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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세기 이전 탱크부대를 아시나요?

동남아시아 전투의 주역, 코끼리 부대의 위력

by 한정호

베트남의 역사 중 중요한 사건으로 꼽히는 하이바쯩 자매의 한나라와의 전쟁을 묘사한 사진에 코끼리가 등장을 한다. 베트남에 있으면서 코끼리를 보지 못했기에 베트남에도 코끼리가 많이 서식하는지, 정말 코끼리를 이용해 전투에 참여했는지를 알아보면서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였다.

하이비쯩 2.png 하이바쯩 전투 상상도

베트남에서도 실제 코끼리 부대를 운영하고 있었고 보통 수십 마리에서 수백 마리가 전투에 참여하기도 했다고 한다. 코끼리부대는 동남아시아 국가들에 있어 중요한 전투 수단이었으며 부대로 운용했다는 사실이다.


하이바쯩 자매(Trưng Trắc, Trưng Nhị)는 1세기경 중국 한나라에 저항해 독립을 위해 싸운 베트남의 영웅들이다. 이들의 전투 장면에서 코끼리가 등장하는 것은 상징적이기도 하지만, 당시 실제로 코끼리가 전투에 사용된 기록이 있다. 하이바쯩 자매가 코끼리 위에 올라 전투를 지휘했다는 전설은 단순히 상징적인 것이 아니라 그들의 지도력과 권위를 보여주는 동시에, 코끼리 부대가 전쟁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반영하는 것이다.

베트남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 전체에서 코끼리 부대는 흔히 사용되었으며, 이는 군사적으로 매우 실용적인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코끼리는 크기와 힘 덕분에 적을 압도할 수 있었으며, 탱크처럼 적의 진형을 무너뜨리거나 공성전에 사용되었다. 베트남 전쟁사에서 코끼리 부대는 특히 응우옌 왕조 시기에도 사용되었고, 당시 군사 전술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코끼리는 병사들을 태우고 적을 돌파하거나 짐을 나르는 등 다방면에서 전투에 사용되었다. 코끼리의 크기와 힘은 특히 적의 병력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진형을 무너뜨리는 데 유용했기에, 코끼리를 전투 초반에 돌격부대로 사용하어 적군을 압박하거나 공격의 시작을 알리는 데 효과적이었다. 이러한 전술은 동남아시아 여러 나라들에서 공통적으로 사용된 것이다.

코끼리 부대.png 코끼리 부대 진격 이미지

당시 코끼리는 단순한 전투 무기 이상의 상징성을 지니고 있었다. 왕이나 군대 지도자들이 코끼리를 타고 전투를 지휘하는 모습은 그들의 권위를 상징하며, 코끼리는 지도자의 힘과 용맹함을 나타내는 상징적인 동물로 여겨졌다. 이 때문에 전투에서 코끼리를 타는 것은 대장의 상징적 역할일 수 있지만, 실제 전투에서도 중요한 전술적 도구로 적군을 혼란에 빠뜨리고 압도하는데 매우 효과적인 무기로 사용되었던 것이다.


동남아시아 역사에서는 코끼리 부대에 대한 기록이 더 많이 등장한다고 한다. 태국, 캄보디아, 미얀마, 베트남 등에서 코끼리 부대가 중요한 군사적 역할을 담당했으며, 이와 관련된 생생한 역사적 기록이 남아 있다. 코끼리 부대에 대한 기록은 그들이 얼마나 강력한 무기로 여겨졌는지를 상상할 수 있다.


1. 캄보디아의 앙코르 제국(802년~1431년)은 코끼리 부대를 널리 사용한 국가로 유명하다. 특히 코끼리는 왕국의 상징이자 군사력의 중요한 요소로 인식되었다. 앙코르 와트의 벽화에는 코끼리 부대가 묘사된 장면들이 남아 있으며, 코끼리들이 전투에서 활약한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기록에 따르면, 앙코르 제국의 왕들은 전투 시 수백 마리의 코끼리를 이끌고 전장을 진군했다고 한다. 코끼리 부대의 규모는 상황에 따라 달랐지만, 일부 기록에 따르면 수백 마리의 코끼리가 한 번에 전투에 동원되기도 했다. 코끼리는 탑승한 군인들이 활, 창, 칼 등으로 적을 공격하게 했으며, 적의 진영을 혼란에 빠뜨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2. 미얀마(당시 버마)의 따우린나루 왕조와 꽁바웅 왕조 시기에도 코끼리 부대는 전투에서 자주 등장한다. 16세기 후반에 버마와 시암(현 태국) 간의 전투에서, 두 나라 모두 수백 마리의 코끼리 부대를 동원해 싸운 기록이 있다. 당시의 전투 기록에 따르면, 양측 모두 500마리 이상의 코끼리를 전투에 배치했고, 특히 방콕 전투에서 코끼리들은 중요한 돌파 역할을 수행했다고 한다.

