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정호 Aug 05. 2024

오토바이는 내 다리

도보에 익숙하지 않은 베트남 사람들

 숙소에서 이곳 매장까지는 약 1km 정도 떨어져 있다. 지난번 자전거를 잃어버리곤 난 후, 도보로 이동을 하곤 한다. 아침에는 시원한 공기를 맞으며, 아침을 여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는 것이 즐겁고, 저녁에는 직원이 집에 가는 길에 나를 주변 도로에 내려 주면 걸어가면 된다. 그런데 점심시간 이후 숙소로 가는 것은 조금 곤욕이긴 하다. 비가 오면 말할 것도 없고, 비가 오지 않으면 짧은 거리인데도 등에 땀이 줄줄 흐른다. 그래도 숙소에 가서 샤워를 하고 에어컨이 나오는 방으로 쏙 들어가 버리면 된다. 저녁 4~5시경 매장으로 걸어 나오는 것이 참... 아침에 글을 올렸듯이, 요사이에는 비가 내릴 준비를 하는 시간이어서 바람이 불어 다행이지만 그래도 베트남 더위는 더위인 것 같다. 

아파트 인근 공원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
아파트 인근 연못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
가끔 발견되는 방목을 하는 소들의 모습

 땀이 흐르긴 해도 자연에서 신나게 놀고 있는 아이들, 도시에선 볼 수 없는 소들의 출몰 광경 등 자연스러운 모습들을 발견할 수 있는 것에 행복을 느끼곤 한다. 


 그렇게 매장에 들어오면 매니저와 직원들이 '와우!' '어이쿠'라고 난리를 친다. 아침이야 그렇지만 이 더위에 왜 걸어오냐고. 그 먼 거리를 어떻게 걸어올 수 있냐고! 

 베트남에서 오토바이가 사람들의 다리를 부실하게 만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오토바이가 있는 사람들에겐 도보를 해야 할 일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혹 걸어가겠다는 생각은 돌아오는 것 까지를 생각해야 하는 것이다. 이미 베트남 사람들에겐 오토바이가 제2의 다리가 되어버린 것이다. 사실 나는 도보로 자주 왔다 갔다 하는 것을 직원들이 알기 때문에 그저 인사치레로 왜 걸어오냐고, 전화해서 직원 보고 데리러 오라 하라고 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실제로 직원들 보고 걸어서 같이 가자고 하면 기겁을 할 것이다. 


 2004년 직원들이 내가 푸미흥에 주재원들 숙소를 잡았다고 하자 왜 그렇게 먼 곳에서 출퇴근을 하냐며 걱정을 해 주었다. 당시 차량으로 40분 정도가 걸리는 거리여서 그리 멀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생각해 보면 직원들은 오토바이를 타고 1시간 이상을 이동해야 하는 거리이니 운전에 아침, 저녁으로 기력을 쏟아내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고등학생 정도만 되어도 자기의 오토바이를 가지고 등하교를 하는 아이들이 많다. 자기 것이 없으면 부모님이나 할아버지, 할머니가 데려다주시고. 결국 베트남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다리를 쓸 일이 별로 없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호찌민 시내에서 보았던 축구 경기장(풋살 경기장)도 작아 보인 것으로 기억된다. 


 내가 도보로 다닌다고 다리가 튼튼하다고 자랑할 것도 아니고, 베트남 사람들의 다리가 부실한 것이라고 걱정해야 할 일도 아니지만, 재산 1호인 오토바이가 자기 신체의 일부분 역할을 하고, 그것을 퇴화시킨다는 생각을 하니 기분이 조금 그렇다. 

 내일 아침에 땀이 흐르더라도 기쁘게 즐기며 걸어와야겠다.  

작가의 이전글 욕심이 과하면 화를 부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