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들을 위한 가이드 : 4가지 유형의 학교 비교
얼마 전 매장에 온 후배 한 명이 이제 막 2살 된 아이를 어느 학교에 보낼 지에 대해 동행자들과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다. '아직 학교 가려면 멀었구먼!'이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우리 한국 사람들이, 부모들이 자녀의 교육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갖게 되었다.
베트남에서 다문화 가정을 꾸리신 분이건, 주재원으로 파견된 가족들이건 아니면 사업이나 자영업을 하시면서 가족이 함께 하는 분이건 자녀들의 교육은 가장 중요하고 어려운 선택 중에 하나일 것이다. '맹모삼천지교'라고 주재원들이나 사업을 하시는 분들 중 자녀가 있는 분들은 자녀의 학교가 먼저 확정이 된 다음 거주지를 확정하기도 하고, 자녀의 등하교를 위해 거주지를 변경하기도 한다.
게다가 한국도 아니니 더더욱 자녀의 학교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고 까다로운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현실적으로 재력의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회사에서 지원을 해주는 경우야 문제가 없겠지만 자비로 학비를 모두 충당해야 하는 경우에는 더더욱 고민이 많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선 이 글에서는 부모님들이 고려할 수 있는 베트남에 있는 학교 유형 네 가지를 설명해 보고자 한다. 베트남에는 4가지 종류의 학교가 있다. 베트남 공립학교, 베트남 사립학교, 베트남에 설립된 국제학교, 외국계 국제학교이다. 각각의 학교는 학습 환경, 교육 과정, 수업 일수 등에서 차이가 있으므로, 자녀의 학습 목표와 미래를 위한 최적의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각 학교의 장단점을 잘 이해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1. 베트남 공립학교
베트남 공립학교는 베트남 교육부가 정한 교육과정을 따른다. 국어, 수학, 과학, 역사 등의 기초 과목을 중심으로 운영되며, 주로 암기 중심의 학습이 이루어진다. 수업일수는 연간 175~180일로 상대적으로 수업일수가 적다. 하루 5~6시간 정도로, 오전 또는 오후로 나뉘는 이중 교대제가 일반적이다.
장점으로는 학비가 저렴하고, 지역사회와의 연계성이 강해 베트남 문화와 언어에 대한 깊은 이해를 도울 수 있다. 하지만 교육과정이 상대적으로 경직되어 있으며, 창의적인 활동이나 선택 과목이 제한적이라는 단점이 있다.
2. 베트남 사립학교
베트남 사립학교는 일부 공립학교와 유사한 교육 과정을 따르지만, 더 나은 시설과 교육 환경을 제공한다. 일부 사립학교는 국제 교육과정을 부분적으로 도입하여 학생들에게 더 다양한 학습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수업일수는 공립학교와 비슷한 175~180일 정도이다. 수업 시간은 통상 하루 6~7시간으로, 공립학교보다 약간 긴 수업 시간을 가지며, 전일제 수업을 진행한다.
장점은 베트남 커리큘럼을 유지하면서 더 나은 교육 환경과 교사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며, 특히 영어와 같은 추가 과목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단점으로는 학비가 공립학교보다 비싸며, 일부 학교는 여전히 암기 위주의 학습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이다.
3. 베트남 설립 국제학교
베트남에서 설립된 국제학교는 Cambridge IGCSE나 IB 프로그램과 같은 국제적인 교육과정을 도입하면서도, 베트남 교육부에서 요구하는 필수 과목(베트남어, 역사 등)을 병행한다. 호찌민시 2에 있는 Vin School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수업일수는 연간 180일 정도로 국제학교와 유사하지만, 베트남 공휴일을 따른다는 특징이 있다. 수업 시간은 하루 7시간 내외로, 국제교육과정을 따르기 때문에 프로젝트 기반 학습, 창의적 사고, 비판적 사고가 중시된다.
국제적인 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다양한 학문적 배경을 접할 수 있으며, 영어 능력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 또한 베트남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도 주어지는 장점이 있는 반면 학비가 상대적으로 비싸다. 또한, 베트남의 필수 과목을 이수해야 하므로 교육 과정이 혼합되어 있어 완전히 국제적인 학습 환경을 원할 경우 약간의 제약이 있을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4. 외국계 국제학교 (예: SSIS, UNIS)
IB 프로그램 또는 Cambridge IGCSE와 같은 순수 국제 교육과정을 따르는 순수 외국계 국제학교를 말하는데, 프로젝트 기반 학습, 토론, 협동 학습 등이 강조되며, 세계적 기준에 맞춘 학업 성취를 목표로 한다. 수업일수는 약 180일로 국제학교의 표준을 따른다. 하루에 평균 7~8시간을 수업하고, 대부분의 수업이 영어로 진행되며 다양한 선택 과목과 방과 후 활동이 제공된다.
영어를 모국어처럼 사용하며, 세계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어 자녀가 해외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할 경우 최적의 선택이 될 수 있다. 과목 선택의 폭이 넓고 창의적이고 비판적인 사고를 기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매우 높은 학비와 제한된 입학 정원이 단점이며, 또한 베트남 문화나 언어에 대한 교육이 부족할 수 있다.
학부모님이 자녀의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따라 최적의 학교 선택이 달라질 수 있다. 자녀가 베트남의 문화와 언어에 익숙해지면서 국제적인 학습을 경험하길 원한다면, 베트남 설립 국제학교가 좋은 선택일 수 있겠다. 반면, 완전한 국제적 환경에서 학습하길 원하고 자녀가 해외 대학을 목표로 한다면 외국계 국제학교가 적합할 것이다. 경제적인 면을 중시하고, 베트남 교육 시스템에 맞춘 학습을 원한다면 공립학교나 사립학교도 훌륭한 선택이 될 수 있다.
딸아이는 호찌민시의 SSIS를 다니다가 내가 하노이로 발령이 나서 UNIS에 입학하여 초등학교 전 과정과 중학교 1학년을 마쳤다. 아들은 RISS에서 2년을 공부하고, 하노이의 HIS에서 또 2년을 마쳤다. 아들은 베트남 기억나는 것이 별로 없다고 한다. 아들은 차치하고, 딸이 소위 두 도시의 대표학교를 다녔다는 자부심을 가졌었는데 딸아이와 깊은 얘기를 하다가 자기는 하노이의 UNIS 생활이 너무 끔찍했다는 말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최고의 학교를 다녔다고 생각했는데 최악이었다니! 호찌민시 SSIS에서는 그래도 한국 학생들과 외국 학생들이 함께 모여 소통도 하고 단합이라는 것도 있었는데 하노이 UNIS에서는 서양애들과 한국학생들이 정말 분리되다시피 했고, 한국학생들도 서로 경쟁하느라 친구라는 느낌이 없었다는 것이었다.
지금도 두 아이들에게 아빠 있는 베트남에 올래?라고 물으면 고개를 절레절레 휘젓는다. '한국에 이런 좋은 친구들을 놔두고 왜 거길가요?!'라며.
부모로서 더 좋은 교육 시스템과 환경에서 자녀들이 학습하길 바라겠지만, 결국 자녀들이 자기가 있는 환경에 적응하고 즐길 수 있는 곳이 가장 교육하기 좋고 인생을 많이 배우고 세상과 함께 할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학교를 선택할 때 아이들이 조금 컸다면 자녀에게 가능한 학교들을 직접 데리고 가서 보여주고, 자녀의 의견을 존중해 주는 것이 그 아이들에게 가장 좋은 교육환경이 될 것이라는 소심한(?)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