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남부는 건기로 들어섭니다. 환절기 건강 관리 하세요.
며칠 사이 알레르기가 심하게 일어났다. 특별히 잘못 먹은 기억도 없는데 가려움이 늘고 심지어는 사타구니가 짓물러 응급조치로 러닝셔츠를 잘라 팬티 속에 기저귀처럼 넣고 다니고 있다. 움직일 때마다 따가움을 견디기 힘들어서이다.
낮에 숙소에서 잠시 쉬려고 직원에게 오토바이로 태워다 달라고 부탁을 하면서 "낮에 햇살이 너무 뜨겁네. 어제오늘은 왜 낮에 비가 안 오지?"라고 묻자 "이제 건기로 접어들잖아요. 비 많이 안 올 거예요"라고 답하는 것이 아닌가!!
벌써 가을 건기로 들어가는 것인가! 비가 오기 시작했다고, 직원들은 눈살을 찌푸렸지만 난 속으로 '시원한 여름이 되었다. 야호!'라고 환호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달로 5개월이 지나간 것이다. 이제 가끔씩 쏟아지는 비에 열기를 식히며 내리는 비를 즐기던 것도 하지 못할 듯하다.
숙소로 돌아와 쉬려고 침대에 누웠는데 죽마고우에게서 카톡 연락이 와 있었다. 알레르기 얘기를 하고, 날씨가 변해 건기로 들어간다는 말을 하자, 갑자기 친구가 내게 묻는다. "베트남에서 제일 시원한 계절은 언제야?" "여행 가기 제일 좋은 때는 언제야?"라고. 답변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항상 더운데 특별히 관광하기 좋은 시기라고? 평균온도가 가장 낮은 달이 언제냐고? 비가 오는 우기가 되면 시원하고 밤에는 에어컨 없이 잘 수도 있다는 정도로만 답변을 해 주면서도 '내가 너무 무관심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공부 더해라. 알아보고 글 올려라"라는 핀잔을 듣고 통화를 마쳤다.
매장에 돌아오자마자 호찌민의 월별 평균 온도에 대해 확인해 보았다.
1월: 낮 최고 기온: 32°C , 저녁 최저 기온: 22°C 2월: 낮 최고 기온: 33°C , 저녁 최저 기온: 23°C
3월: 낮 최고 기온: 34°C , 저녁 최저 기온: 24°C 4월: 낮 최고 기온: 35°C , 저녁 최저 기온: 25°C
5월: 낮 최고 기온: 34°C , 저녁 최저 기온: 25°C 6월: 낮 최고 기온: 33°C , 저녁 최저 기온: 25°C
7월: 낮 최고 기온: 33°C , 저녁 최저 기온: 25°C 8월: 낮 최고 기온: 33°C , 저녁 최저 기온: 25°C
9월: 낮 최고 기온: 32°C , 저녁 최저 기온: 24°C 10월: 낮 최고 기온: 32°C , 저녁 최저 기온: 24°C
11월: 낮 최고 기온: 32°C , 저녁 최저 기온: 23°C 12월: 낮 최고 기온: 31°C , 저녁 최저 기온: 22°C
놀라운 결과이다. 최고 기온이나 최저기온의 년간 낮 최고 기온 차이가 4°C, 저녁 최저 기온 차이가 3°C도 밖에 나지 않는 것이었다.
호찌민을 중심으로 한 남부지역의 우기(습도가 높은 시기)는 5월부터 11월 사이, 특히 비가 많이 오는 동안 습도가 80% 이상까지 올라간다. 이 때는 공기가 무겁고 끈적거리며, 더위가 더 심하게 느껴진다. 습도가 높으면 땀이 증발하지 않아 몸이 쉽게 열을 식히지 못해 무더위가 더 크게 느껴진다.
반면 건기(습도가 낮은 시기)는 12월부터 4월 사이인데, 이 때는 비가 적고 습도가 비교적 낮아 체감 온도가 기온과 비슷하게 느껴진다. 낮 기온이 여전히 높은 편이지만, 공기가 건조해서 조금은 쾌적하게 느껴지며 더위를 덜 느낄 수 있다. 따라서 기온 자체는 크게 변하지 않지만, 습도의 변화가 계절에 따라 시원하거나 무더운 차이를 만드는 주요 원인이 되는 것이다.
그럼 난 왜 우기가 그렇게 시원하다고 생각한 것이었을까? 그저 비가 좋았던 걸일까? 아니면 낮에 외부로 나가지 않고 매장에만 앉아 있다가 비가 오면 즐기고 들어 오기 때문이었으리라.
친구가 물어보았던 여행에 좋은 계절에 대해서도 정리해 보았다.
우선 북부인 하노이는 북부에 위치해 사계절이 명확하다. 그래서 가을(9월~11월)과 봄(3월~4월)이 여행하기에 적합하다. 날씨가 선선하고 하늘이 맑기 때문이다.
다낭을 위시한 중부는 두 계절로 나뉜다. 건기(2월~5월)에는 날씨가 온화하고 맑은 날이 많아 해변과 관광 명소를 즐기기 좋다. 반면 우기(9월~12월)에는 비가 많이 오고 때로는 태풍의 영향을 받을 수 있어 피하는 것이 좋다.
호찌민시를 위시한 남부지역은 연중 무덥고, 건기와 우기로 나뉜다. 건기(12월~4월)에 비가 적고 기온이 안정적이어서 여행하기 좋은 편이다.
결론적으로, 하노이, 다낭, 호찌민 모두 우기보다는 건기가 외국인이 관광으로 방문하기엔 적합한 시기라고 할 수 있겠다.
어찌 되었건, 친구 덕분에 정확한 통계자료를 통해 남부지역의 년간 온도에 대해 공부를 해 보게 되었다.
이제 내가 문제이다. 민감한 내 피부가 먼저 계절을 알아차린 것이다. 건조해 시작하니 피부가 반응을 하고 경고를 준 것이기 때문이다. 환절기마다 몸이 앓아 하루이틀 집에서 꿈쩍도 못하고 쉰 적도 몇 번 있다. 보신을 해야 하고, 몸놀림도 조심해야 할 때라는 것을 알려주는 몸은 좀 풀편해도 고마운 신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