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저하지 않고 실행하여 얻은 행운과 행복
직원이 출근 도중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비디오 폰으로 스스로 연락을 하는 걸 보니 쓰러지거나 심한 부상은 아닌 듯 하여 안심이 되었다. 내 주변에만 이렇게 사고가 많은 것일까? 아니면 베트남에서 교통사고가 일상처럼 발생하는 것인가?라는 생각마저 든다.
직원이 외상은 경미하지만, 전에 큰 교통사고로 수술했던 부분이 문제가 생겼을지 몰라 병원에 가서검진을 해 보아야겠다며 오늘 하루 영업을 중단할 수 있겠냐고 묻는다. '사람이 먼저이지, 안전이 최고이지'라는 생각을 하곤 바로 병원에 가라 하곤 고객들에 메시지를 양해 메시지를 보냈다. 오늘 하루 영업을 할 수 없게 되었다고. 낮에는 요리가 아닌 상품 판매만 가능하다고.
오후 2시 숙소로 들어 오면서 '이것도 기회이다. 저녁에 채석작업 후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호수가 비취빛으로 아름답다는 곳을 방문해 보기로 마음 먹었다. 오침을 하곤 눈을 뜨니 5시이다. 일몰이 6시경이니 바로 출발해야 가능할텐데... 가는 방법도 애매하고 위치도 확실하지 않아 주저하다 숙소문을 박차고 나왔다.
택시로 왕복을 하기엔 비용도 부담스럽고, 그 곳이 정말 그만한 가치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나의 출발을 주저하게 만든 것이 사실이다. 거리로 나와 붕따우로 가는 버스를 세워 주변 성당 이름을 알려 주곤 자리에 풀썩 앉아버렸다. '어차피 집에 있어보았자 킬링타임일 것이 분면하다'는 생각으로.
버스 기사님이 잊지 않고 내가 보여 준 사진의 성당 맞은편에 내려주었다.
주말 저녁 예배가 진행중이었다. 한적한 느낌에 예배당 주변에서 옹지종기 모여 앉아 놀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 너무나 평화로와 보인다.
- 롱흐엉 성당 (Giáo xứ Long Hương)은 바리아 지역에서 규모가 큰 성당 중의 하나이며, 역사적으로도 중요한 가톨릭 교회 중 하나이다. 성당의 이름인 '롱흐엉(Long Hương)'은 해당 지역 명칭을 따서 지어졌고, 베트남 남부 가톨릭 신자들에게 오랜 기간 신앙생활의 중심 역할을 해왔다.
유럽 고딕 스타일과 현대적 요소가 혼합된 건축물로, 붉은색 지붕과 높은 첨탑, 그리고 대형 시계탑이 인상적이다. 성당 꼭대기에는 십자가가 세워져 있다. 정문에는 'Giáo Xứ LONG HƯƠNG'라는 명칭이 적혀 있고, 왼편에는 큰 십자가가 세워져 있으며, 문을 지나면 바로 성모 마리아상이 모셔져 있다. 이 성당은 바리아 지역에서 20세기 초반부터 가톨릭 공동체가 형성되었고, 신자들의 신앙 공간으로 성장했다. 주변에는 학교, 수도원, 기타 종교 시설들이 함께 있다.
시간을 아껴 사진에 담고 거리로 나와 Xanh(Grap 택시와 비슷한 호출 택시)에 채석장 호수를 목표지점으로 찍으니 바로 차량이 달려온다. 3~4분 정도 비포장 도로를 달렸을까? 바로 호수가 보이기 시작했다.
처음 호수를 보면서 '푸미에서부터 택시를 타지 않기를 잘했다'는 생각이었다. 베트남 사람들에 명소로 유명해 지기 시작했다고 했는데.... 사람들도 없고, 낙시를 하는 3~4명의 청소년들과 한 쌍의 연인이 사진을 찍고 있는 것이 전부였다. 택시 기사에게 10여분만 있다가 푸미로 돌아갈테니 기다려 줄 수 있냐고 하자 흔쾌히 승락해 주었다. 금액도 예상보다 훨씬 저렴하게.
택시 기사와 합의를 보고 호수 쪽으로 내려 가니 일몰이 시작되면서 호수의 바람과 잔잔한 물결이 내 감정을 100% 반전시킨다. 호수 물이 어찌 그렇게 비취빛이 되는지도 궁금해진다. 물고기 한마리도 잡지 못하고 앉아 있는 청년들의 모습도 그저 평화롭게 자유스러워 보여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이다.
