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듯 다른 명절 이야기
설날은 한국과 베트남 모두에서 중요한 명절이지만, 두 나라의 설 문화는 서로 다른 전통과 특색을 가지고 있다. 같은 음력 설날을 기념하지만, 준비 과정, 명절 분위기, 그리고 문화적 가치에서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아래에서는 한국과 베트남 설 연휴의 차이점을 중심으로 두 나라의 문화를 비교해 보고자 한다.
1. 설 연휴의 시기와 기간
한국의 설날은 음력 1월 1일을 기준으로 3일 연휴(전날, 당일, 다음 날)로 짧고 집중적으로 진행된다. 최근에는 주말과 겹치는 경우가 많아 연휴가 4~5일로 늘어나는 경우도 있지만, 명절 자체는 비교적 간소하다.
베트남의 뗏(Tết)은 약 일주일 이상의 긴 연휴로, 회사나 공공기관에 따라 최대 2주까지도 이어질 수 있다. 베트남에서는 새해를 맞이하는 준비 기간부터 명절 분위기가 강하게 느껴지며, 전통적인 의식이 더 길게 유지된다.
2. 설 준비 과정과 분위기
한국의 설날 준비는 제사 음식 준비와 대청소로 시작된다. 선물을 주고받는 문화가 발달해 있어, 백화점, 시장 등이 설 직전 북적인다. 설 장식은 상대적으로 적으며, 간결하게 명절을 맞이하는 편이다.
베트남에서 뗏을 준비할 때는 집안 대청소와 함께 복을 상징하는 빨간색 장식품과 복숭아꽃(북부), 매화꽃(남부)으로 집을 꾸민다. 거리 곳곳에 전통 문양과 조명이 설치되며, 설 분위기를 극대화한다. 장식 문화는 베트남에서 더 화려하고 시각적으로 강렬하다.
3. 명절 음식
한국의 설 음식은 떡국과 전, 나물 등 전통 제사 음식 중심으로 간소하고 정갈하다. 떡국을 먹으며 한 살을 더하는 의미를 되새긴다.
베트남의 설 음식은 반쯩(Bánh Chưng)과 반텟(Bánh Tét)이 대표적이다. 반쯩은 네모난 모양으로 북부를, 반텟은 원통형으로 중부와 남부를 상징한다. 두 음식은 쌀과 돼지고기, 녹두를 사용해 만들어지며, 조상의 은혜를 기리는 의미가 담겨 있다.
4. 가족 행사와 전통 의식
설날 아침에는 조상에게 차례를 지내고, 가족끼리 모여 세배를 하며 덕담을 나눈다. 제사 중심의 문화가 강하며, 형식적인 요소가 강조되는 편이다.
베트남 뗏은 조상의 영혼이 집으로 돌아온다고 믿어 제단에 향을 피우고 기도를 올린다. 가족 간의 덕담 외에도 동네 이웃과도 교류하며 새해를 축하하는 문화가 있다. 이웃과의 상호작용은 베트남 설의 독특한 특징이다.
5. 세뱃돈과 리씨(Lì xì)
한국에서는 세배를 한 뒤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세뱃돈을 준다. 세뱃돈은 간소하게 봉투에 담아 주며, 금액은 대체로 적당히 정해져 있다.
베트남에서도 세뱃돈 문화가 있지만, "리씨(Lì xì)"라는 붉은 봉투에 담아 행운을 기원한다. 특히 붉은색 봉투 자체가 상징적 의미를 가지며, 받는 금액보다 봉투의 색과 디자인이 중요시되며, 나이 구분 없이 복을 나눈다는 의미로 상호간에 전달하기도 한다.
6. 현대적인 변화
한국에서는 최근 전통 의식을 생략하거나 간소화하고, 설 연휴를 이용해 가족여행이나 해외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전통보다는 실용성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강해지고 있는 것이다.
베트남에서도 전통적인 뗏 문화가 간소화되고 있으며, 특히 젊은 세대는 도시에서 간단히 명절을 보내거나 외국으로 여행을 떠나는 경향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전통적 가치와 상징은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다.
한국과 베트남은 모두 설 명절을 통해 가족과 조상의 가치를 되새기지만, 준비 과정과 전통, 그리고 명절을 대하는 태도에서 차이를 보인다. 한국은 비교적 간결하고 실용적인 명절 분위기가 강조되는 반면, 베트남은 화려하고 상징적 의미를 더 중시하는 듯하다. 이러한 차이점을 이해하며 두 나라의 문화를 존중한다면, 각자의 설 문화를 더욱 깊이 있게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베트남 Tet 연휴의 시작을 알리는 도시 꽃 광장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