미얀마의 왕 바인나웅(1516년~1581년)은 코끼리 부대를 조직해 수많은 전투에서 승리한 것으로 유명하며, 그는 여러 전쟁에서 코끼리 부대가 전면에서 적군을 무너뜨리도록 했으며, 군사 전략의 핵심으로 사용했다.


3. 시암 왕국(태국)은 코끼리를 “전장의 왕”으로 불렀으며, 14세기부터 19세기까지 코끼리 부대를 정기적으로 사용했다. 태국 왕국의 전쟁 기록에는 코끼리 부대가 적군을 공포에 떨게 하고 전투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전해진다. 태국 역사에서 가장 유명한 코끼리 부대 전투 중 하나는 아유타야 왕국과 미얀마 간의 전투로, 양측 모두 코끼리 부대를 대규모로 동원했다. 시암 군대는 코끼리를 주로 근접 전투에서 사용했으며, 적군을 분산시키거나 포위하는 전략에 활용했다. 또한, 코끼리들이 탑재한 궁수들은 적의 접근을 저지하는 데 효과적이었다.


4. 베트남에서도 코끼리 부대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특히 응우옌 왕조 시기에는 코끼리 부대가 전투의 선두에서 활약했는데, 응우옌 왕조는 코끼리를 훈련시켜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했으며, 중요한 전투에서 적을 물리치는 데 이용했다. 코끼리 부대는 적의 진형을 무너뜨리고, 코끼리의 등에서 활과 창을 사용하는 병사들이 적을 공략하는 방식으로 싸웠다.


코끼리 부대의 주요 역할을 살펴보면, 코끼리의 크기와 힘 덕분에 전투의 초반에서 적을 압박하고 진형을 무너뜨리는 데 효과적이었다. 코끼리의 무게와 힘으로 적의 진형을 빠르게 무너뜨릴 수 있었으며, 공포심을 조장하기도 했다. 한편 코끼리의 등에는 병사들이 탑승해 활, 창, 칼 등을 사용하여 적군을 공격했는데, 코끼리의 높이 때문에 적의 사정거리 밖에서 공격을 할 수 있는 전략적 이점을 제공했다. 또한 코끼리의 등장은 전투에서 심리적인 무기로도 작용했다. 거대한 코끼리가 나타나면 적군은 종종 공포에 휩싸여 전의를 상실하기도 했던 것이다.


결국 코끼리 부대는 동남아시아 역사에서 중요한 군사 전략의 일부였으며, 수많은 전투에서 강력한 무기로 사용되었던 것으로 마치 세계대전의 탱크부대의 진격을 떠올리면 그 위용이 대단하다는 것을 쉽게 상상할 수 있을 것 같다.

탱크부대.png 탱크부대의 진격 이미지

이런 위용을 자랑하는 코끼리 부대는 기원전 4세기부터 19세기까지 전투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였으나, 16~17세기 화약 무기의 등장으로 군사적 활용이 줄어들기 시작했고, 19세기에 이르러서는 현대적인 군사 체계에 의해 완전히 소멸되었다. 코끼리는 군사적 수단에서 사라졌지만, 여전히 동남아시아 문화에서 중요한 상징적 역할을 하고 있다.


아쉬운 사실은 베트남에 과거에는 코끼리가 많이 서식했으나, 현재는 코끼리 개체 수가 크게 감소한 상태라고 한다. 특히 베트남 전역에서 야생 코끼리를 보는 것은 더더욱 어렵다고 한다. 서식지는 파괴되고 밀렵이 증가하면서 코끼리 개체 수가 급격히 줄었기 때문이다.


내가 베트남에 16년간 생활하면서 코끼리를 보지 못한 슬픈 이유이다. 어찌 보면 그래서 하이바쯩 자매의 전투장면이 이상하게 느껴졌을지도 모르겠다.


명함.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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