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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정호 May 27. 2024

베트남 자원하는 징병 군인

모병제 같은 징병제를 실시하고 있는 베트남 군대

 얼마 전 와이프로부터 아들을 해군 사관학교에 보내는 것이 어떻냐? 는 제안을 듣고 고민도 없이 화부터 벌컥 내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대만 긴장 사태로 군사적 긴장감이 높은데 직업군인을 시켜 전쟁터에 보내려 하냐며 역정을 내었다. 학교장 추천으로 입시가 가능하다, 전쟁 나면 사병이 총알받이 되는 거지, 장교는 뒤에서 지시, 지휘하는 거 아니냐? 등의 말을 늘어놓았지만 내 귀엔 들리지 않았다. 그날 밤, 여러 생각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런데 주위 지인분의 말씀을 들으니 내 생각도 조금 바뀌었다. 아들에게 네 의사가 중요하다고 하면서도 수시지원이나 한 번 응시하고 최종 결정하는 것도 좋겠다며 달랬다. 나와 엄마의 생각이 무슨 소용이랴! 자기가 하고 싶은 공부, 일 하면서 꿈을 찾고, 자기 인생 만들어 가면 그만 아니겠는가!


 군대 생각이 자꾸 난다. 나도 조종사가 되고 싶어 공군사관학교를 생각했었는데 시력이 갑자기 나빠지는 바람에 고 3 때 포기를 해야 했던 기억도. 

경계 근무를 서고 있는 베트남 군인 [  Newsis 2019.02.22일자 사진 인용 ]

 요즘 전쟁 관련 기사들이 쏟아지다 보니 베트남 군대, 군인에 대한 생각이 났다. 

 

 매년 발표되는 'Global Firepower 2023'에 따르면 한국은 종합 순위 6위였고, 베트남도 세계 19위를 차지하였다. 한 편, 미국의 시장정보 조사업체 비주얼캐피털리스트가 국제 인구조사 사이트 월드파퓰레이션리뷰(WPR)의 2022년도 자료를 기반으로 최근 분석해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현역 병력만을 기준으로 군사력을 비교할 경우 세계 1위 군사대국은 218만 5000명의 현역 군인을 두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 중국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인도가 145만 5550명으로 세계 2위를 차지했고 미국이 138만 8100명으로 3위, 북한이 128만 명으로 4위, 러시아가 101만 4000명으로 5위, 파키스탄이 65만 4000명으로 6위를 각각 기록했다. 한국은 59만 9000명으로 7위에 올랐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예비군과 준군사조직까지 모두 포함시켜 군 병력규모가 가장 큰 나라는 현역 48만 2000명, 예비역 500만 명, 준군사병력 504만 명을 둔 베트남인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베트남은 현역 병력은 많지 않지만 예비군과 준군사조직의 규모가 월등히 커 총군병력이 1,052만 2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중국과 국경을 맞댄 북쪽에 모두 배치되어 있는 건가?' 현역이 48만 명만 되어도 많은 것인데 호치민시의 거리에선 군인들을 거의 보지 못했다. 의아스럽다. 어디에 숨어 있는 거지? 주로 인민위원회나, 국가 기관 정문을 지키는 군인들이 전부였다. 한국에서처럼 휴가를 나와 길을 다니는 군인들도 거의 보지 못한 것 같다. 회사나 주변에서 누가 군대 입대를 위해 환송 파티를 한다거나, 제대를 축하하는 파티를 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베트남 군대는 어떤 모습일까? 어디에 숨어 있는 것일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베트남 군대는 사회주의 특성을 반영하듯 '당과 국가가 공동으로 보유하는 형태의 군대'라고 한다. 베트남 공산당의 당군이면서 또한 베트남 사회주의 공화국의 정규군인 것이다. 당 총비서가 당 중앙군사위원회 비서를 맡고, 국방부장이 부비서를 맡고 있어, 국군이 당의 통제에 따르고 있는 것이다. 


 베트남도 한국처럼 징병제를 실시하고 있다. 18살에서 25살 사이의 젊은이들이 징집되며, 여성도 지원자에 따라 복무가 가능하다. 25살을 넘기면 해군으로 징집되는 경우가 있으며, 27살까지 징집된다. 복무기간은 18개월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주변에선 입대 관련한 사람과 이야기를 거의 듣지 못했다. 공감 매장의 매니저가 일 년에 한 번씩 100만 동의 급여를 받아 고향으로 갔다 와서는 군대 입영을 1년 연기하고 왔다고 한 것이 내가 경험한 전부였다. 왜일까? 원인을 찾아보다가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우선 군 징집의 면제 대상이 많다는 것이다. 4년제 대학 또는 전문대학에 입학하는 경우 28세까지 입대를 연기할 수 있고, 나아가 28세까지 입대하지 않을 경우 자동으로 병역이 면제된다. 보이는 부위에 문신이 있거나, 정신병력이 있는 경우에도 징집이 면제된다. 대학생이나 유학생뿐만 아니라, 유명 대기업의 재직자, 사회지도층의 자녀, 다자녀 가정의 가장, 가정의 자녀가 둘 이상인 경우, 한 명만 징집되면 나머지는 제외될 수도 있다고 한다. 병역 면제의 기준이 너무 모호하기도 하고, 불평등하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놀라운 사실은 소정의 돈을 지불하는 경우에도 면제가 가능하다고 한다. 


 이런 이야기들을 정리해 보면 베트남 군대는 징집제이지만 빠져나갈 구멍은 수두룩하고 모든 신체 건장한 남성은 국방의 의무를 져야 한다는 원칙과는 완전 배치되는 것 같았다. 그럼 어떻게 이게 가능한 것일까? 


 베트남에서는 군에 입대하면 먹고 살길이 열린다고 한다. 군부대가 해당 지역의 이권 사업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군대에 가면 군사 훈련만 받는 것뿐만 아니라, 직업 훈련 및 기술 훈련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휴일과 주말에는 어느 정도 자유롭게 개인 시간과 외출이 보장된다고 한다. 

 하지만 군대 면제가 자유롭고 세간의 질타를 받지 않는 큰 이유가 있었다. 그것은 수요보다 공급이 많기 때문이었다. 그것도 입대를 지원하는 자원자 수가 국가에서 필요로 하는 군인수 보다 많은 경우가 많다고 한다. 병력 자원 부족에 시달릴 일이 없고, 딱히 군대에 갈 생각이 없으면 이런저런 방법으로 안 가는 방법도 많다. 


 집안 사정이 좋지 못하거나 제대로 교육을 받을 수 없다고 판단한 젊은이들이 군에 입대하여 실익을 챙길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상황이기에 군대를 안 가는 주위의 청년들에 대해서도 불공평하다는 위화감이나 불만이 생겨나지 않는 것이다. 물론 베트남도 인구구조가 바뀌어 노장년층이 늘어나고 있고, 출산 자녀수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지원자 수가 줄어들어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어찌 되었건 지금까지 베트남은 군인 의무병 제도를 실시하면서도 군인도 불만 없고, 사회 구성원들도 불만 없이 나라를 지키는, 건전한 군대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징병제이면서도 모병제처럼 가고픈 사람이 군대에 자진 입대하는 그런 나라. 부럽다. 어찌 보면 그런 군대의 군인이 사기도 더 높지 않을까?

 

 한국에서 사병들의 월급과 장교들의 월급 차이가 나지 않아, 장교 수급에 심각한 문제가 대두된다는 기사들을 보면서, 또 한 번 베트남에 부러움을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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