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하게 웃어주는 베트남 사람들의 모습에 안도하게 된 베트남의 첫인상
2004년 1월부터 2012년 7월까지 8년 6개월, 롯데리아와 롯데백화점의 주재원 생활을 하였고, 2018년 1월부터 출장을 시작해서 7월부터는 정착을 하여 지금까지 생활하고 있으니, 또다시 7년째 베트남에서 생활하고 있다. 결국 벌써 15년이라는 시간을 베트남에서 베트남 현지인들과 생활을 같이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아직도 ‘베트남 사람에 대해 알 만하다’라는 말을 하기가 꺼려진다. 그 이유는 정말 순수한 것 같으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이렇게 발칙할 수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기 때문이다.
우선 내가 느낀 베트남인에 대한 첫 인상을 소개하고자 한다. 2004년 1월 4일 롯데리아 베트남법인의 관리팀장으로 발령을 받고 호치민시에 오기 전까지 난 한 번도 이곳에 와 본적이 없었고, 아무런 지식을 갖고 있지 않았다. 중국의 북경에서 귀임 발령을 받고 한국에서 한 달도 있지 못 하고 긴급한 발령 소식에 비행기에 올라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리 낯설지 만은 않은 나라였다. 내가 태어나기 바로 전 해에 아버님께서 월남전에 참전하셨다가 귀국하셨기 때문에 베트남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듣고 있었기 때문이다. 2001년 내가 중국의 북경으로 발령을 받아 출국을 하려 할 때, 가족들은 모두 김포공항에 모였다. 당시 아버님은 나를 따로 불러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이고 못 사는 나라인데 내가 간다고 하니 걱정이 많이 되는구나. 몸 조심하고…”라고 하시면 눈물을 글썽 거리셨다. 사실 난 내가 꼭 가고 싶어서 가는 곳이고 북경은 발전한 도시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아버님의 걱정이 이상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베트남에 발령을 받아 간다고 하자, 아버님은 “거긴 괜찮다. 가서 몸 관리 잘 하고, 일 잘하고 와라”라고 하시면서 걱정스런 표정은 없으셨다. ‘내가 알기론 20년은 족히 중국보다 뒤쳐져 있는 나라인데….’ 그런 아버님의 태도에 ‘놀랍다’는 생각까지 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비행기는 하늘을 날았고 어두운 밤이 되어서야 ‘곧 저희 항공기는 호치민시의 탄선녓 공항에 도착할 예정입니다’라는 안내 방송에 창문을 통해 아래를 내려 보았는데 마치 모래사장이 빛나듯 불들이 반짝이고 있었는데 처음 난 공항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에 공항이 있는 것으로 생각이 들었다. 높게 느껴지는 건물은 거의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비행기는 안전하게 착륙하였고, 출입국 쪽으로 이동하게 되었다. 그 곳 출입국을 처음 본 느낌은 마치 교도소 같은 느낌이라고나 할까? 그 곳을 가보지는 않았지만 어두 침침한 조명에 국방색의 군복 같은 복장을 한 사람들이 굳은 표정으로 여권을 검사하는 모습은 옆 사람과 소리 내서 떠들다간 금방 어디서 뛰어나와 팔이라도 뒤를 꺽을 듯한 분위기였다. ‘베트남 정말 사회주의 맞구나. 중국은 저리 가라네’라는 생각으로 출입국 사무소 직원에게 여권을 내밀고는 아무 말도 못 하고 서 있었다. 나의 얼굴을 정면으로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흘기는 듯 한 표정이란! 그렇게 공항을 빠져 나와 예약되어 있는 호텔로 향했는데 도로 주변의 건물들은 대부분 3~4층이 전부였다. 그런데 30분 정도나 갔을까? 차량이 옆의 건물로 서행을 하더니 다 왔다고 하는 것이었다. 분명히 우리가 예약한 호텔은 시내 중심이었는데… ‘그럼 아까 하늘에서 본 모습이 호치민시 도시의 야경이었단 말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베트남 도착의 첫인상은 설레임 보다는 어두침침함과 불안함 그 자체였다.
처음 우리가 묶었던 호텔은 미니 호텔이었는데 전임자들이 일본 롯데의 일본인이였던 관계로 일본인이 운영하는 곳이었다. 호텔 규모는 작지만 일본식으로 아담하고 잘 정돈되어 있었고 음식도 괜찮았다. 아침을 마치고 회사에서 보내온 차량으로 회사로 향했다. 일부러 베트남의 모습을 보기 위해 창문을 모두 내리고 외부를 보고 있었는데 도로 주변에는 많은 사람들이 길거리에 앉아 무언가를 마시기도 하고, 좌판을 깔아 놓고 몇 가지 안 되는 물건을 파는 이들도 많았다. 그런데 어쩌다 나와 눈이 마추지는 사람들은 대부분 환하게 웃어 주었고, 내가 외국인 같다고 생각한 사람인지 “Hello!" "Good morning!”이라며 말을 건네는 사람들도 있었다. 한국 같으면 상상도 못 하겠지만 오토바이를 탄 젊은 여학생이나 회사원 같은 여자들도 눈이 마주치면 피하는 것이 아니라 환하게 웃어주는 것이었다. 순간 아버님의 말씀이 떠올랐다. ‘거긴 괜찮다’ 어제 밤의 공항에서의 출입국 직원들의 어두운 인상이 머리에서 싹 사라져 버리는 순간이었다.
이제 하나씩 내가 보고 만나고 느낀 베트남과 베트남 사람들에 대해 하나씩 풀어 나가 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