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간지 동물중 베트남이 고양이를 채택한 이유는?
한국과 베트남의 12간지의 동물 중 다른 것은 토끼와 소이다. 베트남은 토끼 대신 고양이를 채택하였고, 소 대신 물소를 선택했다. 소와 물소는 금방 이해가 될 것이다. 한국에는 누렁이 황소가 많고 베트남에는 물소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물소는 베트남 전통 그림과 조각, 민속 이야기에서도 자주 등장하며 농업 생산성과 풍요를 상징하고 있다.
하지만 토끼와 고양이는 엄연히 다른데 왜 베트남은 고양이를 채택하였을까?
중국에서 전해지는 십이지신에 포함된 동물들에 대한 설화 중에는 용과 토끼의 이야기가 있는데, 용은 하늘을 나는 강력한 존재로, 경주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용은 강을 건널 때, 강물이 부족한 지역에 비를 내리는 일을 하느라 늦게 도착한 것이다. 반면 토끼는 강물 위에 떠 있는 돌과 나무를 디디며 경주를 마쳤다. 이에 하늘의 신은 토끼의 민첩함을 높이 평가해 4위로 정했고, 용의 이타심을 칭찬하며 5위 자리를 내어 주었다고 한다. 이렇듯 토끼는 민첩함과 순발력이 뛰어난 동물로 묘사된다.
한국과 중국의 12간지 동물중 고양이가 배제된 이유를 설명하는 설화도 있다.
고양이와 쥐는 경주에 나가기 전에 서로 친구였다. 하늘의 신이 경주 날을 선포했다. 고양이는 쥐에게 경주 날을 알려달라고 부탁했지만, 쥐는 경쟁에서 고양이를 이길 수 없을 것 같아 일부러 날짜를 잘못 알려주었다. 결국 고양이는 경주에 참가하지 못하고 십이지신에 포함되지 못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후 고양이는 쥐를 미워하게 되었고, 지금도 쥐를 보면 쫓아다닌다고 전해진다.
그럼 왜 베트남에서는 토끼 대신에 고양이가 채택되었을까?
우선 베트남의 습하고 더운 기후는 토끼가 번식하고 생존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환경이다. 이로 인해 야생 토끼가 많지 않으며, 농장에서도 토끼 사육이 흔하지 않다고 한다.
베트남은 전통적으로 농경 사회로, 물소, 돼지, 닭과 같은 가축은 주요 식재료로 활용되었지만, 토끼는 일반적으로 농업에 기여하지 않아 가축으로 키우는 경우가 드물었다. 대신, 고양이가 쥐를 잡는 실용적 역할을 하면서 토끼보다 더 친숙한 동물로 여겨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고양이는 농경 사회에서 중요한 쥐 퇴치 동물로 여겨졌고, 이는 쌀 농사가 중심인 베트남의 경제 구조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으며, 집에서 흔히 키우는 동물로, 인간과의 친밀도가 높다.
베트남 문화에서 고양이는 부드럽고 날렵하며 지혜로운 동물로 여겨지고 있는데, 이는 12간지의 민첩성과 순발력을 상징하는 동물로 적합하게 여겨진 점과 맞아 떨어지는 것이다.
12간지 사상은 중국과 한국, 베트남에 넓게 퍼져 있는 사상으로 불교와 도교의 사상과 민간신앙이 결합된 독특하면서도 매우 보편적이고 실생활에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베트남의 고양이와 물소 채택은 지역의 환경적, 사회적 조건이 십이지신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이다. 이 차이는 단순한 동물의 교체가 아니라, 각 지역의 생활 방식과 자연환경, 그리고 문화적 친숙함이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