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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정호 Nov 08. 2024

한국과 베트남의 군과 경찰

권력관계와 역할 비교

 사실 베트남에 관광을 위해 오신 분이라면, 거리에 서 있는 경찰들을 보면서 한국과 같은 베이지색 정복을 입지 않은 경찰과 국방색을 입은 군인들이 함께 다니는 것 아닌가?라는 착각을 하실 수도 있을 것이다. 실은 그들은 모두 경찰로서 교통경찰과 행정경찰들이다. 베트남에서 그들은 공안이라고 불린다. 거리에서 군인은 보이질 않고 경찰들만 있으니 '베트남에선 경찰이 군보다 위에 있지 않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는데 확인해 보니 사실이다. 

베트남 행정경찰 : Internet 재인용
베트남 교통경찰 Internet 재인용

 군과 경찰은 모든 국가에서 국가 안보와 사회 질서를 유지하는 핵심 조직이다. 하지만 이들 조직의 권한과 역할은 각 나라의 정치적 체제와 사회적 요구에 따라 다르게 구성되고 운영된다. 한국과 베트남은 역사적, 정치적 배경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비슷한 군사적 경험을 가지고 있으며, 이로 인해 군과 경찰의 권력 구조와 역할에서 흥미로운 차이와 유사점을 찾아볼 수 있었다.


 한국에서는 한국전쟁 이후 군의 정치적 영향력이 확대되었으나, 1980년대 민주화 이후 군의 정치 개입이 점차 축소되어 가고 있다. 한국은 민주주의 국가로서 경찰이 대내 질서 유지의 주요 역할을 맡고, 군은 외부 안보에 중점을 군다. 특히 군사력은 대북 방어라는 특수한 임무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군과 경찰은 기능상 명확히 분리되어 있다.

 반면 베트남은 베트남 전쟁에서 승리한 후 사회주의 체제를 확립하면서 공안(경찰)이 대내 안정과 체제 유지를 중점적으로 담당하게 되었다. 베트남의 군은 국경 방어 및 국방을 주요 임무로 하고, 공안은 국가 안보와 체제 보호를 목표로 삼았다. 베트남은 공산당의 지도 아래 군과 공안 모두가 당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지만, 대내 정치적 영향력에서는 공안이 더 강력한 편이다. 


 한국에서 경찰은 국민의 치안과 사회 질서를 유지하는 역할에 집중하며, 대중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한다. 군은 외부 위협에 대응하는 역할로 국방에 중점을 두며, 평시에는 국내 문제에 개입하지 않는다. 예외적으로 재난발생 시 인명구조 및 지원 활동을 위해 군이 동원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경찰과 군은 별개로 운영된다. 

 베트남에서는 공안(경찰)이 대내 정치적 통제를 위한 강력한 역할을 수행한다. 공안은 대내 치안 유지는 물론, 반체제 활동 감시, 정보 수집, 정치적 안정 유지를 담당하며 국가보안부 산하에 있다. 이와 달리 베트남 군은 외부 위협에 대비한 국방이 주요 역할이며, 국내 정치 문제에는 거의 개입하지 않는다. 하지만 국가 차원의 대규모 재난 시 군의 참여가 허용되기도 한다. 


 한국에서는 민주화 이후 군의 정치적 개입이 억제되면서 경찰의 역할이 더욱 강화되었다. 경찰은 행정안전부와 국회 등 민주적 통제를 받고 있으며, 국민의 인권을 보장하고 치안 질서를 유지하는 데 중점을 둔다. 군은 국방부의 관할 아래 있으며, 정치적 영향력은 제한적이다. 반면 베트남의 경우, 공안부가 공산당의 직접적인 통제를 받으며 대내적 권력 구조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다. 공안은 국민의 치안과 질서 유지뿐만 아니라 정치 체제 유지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군 역시 공산당의 지시를 받지만, 외부 방위에 주력하며 대내 정치적 영향력은 공안보다 상대적으로 적다.


 한국에서는 군과 경찰 간의 협력이 필요한 경우가 제한적이다. 군은 대북 안보와 외부 방어를, 경찰은 내부 질서 유지를 중심으로 역할이 명확히 구분되기 때문이다. 다만, 대규모 재난 상황이나 대테러 작전에서 필요한 경우 경찰과 군이 협력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해안 경비나 주요 시설의 보호 등 일부 분야에서 경찰과 군이 협력하는 경우가 있다. 반면, 베트남에서는 공안과 군이 공산당의 통제 아래 협력 관계를 유지하며, 필요시 서로 지원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공안은 내부 안보를, 군은 외부 방어를 중점으로 하지만, 국가 차원의 재난이나 내부 통제가 필요한 상황에서는 공안이 군의 지원을 받기도 한다. 이런 협력 관계는 두 조직 모두 공산당의 통제하에 있다는 점에서 가능해지는 것으로 한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동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과 베트남의 군과 경찰 관계는 각 나라의 정치적 특성과 역사적 배경에 깊이 뿌리를 두고 있다. 한국에서는 경찰이 내부 치안 유지의 주요 기관으로서 민주적 통제를 받는 한편, 군은 외부 위협에 대응하는 전문화된 조직으로 자리 잡고 있다. 반면, 베트남에서는 공안이 대내 정치적 통제와 치안을 담당하며, 공산당의 주요 수단으로 기능하고 있다. 이로 인해, 대내 권력 측면에서는 베트남 공안이 상대적으로 강력한 위치에 있으며, 군은 대외적 방어에 중점을 두어 상호 간에 권한이 분리되어 있으면서도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양국의 군과 경찰은 각기 다른 사회적 역할과 권한을 갖고 있지만, 양국의 정치적, 역사적 맥락에 따라 다르게 형성된 결과물로 나타난다. 


 한국과 베트남의 군인 및 경찰 수를 비교해 보면, 

 2023년 말 기준으로 한국의 상비병력은 약 48만 명으로 집계되었고, 베트남은 2018년 기준으로 베트남 인민군의 현역 병력은 약 448,500명으로 보고되었다. 

 한국의 경찰관 수는 2024년 8월 말 기준으로 총 131,158인 반면, 베트남의 경찰 조직인 공안부의 정확한 인원수는 공개적으로 확인하기 어렵다고 하나, 일부 추정에 따르면 약 30만 명의 인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인구대비 비율로 비교해 보자면, 한국의 군인 수는 인구 1,000명당 약 9.2명, 경찰관 수는 인구 1,000명당 약 2.5명이다. 반면, 베트남의 군인 수는 인구 1,000명당 약 4.6명, 경찰관 수는 인구 1,000명당 약 3.1명으로 추정된다. 


 이는 한국보다 더 많은 영토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베트남이 대외보다는 내부적 국가 안보와 내부체제 및 치안에 더 집중하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공안(경찰)의 정치적 파워도 군보다는 강하게 나타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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