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를 마친 세대와 그렇지 못한 세대의 차이
며칠전 친구와 통화를 하다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한국의 50~60대 사람들이 주머니에 돈은 충분히 가지고 있는데 전혀 쓰려고 하질 않는다" 그리고는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자식들에게 넘겨 줄 것을 생각하면서 자기 주머니의 돈을 꺼내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머리가 저절로 끄덕여 졌다.
'우리 딸아이에겐 무엇을 주어야 할까?'
'아들 녀석은 아직 시간이 좀 있으니...' '내가 꼭 서울의 큰 집에서 살 필요는 없으니, 쪼개서 어느 정도...' 이런 생각들을 하기 시작한 걸 보면 나도 많이 늙었고, 한 편 아이들도 많이 큰 게 분명하다.
한편 언론에서는 노인분들이 더이상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주지 않고 죽기전까지 당신들을 위해 쓰다 가시겠다는 많아지고 있다는 기사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하게 된다.
'우리 세대와 우리 부모님 세대의 생각의 차이는 왜 나는 것일까?'를 고민해 보았다. 내 결론은 의무를 마친 세대와 아직 덜 마친 세대의 차이라는 생각이다. 즉, 우리 부모님은 우리를 이미 다 키우시고, 결혼, 생활 자금 등도 지원해 주시고 이제는 우리가 독자적으로 생존하게 하는 의무를 마치신 것이다.
하지만 우리 세대는 아직 그렇지 못하다. 부모님 세대로 부터 받은 것이 있기 때문에, 우리가 자식들에게도 그렇게 해야한다는 의무감을 갖고 있는 것이다. 내 의무를 다하기 전에 내 권리를 주장하고 생활할 염치가 없는 것이라고도 말하고 싶다.
물론 경제 발전이나 이에 따른 자산의 증식이 우리 부모님 세대때 만큼 발전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 다음 세대들은 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즉 갈수록 자식 세대들에 넘겨 줄 수 있는 여력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 경제현실이다.
이러한 현실에 대해 좀 더 살펴 보고자 한다.
한국 사회에서 중장년층과 노년층의 자산 관리 방식에는 세대별로 차이가 있다. 흔히 5060대는 자산을 많이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소비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반면, 7080대 이상의 노년층은 자신의 자산을 자녀에게 물려주기보다 자신을 위해 사용하려는 경향이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러한 차이는 단순한 개인의 성향이 아니라, 시대적 배경과 경제적 환경에 의해 형성된 세대적 특징으로 볼 수 있다.
1. 50~60대의 소비 패턴과 자산 관리
현재 50~60대는 대한민국 경제가 급속도로 성장하던 시기에 사회생활을 시작한 세대다. 이들은 산업화와 경제 발전을 직접 경험했고, 안정적인 직장과 자산 축적의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그러나 이들은 젊은 시절부터 절약과 저축이 미덕이라는 인식을 강하게 가지고 자녀 교육과 노후 대비를 위해 돈을 모으는 것을 중요하게 여겼다.
특히, 현재 50~60대는 자녀 세대에게 경제적으로 많은 지원을 해왔다. 교육비, 결혼 자금, 주택 구입 자금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자녀의 경제적 기반을 마련해주는 데 집중했다. 하지만 정작 자신들의 노후를 위한 소비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며, 무리한 지출을 꺼리는 경향이 크다. 또한, 자녀에게 재산을 남겨주려는 의식이 여전히 강하게 남아 있어 소비보다는 자산 보존을 우선시하는 경향을 보인다.
2, 70~80대 노년층의 변화된 인식
한편, 70~80대 이상의 노년층은 이미 자녀에게 재산을 넘겨줄 만큼 넘겨주고, 남은 재산을 자신을 위해 쓰려는 경향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들어 "자산을 자녀에게 물려주기보다 내가 즐기며 쓰겠다"는 태도를 보이는 사례가 증가하는 이유는 몇 가지로 분석할 수 있다.
첫째, 기대 수명의 증가로 인해 노후 생활이 길어졌다. 과거보다 건강하게 오래 사는 노인이 많아지면서, 노후 자금의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 둘째, 자녀 세대가 과거처럼 부모의 재산에 의존하는 경향이 줄어들었다. 자녀들이 독립적으로 경제 생활을 영위하면서, 부모의 도움을 받지 않아도 되는 경우가 많아진 것이다. 셋째, 사회적 분위기가 변화했다. 예전에는 부모가 자녀를 경제적으로 끝까지 책임지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졌지만, 이제는 부모도 자신의 삶을 즐길 권리가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3. 세대 차이의 원인
이러한 세대 간의 차이는 경제적 환경, 사회적 가치관, 기대 수명의 변화 등 여러 요인에서 기인한다. 5060대는 여전히 자녀 부양에 대한 부담을 가지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자산을 축적하고도 소비를 망설이는 경향이 있다. 반면, 7080대는 이미 자녀 지원을 마친 상태에서 자신을 위한 소비를 적극적으로 고려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자산의 활용 방식은 단순한 경제적 요인뿐만 아니라, 세대별 가치관과 삶의 방식에 따라 달라진다. 우리 50~60대 또한 무조건적인 절약보다는 자녀 지원과 본인의 노후 대비 사이에서 균형 잡힌 선택을 고민해야 할 시기가 된 것이다. 앞으로의 사회 변화 속에서 각 세대가 자신의 재산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더욱 중요해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