이곳은 원래 산을 깎아 돌을 채취하던 채석장이었고, 채굴이 중단된 후 빗물과 지하수가 고여 지금의 호수 형태가 되었다고 한다. 채석장 특성상 주변이 암벽으로 둘러싸여 있고, 수심이 깊은 곳도 많다. 주위에 산과 언덕이 둘러싸고 있어 호수 풍경이 굉장히 한적하고 아름답다. 석양 무렵이면 하늘과 물빛이 어우러져 고요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현지 주민들은 이곳을 낚시터나 소풍 장소로 활용하기도 한다고 한다. 수질이 나쁘지 않고, 고요하기 때문에 주말에 조용히 시간을 보내려는 사람들이 찾기도 한다. 다만 정식 관광지는 아니라서 별도의 시설물(화장실, 매점 등)은 거의 없고, 자연 그대로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
이 호수의 색깔이 비취빛을 내는 이유가 궁금해졌다.
- 채석장 호수가 비취색을 띠는 이유
1. 광물질 성분 : 바리아 지역은 석회암, 화강암, 사암 등 다양한 암석이 채굴되던 곳인데, 이런 암석이 물속에 녹아들면서 특정 광물질이 물에 용해되어 색깔에 영향을 준다. 특히, 석회암(CaCO3) 성분이 많은 지역은 물에 칼슘과 탄산이 녹아들면서 물을 맑고 청록색, 비취색으로 만든다. 채석장 바닥의 돌과 흙도 이런 미네랄 성분이 풍부해, 햇빛이 비칠 때 반사돼 에메랄드색처럼 보이게 되는 것이다.
2. 수심과 바닥 색 : 수심이 깊을수록 빛의 산란 효과로 청록색, 푸른색이 더욱 강해진다. 그리고 바닥이 흰색 또는 연한 회색(석회석 등)일 경우 빛을 더 많이 반사해서 투명하면서도 옅은 비취색을 띠게 된다.
3. 부유물질이 적은 깨끗한 물 : 이런 호수들은 유입되는 흙탕물, 유기물이 적고 비교적 깨끗한 경우가 많아서 맑은 물이 유지된다. 탁도가 낮은 물은 햇빛에 의해 색이 더욱 또렷하게 드러나게 된다.
4. 햇빛과 각도 : 특히 오후, 석양 무렵에는 햇빛이 수면에 낮은 각도로 들어오면서 더 따뜻하고 오묘한 색감을 만든다. 그래서 시간대에 따라 비취색이 더 진하게 보이기도 한다.
정리하자면 이 호수는 석회암 같은 광물질이 풍부하고 다른 부유물이 적은 맑은 물에, 깊은 수심과 하얀 바닥으로 인해 햇빛을 받으면서 조화를 이루어 비취색 물빛이 만들어 내는 것이다.
택시에 올라 푸미로 향하면서 문득 이전에 국도 주변에 많이 있던 성당들이 생각이 났다. 기사분께 돈을 조금 더 지불할테니 성당에 잠시 잠시 들러 사진을 찍을 수 있겠냐고 했다.
51번 국도에서 안쪽으로 30m정도를 걸어 들어가니, 띤 이유(Giáo xứ Tình Yêu)이 보인다. 베트남어로 Tình Yêu는 '사랑'이라는 뜻인데, 그래서 현지에서는 '사랑의 성당'으로도 불리며, 작고 아담하지만 의미 있는 분위기를 가진 성당이다.
처음 천사들 조각상으로 장식된 입구로 들어서려니 황혼과 더불어 정말 천국에 입구를 통과하는 듯한 기분을 갖게 된다. 이 성당에선 이미 저녁 예배가 마무리된 듯 했다. 예배당 앞에서 청년들이 선생님의 성경 말씀에 열중이다.
- 띤 이유 성당은 "Giáo xứ Tình Yêu" = "사랑의 교구"라는 뜻이며, 이름에서부터 사랑과 봉사를 강조하는 공동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로 가난한 사람들, 어려운 이웃을 위한 봉사활동이 활발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오른쪽 큰 돌에 새겨진 조각은 성 요셉과 아기 예수인데, 그 아래에는 베트남어로 "Người Cha chính nghĩa"라고 적혀 있는데, "의로운 아버지"라는 뜻으로 성 요셉을 지칭하는 표현이다. 왼쪽 벽면에는 사랑을 상징하는 하트와 불꽃 모양의 로고가 있고, 아래에 "Tình Yêu"라고 적혀 있다.
