 더 커졌다. 인테리어 사장인 친구에게 인테리어 디자인을 만들어 달라고 재촉하고 나름 사업성 분석을 하고 co.op mart와 협의에서 주장할 사항까지 준비했다. 비용이 많이 들 경우를 감안하여 투자제안서도 만들어 한국의 예비 투자자에게 메일을 보내 검토를 요청하기도 했다.

퇴점을 예정인 Papparotti 매장 전경
공감 3호점 예정매장 인테리어 도면

 비밀 정보를 접수한 후 바로 co.op mart 본사의 개발 담당자에 연락을 취하여 호찌민시에 있는 본사를 방문하였다. 백화점 부지개발을 담당할 당시 co.op mart와도 개발 협력을 위해 개발 담당 이사를 만나곤 했었기 때문에 친숙한 마음으로 방문을 하였다. 처음 미팅에서 만난 직원은 지역담당자였는데 몇 가지 계약 조건에 있어서 우리 측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것들이 있어 조정을 요청하였는데 제대로 가부여부를 알려 주지 않고 상사에 보고해 보겠다고만 했다. 다음 미팅에는 베트남 남부지역 담당을 만나게 되었는데 직책에 맞게 몇 가지는 내가 요청한 대로 그 자리에서 수정에 동의해 주었다. 그렇게 매장 오픈 일정까지 협의를 마치고 우리 쪽에서 준비해야 할 서류 등을 준비해 보내주기로 하고 돌아왔다.


 그런데 이때부터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하였다. 처음 우리 매장에 상품을 공급하는 주요 업체의 공급 계약서만을 달라고 하더니 세 개 업체와의 계약서를 보내 주니, 각 상품의 수입허가서 및 식품 위생허가서 등을 추가로 달라고 하는 것이었다. 개점 일정에 맞추기엔 시간이 없다고 co.op mart 측에서 계약을 빨리 하자고 해 놓고는 말도 없던 서류들을 제출하라는 것이었다. 이런 서류들은 업체에서 제공하여야 하는 것인데 이걸 어떻게 시간에 맞춰 공급할 수 있냐고 하자 그럼 서류가 제공된 상품들만 먼저 팔면 되지 않냐는 것이었다. 신제품도 많고 내가 신규로 구입하여 판매하는 품목들이 많은데 그럼 그때마다 본사에 이런 서류들을 보내야 하는 것이냐고 따지자 그땐 또 그건 아니라고 꼬리를 내렸다. ‘아 이것들이 외국인이라고 이것저것 찔러보고 갑질을 하려는 건가?’라는 생각에 내가 10여 년을 베트남 롯데리아, 롯데백화점에서 근무했고 유통과 개발업무를 했었는데 이런 경우는 심한 것 아니냐고 따지자 그제야 그럼 이 정도 서류로 마무리하자고 하였다. ‘뭐 이런 경우가 있어. 나를 시험하려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두 번째 문제는 더 황당한 것이었다. 매장의 설계 및 디자인을 보내자 말도 안 되는 조건들을 가지고 제한을 해 오는 것이었다. 우리 매장의 캐노피는 영업면적으로 적용되어야 하니 임차계약 면적을 늘리던지, 캐노피를 제외한 면적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또 기존의 매장은 co.op mart의 외벽을 사용하여 3면 만을 조적을 쌓아 매장을 만들었는데 이번에 우리가 매장을 만들 때는 마트에서 30mm를 떨어져 4면의 단독 매장을 만들어야 한다는 조건도 제시하였다. 간판의 높이도 우리가 설계한 것보다 작게 만들어야 한다는 등 수많은 조건들을 제시하는 것이었다. 나는 미팅 자리에서 기존 업체와 달리 진행해야 하는 이유를 따졌더니 이건 본사기준이라고 했다. 그럼 외국인은 본사 기준을 따라야 하고 현지 업체는 그 기준을 안 따라도 되냐고 하니 상부에 다시 보고해 보겠다고 하는데 속으로 ‘이것들 봐라! 이러다간 오픈 후에도 계속 끌려 다니게 생겼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일들이 자꾸 발생하자 사업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임차 계약기간에 대해서도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나는 계약기간 5년을 제안했는데 그 위치는 1년 계약에 연장을 해야 한다고 했다. 초기 투자가 얼마인데 1년 계약으로 누가 들어오냐고 하자 연장은 문제없다고 하더니 “그럼 못 하겠다”라고 메일을 정식으로 보내자 1주일이 지난 후 그럼 3년 계약을 하고 2년은 구두 약속을 하겠다는 답변이 왔다. 


 상대방의 욕심과 갑질을 보다 보니 이 프로젝트에 대해 마음을 가다듬고 차분히 재검토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상대방의 욕심뿐만 아니라 나의 욕심이 보이기 시작했다. ‘현재 겨우 몇 억 동 매출의 매장을 운영한 경험도 1년여 밖에 되지 않는데 너무 자만하고 있는 것 아닌가?’ ‘사업성 분석에 있어 매출 추정을 내 희망으로만 산정해 부풀려진 것이 아닌가?’ 이런 생각들을 시작하다 보니 갑자기 초기 투자비가 예상보다 많아지기 시작했고, 예상 매출은 쪼그라들기 시작했다. 결국 난 co.op mart본사에 정식으로 메일을 보냈다. 처음에 협의한 합의사항과 달리 추가적인 제약들이 많으며, 무엇보다 현지업체와는 달리 불평등한 조건들이 추가로 발생하여 더 이상 이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없음을 투자자들로부터 통보받았다는 명분으로 프로젝트를 내려놓았다. 


 이 결정을 하고 난 그 순간부터 홀가분한 마음을 가질 수 있었고, 내 욕심에 내가 객관적인 상황을 제대로 볼 이성마저 잃어버릴 뻔한 것에 대해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상대방의 욕심의 나의 욕심을 일깨워 준 소중한 경험이었다. 이 결정은 내가 베트남에 와서 내린 결정 중 두 번째로 잘한 결정이라고 확신한다.


 만약 이곳에 매장을 오픈시켰다면 바로 터진 코로나 사태로 아마 그 해에 빈손으로 한국에 돌아갔어야 했을 것이다. 욕심이 생기면 다른 것이 보이질 않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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