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만들어야 하나 꿈 깨야 하나?
요즘엔 오후에 매장을 도보로 오는 것도 괜찮다. 햇살이 버티고는 있지만 건물들이 그늘을 만들어 주고 바람이 불어 몸도 부담이 없다. 게다가 하나 둘 보이는 새로운 것들에 감사하게 되니 말이다.
아파트 옆 공원을 지나다 발을 돌려 짧게 비디오를 찍었다. '저 꼬마 아이가 왜 저러고 있을까?' '저기에 어렵게 물을 담아 무엇을 하려는 걸까?' 궁금했기 때문이다. 사진을 찍기 전부터 물을 담고 있었으니 1분이 훨씬 넘게 혼자 집중을 해서 물을 요구르트 병에 담더니 그저 모래 위에 뿌려 버린다. 궁금했다. 왜 저랬을까? 무슨 생각이 분명 있었을 텐데... 그 생각을 하다 보니 옆에 운동기구에 여 아이들이 있었고 물을 버리면서 뭐라고 그녀들에게 말을 하고 있었다. '관심을 갖게 하기 위한 작업이었을까?'라는 생각에 혼자 피식 웃음이 나왔다.
아이를 보면서 순간 '꿈이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 저렇게 열심이지. 어떤 꿈이면 어떠랴!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만으로 지금의 나를 반성하게 할 정도로 기특한데.
어렸을 때는 꿈도 많았던 것 같다. 아니 그 꿈이 수시로 변해서 많은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면 조종사가 되고 싶었는데 시력 때문에 공사를 포기했던 것 외에는 그리 큰 꿈이 기억나지 않는다. 중국어, 중국학을 공부하면서 중국에 가서 근무를 하고 중국전문가가 되고 싶다는 꿈은 20년 전에 이뤄진 듯하여 이제 아련한 꿈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매장에 들어와 앉아 있는데 딸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ooo를 해 보는 게 꿈이었는데 일 년 정도 학원을 다니면서 공부를 하면 어떻겠냐고" 페이스톡을 연결해 내 마음을 그대로 이야기 해줬다. 그 직업은 네게는 맞지 않는 것 같고, 그것을 위해 자금과 시간을 투자하는 것에는 반대 의견이라고.
방금 꿈을 꾸는 것 만으로 부럽고 행복한 것이라고 생각해 놓고는 딸아이에게는 그 꿈에 반대 의견을 내놓은 것이다. 마음이 아프다. 꿈과 현실이 이렇게 다른 것인가 싶으니.
그래서 어린아이에게는 '꿈을 가져라'라고 말하고, 성인에게는 '꿈 깨라'라고 말하는 가 보다.
저 꼬마 아이가 부럽다. 딸아이에게 반대의견을 낸 내가 속상하다. 그렇게 하는 게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현실이 밉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