건물 자체는 화려하지 않고 단순한 구조인데, 하얀 외벽과 따뜻한 조명으로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입구 정면에서 바로 제대와 성상이 보이는데, 규모는 작지만 소박하고 정갈한 느낌이 강하다.
이 성당은 규모는 크지 않지만, 바리아 현지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구호 활동과 무료 급식, 학비 지원, 고아원 후원 등 사회적 봉사를 꾸준히 실천하고 있는 교구로 유명하다고 한다.
차에 오르기가 바쁘게 또 성당이 모습을 드러냈다.
랑 깟‘Làng Cát’이라는 이름은 베트남어로 '모래 마을'이라는 뜻인데, 이 지역의 지형적 특성에서 유래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이 성당은 바리아 내에서도 신자 수가 많은 편인 교구 중 하나로, 오래된 역사와 함께 지역 공동체의 중심 역할을 하고 있는 성당이다.
성당 입구에서 본당으로 들어가는 양 옆에 길에는 구멍가게들과 일반 가옥들이 늘어서 있는 것이 특이해 보인다.
성당 입구는 독특한 삼각 구조물로 되어 있고, 그 위에 십자가와 원형 장식이 얹혀 있는 독특한 디자인이 눈에 띈다. 이 구조물은 베트남 전통과 현대적 조형미가 섞인 듯한 독창적인 형태로, 랑깟 성당을 대표하는 상징물이라고 할 수 있다.
성당 본당은 흰색 벽체에 고딕풍 아치 형태를 채용했고, 정면 위쪽에는 붉은 십자가가 밤에도 환하게 빛나며 멀리서도 쉽게 알아볼 수 있다. 출입문이 세 개로 구성되어 있고, 중앙 위쪽에는 예수상(혹은 성인상)이 조명을 받으며 놓여 있다.
랑깟 성당은 바리아 지역에서도 규모가 있는 교구로, 청년부, 어린이 교육, 성가대, 자선 활동이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고, 성탄절, 부활절 등 주요 행사 때는 인근 주민들이 대거 참여해 성대한 미사를 치르는 곳이라고 한다.
특히 성당 입구 주변에는 작은 노점, 음식점, 음료 가게들이 있어서 신자들이 미사 전후로 모여 담소를 나누거나 식사를 하는 등 지역 커뮤니티 공간 역할도 하고 있다.
이어 도착한 곳은 랑 선 성당이다.
람선 성당 (Giáo xứ Lam Sơn)의 "Lam Sơn"은 베트남 역사적으로도 유명한 독립운동지의 이름에서 따온 것으로, 독립, 평화, 희망을 상징하는 뜻이 담겨 있다. 조용하고 따뜻한 분위기의 교구로, 가족 단위 신자들이 많고 공동체 중심 활동이 활발하다고 한다.
성당 입구는 독특하게 네온 조명으로 화려하게 꾸며져 있어 야경이 더욱 아름다와 보인다. 특히 성탄절, 부활절 같은 절기에는 입구부터 본당까지 화려한 조명으로 꾸며져서 지역 사람들이 사진 찍으러 많이 찾다고 한다.
성당 문 위에는 "Giáo xứ Lam Sơn"이라는 성당명이 밝게 조명으로 표시돼 있고, 아치형 장식과 기념문이 있어 입구부터 성스럽고 경건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성당 본당은 전통적인 베트남 가톨릭 건축 양식과 현대적 요소가 조화를 이루고 있고, 내부는 소박하면서도 밝고 환한 분위이다.
람선 성당은 크진 않지만, 교우들의 공동체 의식이 강해서 다양한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청년부,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신앙 교육이 활발하고,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한 자선 활동, 기부 행사 운영 등도 많고, 성가대 활동, 미사 전후 신자들 교류가 많은 편이라고 한다. 특히 지역 주민들의 신앙심이 깊어서, 미사 참석률이 높고 꾸준히 유지되는 게 특징이다.
유독 불이거져 있는 성당이 있어 의아해 했는데 오늘 살펴보니 이 곳은 수녀원이라고 한다.
