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의 종교적 모습에 반하다.
새해 첫 날, 5시 30분에 일어나 6시 40분경 호치민으로 출발하는 버스에 올랐다. 새해 첫날 아침이라 그런지 국도에도 차량이 그리 많지 않았고, 1시간여만에 호찌민시 1군의 벤탄시장 근처에 도착했다. 계획에도 없었던 곳인데 버스를 내린 바로 옆에 작은 성당이 있었고, 베트남 신부님이 미사를 집전하고 계셨다. 거대한 성당만을 보다가 진짜 생활속에 스며있는 듯한 종교의 모습을 발견하니 새해 기분이 더 밝아지는 느낀이다. 잠시 머물며 미사를 진행하는 모습을 보고 나오면서 무언가 뿌듯한 느낌마저 든다.
이후 5군에 위치한 Ten Thousand Temple을 방문했다. 이곳은 다채로운 색상의 장식과 화려한 불교 건축양식이 돋보이는 사원으로, 천불전(千佛殿)이라는 이름답게 수많은 불상이 장식되어 있었다. 내부로 들어서자 신비로운 분위기가 감돌았고, 향이 가득했는데 시내 한 복판에서 이런 향 냄새를 제대로 맡아보는 것도 흥미로왔다. 불교의 깊은 역사와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다음으로 향한 곳은 Tue Thanh Assembly Hall이었다. 이곳은 중국인 화교 커뮤니티에서 세운 전통적인 사원으로, 주로 광둥(광동)계 출신들이 모여 만든 회관이다. 화려한 장식과 독특한 건축 양식이 눈길을 끌었으며, 벽과 천장에는 중국 신화와 전설이 새겨져 있어 마치 과거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주었다.
바로 옆에 위치한 Chua Quan Am(도교사원)도 방문했다. 이 사원은 도교의 신앙이 반영된 곳으로, 특히 관음보살을 모시는 장소로 유명하다. 내부에는 많은 신도들이 향을 피우며 기도를 드리고 있었고, 향 냄새와 수 많은 방문객들에 떠밀려 움직이면서도 그들의 강한 신앙심을 느낄 수 있었다.
다시 1군으로 돌아와 힌두교 사원을 방문했다. 호치민에는 소수이지만 인도계 사람들이 운영하는 힌두교 사원이 몇 군데 존재하는데, 이곳은 그중 하나로 특이한 조각과 화려한 벽화가 인상적이었다. 인도의 종교와 문화가 어떻게 베트남에서 뿌리내렸는지를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다음으로 향한 곳은 역사박물관이었다. 호치민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기 좋은 장소로, 선사 시대부터 현대까지의 유물과 전시물이 잘 정리되어 있었다. 그러나 점심시간에는 운영을 하지 않아 1시 30분까지 문을 닫는다는 사실을 몰랐다. 결국 남은 시간 동안 박물관 근처에 있는 식물원과 동물원의 그늘에서 쉬며 시간을 보냈다. 식물원의 푸른 녹음과 신선한 공기를 즐기며 한숨 돌릴 수 있었다.
1시 30분이 되어 역사박물관을 다시 방문했다. 내부에는 베트남 각 시대별 문화재, 불상, 전통 공예품 등이 전시되어 있었다. 특히 응우옌 왕조 시기의 유물과 참파 왕국의 조각품이 인상적이었다. 박물관 내부가 오픈된 형식이여서 시대별로 역사를 따라가기엔 불편함을 느꼈지만 국가의 보물들을 보는데 그런 수고쯤이야.
Tet 연휴인 관계로, 2시 30분에는 특별 공연으로 수상 인형극이 진행되었다. 베트남 전통 예술 중 하나로, 물 위에서 펼쳐지는 인형극은 색다른 볼거리였다. 이번 공연은 인어공주인데 환경보호를 주제로 색다른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공연을 관람한 후, 중앙우체국으로 이동했다. 이곳은 프랑스 식민지 시절에 지어진 건축물로, 고풍스러운 디자인과 웅장한 내부가 인상적이었다. 노란 외벽과 높은 천장은 유럽풍의 분위기를 물씬 풍겼다. 내부에는 오래된 우편함과 클래식한 전화 부스가 남아 있어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느낌을 주었다.
이어 동커이 거리를 따라 걸으며 호치민의 활기찬 분위기를 느꼈다. 동커이 거리는 다양한 상점과 고급 브랜드 매장이 줄지어 있어 쇼핑과 산책을 즐기기에 좋은 곳이었다.
그다음 방문한 곳은 응우옌 후에 거리에 위치한 인민위원회 건물이었다. 이곳은 호치민 시내 중심부에 자리 잡고 있으며, 주변에는 현대적인 건물들과 아름다운 조경이 어우러져 있었다. 마침 이곳에서 꽃 정원 축제가 열리고 있어, 다채로운 꽃들로 꾸며진 거리를 걸으며 멋진 풍경을 감상했다.
마지막으로 긴 하루를 마무리하며 하노이 분짜 식당에서 식사를 했다. 분짜는 하노이 스타일의 쌀국수와 숯불구이 돼지고기를 곁들인 요리로, 시원한 국물과 함께 먹는 방식이 인상적이었다. 고소한 돼지고기와 신선한 채소가 조화롭게 어우러져 피로를 풀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식사를 마친 후, 다시 리무진 버스에 올라 푸미로 돌아왔다. 하루 동안 다양한 종교와 문화, 역사를 경험하며 호치민의 다채로운 매력을 깊이 느낄 수 있었던 알찬 하루였다.
지쳐 글을 쓰기도 주저 스러웠는데 정리를 못 할 듯 하여 일기 형식으로 남긴다. 다음에는 각 사원별로 역사박물관은 별도로 정리해 보도록 할 예정이다. 한 해의 시작 지치지만 알차고 보람차게 마친 듯 하다. 새해에도 하루하루 건강하고 행복하고 알차게 만들도록 노력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