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베트남 국민이 뽑은 위대한 인물 10인

왕보다 장군, 혁명가가 더 빛나는 이유

by 한정호

■ 베트남 국민이 뽑은 위대한 인물 10인

베트남의 역사에는 수많은 위대한 인물들이 있다. 그러나 흥미로운 점은, 한국에서 세종대왕이나 태조 이성계처럼 ‘왕’이 중요한 역사적 인물로 자리 잡은 것과 달리, 베트남에서는 장군, 군사 지도자나 혁명가들이 훨씬 더 높은 평가를 받는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베트남 국민들이 존경하는 역사적 인물들은 누구일까?


1. 호찌민(Hồ Chí Minh, 1890–1969) - 베트남 민주공화국 초대 주석, 독립운동과 공산주의 혁명의 상징

2. 쩐흥다오(Trần Hưng Đạo, 1228–1300) - 몽골 제국의 침략을 세 차례나 막아낸 베트남의 전설적인 장군

3. 레러이(Lê Lợi, 1385–1433) - 명나라의 지배에서 베트남을 독립시키고 후 레 왕조를 세운 왕

4. 응우옌짜이(Nguyễn Trãi, 1380–1442) - 베트남의 독립을 이끈 전략가이자 문인

5. 바찌에우(Bà Triệu, 225–248) - 오나라의 지배에 맞서 싸운 여성 전사

6. 쯔엉딘(Triệu Đình, 1820–1864) - 프랑스 식민 통치에 저항한 반군 지도자

7. 판보이쩌우(Phan Bội Châu, 1867–1940) - 프랑스에 맞선 독립운동의 아버지

8. 판쭈찐(Phan Chu Trinh, 1872–1926) - 평화적 개혁을 통해 독립을 추구한 사상가

9. 보응우옌잡(Võ Nguyên Giáp, 1911–2013) - 프랑스와 미국을 상대로 승리를 거둔 전설적인 군사 지도자

10. 응우옌하이터우(Nguyễn Hải Thần, 1878–1951) - 중국에서 베트남 독립운동을 주도한 혁명가


이 명단을 보면, 왕보다는 군사 지도자, 독립운동가, 혁명가들이 더 많이 포함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럼 왜 베트남은 왕을 높이 평가하지 않는 것일까?


1. 한국 왕조의 특징 : 장기적인 통치와 왕권 강화

한국의 대표적인 왕조인 신라,통일신라(기원전 57년 ~ 935년), 고려(918–1392)와 조선(1392–1897)은 각각 수백 년 동안 이어졌고, 왕권이 점진적으로 강화되면서 강력한 중앙집권 체제를 구축했다. 조선의 경우 유교적 왕도정치를 기반으로 세종대왕, 정조와 같은 뛰어난 군주들이 학문과 기술을 발전시키며 나라를 통치했다. 이러한 이유로 한국에서는 왕이 곧 나라를 대표하는 존재가 되었고, 왕의 업적이 중요하게 평가되었다.


2. 베트남 왕조의 특징 : 짧은 왕조와 끊임없는 외세의 침략

반면 베트남은 수많은 외세(중국, 몽골, 프랑스, 미국)의 침략을 받으며, 왕조의 명맥이 짧거나 불안정했다. 대표적인 왕조를 살펴보면:

- 응오 왕조(939-965, 26년) - 독립을 얻었으나 곧 혼란

- 딘 왕조(968-980, 12년) - 짧은 통치 후 멸망

- 전기 레 왕조(1428-1527, 99년) - 독립을 이루었으나 내분으로 몰락

- 후기 레 왕조(1533-1789, 256년) - 실질 권력은 찐(Trịnh)씨와 응우옌(Nguyễn)씨 가문이 장악

- 응우옌 왕조(1802-1945, 143년) - 마지막 왕조, 프랑스 식민지가 되면서 권위 상실


이처럼 베트남의 왕들은 대부분 국가를 장기간 안정적으로 통치하지 못했으며, 왕권이 약하거나 실질적인 통치권을 귀족 세력에게 빼앗긴 경우가 많았다.


3. 외세와 싸운 영웅들, 국민의 진정한 영웅이 되다

한국에서는 나라를 다스리는 왕이 역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베트남에서는 왕보다도 외세의 침략을 막아낸 장군과 혁명가들이 더욱 빛나는 존재가 되었다. 몽골의 침략을 막아낸 명장안 쩐흥다오, 명나라를 몰아내고 베트남의 독립을 이끈 왕 레러이 그리고 프랑스와 미국을 상대로 베트남을 승리로 이끈 군사 전략가 보응우옌잡이 대표적인 인물들이다.

특히, 베트남 최후의 왕조인 응우옌 왕조는 프랑스의 간섭을 받으며 점점 무력해졌고, 결국 프랑스 식민지가 되었기 때문에 국민들에게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왕들이 나라를 지키지 못하고 외세에 굴복했다는 점이, 베트남에서 왕들이 존경받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되었다.


처음 베트남 국민들이 뽑은 위인 10명의 리스트를 보면서 '사회주의 국가라서 그런 걸까?'라는 의문을 갖기도 했다.

물론, 현대 베트남은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하며 호찌민, 보응우옌잡 같은 공산주의 지도자들을 역사적으로 높이 평가하는 경향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베트남에서 혁명가와 장군들이 왕보다 더 존경받는 이유는 단순히 사회주의 때문이 아니라, 베트남의 역사적 특성과 외세의 침략 속에서 국가를 지켜낸 인물들이 더욱 중요하게 여겨졌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베트남의 역사는 '왕의 역사'가 아니라 '투쟁의 역사'였다고 볼 수 있겠다.

한국의 역사에서 왕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면, 베트남의 역사에서는 혁명과 전쟁 속에서 나라를 지킨 군사 지도자와 독립운동가들이 중심이 된다. 한국과 베트남은 비슷한 아시아 문화권에 속하지만, 왕조의 지속 기간, 외세의 침략 정도, 국가의 생존 방식이 달랐기 때문에 역사 속 인물에 대한 평가도 다르게 나타나는 것이다.

베트남의 국민들은 왕보다도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친 인물들을 더 존경한다. 이것이 바로 베트남의 역사가 ‘왕의 역사’가 아니라, ‘투쟁의 역사’로 기억되는 이유다.


명함.png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2025년 환율 강달러 추세 지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