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센 것이 우선인 베트남 운전 문화
2024년 베트남의 최대명절인 Tet(구정 연휴) 기간인 2월 8일~14일, 일주일 동안 전국에서 541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하여 214명이 숨지고, 504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한다. 정말 많이 줄은 것이다. 10여 년 전 헬멧착용이 의무화되기 전에는 길가에 볏짚 거죽데기를 덮어 놓은 시신들을 보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았다. 헬멧착용 의무화 이후 사망자가 발생하는 사고는 분명 많이 줄은 것이다. 2010년 월평균 840명의 사망자였던 것이 2020년에는 534명으로 약 36.4%나 줄어든 것이다. 참고로 한국의 교통사고 사망자는 2022년 2,735(월평균 228명) 명이다.
저녁에 만나기로 한 지인으로부터 메시지가 날아왔다. 지난밤에 운전을 하다 부부가 탄 오토바이와 부딪쳐 부인이 중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해서 며칠간 움직이기 어려울 것 같다고 한다. 차량과 운전면허증을 압수당했고, 경찰서에도 출석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베트남에서 사고가 발생하고 경찰이 현장에 오면 운전면허증은 물론이고 차량, 오토바이를 몰수해 간다. 행정처리가 완료되어야 모든 것을 찾아갈 수 있다. 아마도 이 지인분도 최소 일주일 이상은 차량을 몰 수 없을 것 같다. 물론 엄청난 범칙금과 피해자에 대한 치료비 등도 청구될 것이다. 이것이 처리되지 않으면 언제 차량과 운전면허증을 다시 돌려받을 수 있을지 기약할 수 없다.
그래서 베트남에서 단순 사고인 경우에는 경찰을 부르지 않고 쌍방 간 간단한 합의로 처리해 버리고 만다. 차량에 치여 쓰러졌다가도 툴툴 털고 일어나 오토바이를 타고 가는 모습을 보며 의아해했던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오토바이를 탄 사람도 그것이 유일한 이동수단이며, 게다가 생계 수단의 일부일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몇 개월 전 행차 매장의 매니저가 교통사고를 일으켜 한 달 이상을 병원에 입원해 있고 집에서 또 한 달 이상 회복 운동을 하고 나서야 근무를 시작하였다. 아직도 다리를 절뚝 거린다. 실은 팔이 더 심각하다고 한다. 다리와 팔에 철심을 박아 연결을 했기 때문이다. 어떻게 사고가 났느냐고 묻자 자기도 모르겠다고 한다. 귀가하는 중 누구와 부딪힌 것도 아니고 홀로 툭 날아가 인도의 잔디에 떨어져 버린 것이다. 아마도 깜박 잠이 들었거나, 어두운 도로의 페인 곳을 제대로 못 봐서 발생한 일인 듯하다. 매니저의 사고 발생 후, 주방 매니저가 내게 최소 몇 달 정도는 근무를 못할 것이고, 1년이 넘게 병원 통원치료를 해야 하고, 또 얼마 후에는 재수술을 받아야 할 것이라는 둥 마치 의사인 양 떠들길래 너희들이 어떻게 아냐? 고 물으니 자기도 그렇게 사고를 당해 호찌민 쩌러이 병원에서 수술을 했다고 한다. 자기 다리를 보여주면서 자기도 여기 철심이 아직 박혀 있다고도 한다.
주변에 오토바이 사고 한 번 안 나 본 직원은 없는 듯하다. 여자 직원들도 발목이나 팔 등에 멍이나 꿰맨 상처 등이 있는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내가 생각하는 베트남 교통사의 문제는 이런 교통사고가 자기 때문에 발생했다고 하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는 점이다. 우리 매니저처럼 단독으로 벌어진 사고 말고. 모두들 자기는 교차로를 정상대로 가고 있는데 갑자기 저 편에서 오토바이가 달려와서... 골목길에서 갑자기 오토바이가 튀어나와서... 모두들 가해자가 아니고 피해자만 있는 것이다. 그만큼 운전문화나 질서가 제대로 정착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왕복 6차선 도로에서 역주행을 하는 오토바이를 볼 수 있으니 오토바이는 정말 운전에 법규가 없는 듯 보인다.
직원들이 퇴근할 때나, 헤어질 때면 항상 말한다. "천천히 몰으라"라고. "안전이 최고"라고
베트남에선 내가 도로에 움직이는 차량이나 오토바이를 보면 누가 잘못인지, 누가 제대로 운전을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서로 엉키고 설켜, 힘센 놈이 머리를 먼저 집어넣으면 앞으로 가는 것 같은데 이것이 교통법칙인지 싸우지도 않고 또 그냥 그렇게들 간다.
베트남에서 운전이 어려운 이유는 대표적인 다섯 가지 이유를 정리해 보았다.
우선 복잡한 교통 체계를 들 수 있는데, 베트남의 교통은 대도시일수록 복잡하며, 특히 오토바이와 자동차가 혼재된 상황이 많다. 오토바이가 주를 이루며, 좁은 도로에서 빠르게 이동하는 오토바이 사이를 지나가야 하는 것이 운전의 큰 어려움이다.
둘째, 베트남에서는 교통 신호나 규칙을 철저히 지키지 않는 경우가 많아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특히 교차로에서 신호를 무시하거나, 일방통행에서 역주행하는 차량을 만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셋쩨, 도로 상태가 고르지 않은 곳이 많고, 도로의 폭이 좁거나 구멍이 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비가 오면 침수되는 지역도 많아 도로 상황을 예측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넷째, 도로 위에는 보행자뿐만 아니라 자전거, 삼륜차, 카트 등 다양한 교통수단이 함께 다니며, 갑작스럽게 도로를 횡단하는 보행자도 많다. 이 때문에 운전 중에는 끊임없이 주변을 주시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다섯 째, 베트남의 운전 문화는 한국과 많이 다르다. 베트남에서는 차량 간 간격이 매우 좁고, 차량이 끼어들거나 차선을 변경하는 것이 흔하다. 경적을 자주 울리는 등 운전 중 상대방의 의사 표시가 한국과는 다르게 이뤄지며, 이를 이해하고 적응하는 것이 어렵다.
이러한 점들이 베트남에서 운전을 어렵게 만드는 주요 이유들이며, 특히 처음 운전하는 사람들에게는 상당히 도전적인 환경일 수 있다.
아무리 교통사고가 많이 줄고 사망자가 줄었다 해도 베트남은 베트남이다. 특히 차량이 갑자기 많아지면서 아직 운전문화는 제대로 교육되지 않은 상태이니 교통사고는 늘어날 수밖에 없을 듯하다. 사고 난 후 벌려야 할 실랑이. 시간. 운전면허증, 차량 압수.... 꼭 내가 해야만 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제발 운전하지 말자. 특히 음주 운전은 나(해외 생활, 가족 모두)와 다른 사람을 해치는 일임을 마음에 새겼으면 좋겠다. 베트남의 차량은 계속 늘어나지만 운전문화는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운전석 옆에 앉아서도 '상대방이 한국에서처럼 운행을 하겠지'라는 생각에 순간 현지의 상황에 놀라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