이 곳은 수녀원의 "Xitô"는 가톨릭의 시토회(Cistercian)를 뜻하고, 시토회는 엄격한 수도 규율과 노동, 기도로 유명한 수도회라고 한다.
전통적인 베트남 사찰 양식과 가톨릭 수도원 양식이 혼합된 독특한 건축물이며, 특히 문 위에 있는 탑 형식의 구조물과 푸른 기와 지붕이 눈에 띈다. 정문에는 수도원 특유의 상징, 태양과 밀, 포도, 십자가 문양이 조각돼 있는데, 이는 노동과 기도, 성체성사를 의미한다고 한다.
이곳은 일반 성당과 달리 수도 생활을 하는 수녀들이 공동체로 생활하는 곳이고, 외부 방문객 출입이 제한적이거나 미리 예약이나 허가 없이는 출입이 어려운 곳이 많다고 한다. 이곳에서 수녀들은 하루의 대부분을 기도, 노동, 묵상으로 보내고, 외부 활동이나 행사에는 제한이 많다고 한다.
이전에 이 성당 앞을 지나가면서 '저긴 교회인가보다'라는 생각이 들어 꼭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곳인데 실제로는 이 곳도 성당이었다. 쭈어 하이(Giáo xứ Chúa Hải) 성당이다.
‘Chúa Hải’는 베트남어로 해석하면 "자비로운 주님" 또는 "자애로운 주님"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예수님의 자비로움과 사랑을 강조하는 이름으로, 교구 전체가 따뜻한 공동체 활동, 봉사, 기도에 집중하고 있다고 한다.
성당의 입구 상단에도 크고 붉은 글씨로 "CHÚA HẢI"가 써 있고, 양쪽에는 전통적인 베트남 건축 느낌을 살린 곡선 장식이 있다.
현대적인 디자인이 특징적이고, 외관은 비교적 단순하면서도, 십자가와 건물 외벽에 LED 조명이 설치돼 있어서 밤이 되면 환하게 빛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종탑에는 'REDO'라고 적힌 간판이 있는데, 이것은 교구의 활동이나 내부 커뮤니티 명칭, 혹은 모토라고 한다.
쭈어 하이(Chúa Hải) 성당은 규모는 중간 정도지만, 바리아 시내 주민들에게 중요한 신앙 공동체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한다. 청년부, 어린이 미사, 성가대 활동이 활발하며, 많은 지역 봉사, 구호, 교육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중이다.
저녁 미사 시간이 되면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들고, 오토바이 주차로 가득 차는 모습이 흔하며, 노용하고 안정적인 분위기의 교구로, 가족 단위 신자들이 많이 참여하는 편이라고 한다.
사실 마지막의 성당은 몇 번이고 간 곳이고, 국도의 맞은 편에 있는 관계로 기사가 저기가 이 지역에서 가장 큰 곳이라며 가보자고 하는 것을 너무 많은 곳을 방문해서 시간이 많이 지체된 것 같은 미안함도 있어 푸미로 가자고 말씀드렸다.
송빈 성당 (Giáo xứ Song Vĩnh)은 웅장한 프랑스 고딕 양식의 성당으로, 쌍탑 구조와 정교한 조각이 돋보이는 성당으로 이 지역에서 가장 최근에 세워진 성당이다.
푸미 지역의 중심 성당 중 하나로, 공단에서 일하는 많은 신자들이 찾는 곳으로 밤에는 성당 전체를 밝히는 조명 덕분에 더욱 아름답게 보이며, 푸미 지역의 랜드마크 역할을 하기도 한다.
오늘 제대로 한 끼를 하지 못한 듯 하여 치킨이 먹고 싶다는 생각을 하려는 순간 지인이 건 전화벨이 울렸다. "저녁 안 했으면 바로 이 곳으로 오세요..."
갈까 말까 주저했던 순간을 깨고, 숙소를 박차고 나온 내 자신에 대해 무척이나 감사하고, 스스로 대견스러웠다. 다른 분들과 같이 하더라도 이렇게 아름답고 알찬 시간을 만들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착한 마음으로 친절히 모든 성당들을 둘러 볼 수 있게 해 준 젊은 택시 기사에게도 감사하는 마음이 크다.
오늘은 직원도 일상으로 돌아와 출근을 하였고, 새롭게 한 주가 시작되었다. 오늘 아침 4시에 잠이 깨어 또 무작정 숙소를 나왔다가 봉변도 당하고, 희기한 인연도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