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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소권의 공포: 한번 찍히면 끝!

검찰 공화국 시리즈 2

by 한정호

한국 검찰의 권력 중 핵심은 단연 기소권이다. 기소는 누군가를 형사재판에 세우는 행위다. 그런데 문제는, 한국에선 이 기소권을 오직 검찰만 독점하고 있다는 데 있다.


1. "기소 = 유죄"인 나라

한국의 형사사건 유죄율은 99%에 가깝다. 이 말은 곧 검찰이 기소하면 거의 대부분 유죄 판결이 나온다는 뜻이다. 즉, 검찰은 기소를 통해 사람의 인생을 사실상 결정할 수 있다. 기소되는 순간, 재판에서 무죄를 받아도 이미 언론과 사회에서는 유죄처럼 낙인찍힌다. 이게 바로 기소의 공포다.


2. 기소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없다

반대로, 기소를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는다. 같은 범죄 혐의가 있어도, 어떤 사람은 기소되고 어떤 사람은 기소되지 않는다. 이건 검찰의 판단에 전적으로 달려 있다. 수사가 끝나도, 증거가 있어도, 검찰이 기소하지 않으면 재판은 열리지 않는다.

즉, 검찰은 '누구를 처벌할 것인가'를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셈이다.


3. 정적은 기소, 측근은 무혐의

이 구조가 얼마나 위험한지는 실제 사례에서 드러난다. 정권과 대립각을 세운 정치인은 별건 수사와 함께 기소되고, 권력자와 가까운 인사는 같은 혐의에도 불구하고 무혐의 처분된다.

예를 들어, 노무현 전 대통령은 퇴임 후 가족과 측근이 수사 대상이 되면서 강한 압박을 받았다. 언론을 통한 피의사실 공표, 여론 재판, 반복적인 소환 등이 이어졌고, 결국 그는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비극을 맞았다. 정작 검찰은 그를 기소하지도 못했지만, 이미 ‘정치적 사망 선고’는 내려져 있었던 것이다. 반대로, 권력에 가까운 인물들은 명백한 의혹이 있어도 불기소 처분되며 조용히 넘어간 경우가 허다하다.


4. ‘검사의 기소권’은 절대권력이다

검사는 기소할지 말지를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고, 그 결정에 대해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 재판부는 기소된 사건만 심리하고, 국회나 시민은 기소 여부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며, 검찰 내부에서도 상급자의 지휘 없이 개별 검사가 판단할 수 있다. 이처럼 기소권은 사법 시스템 안에서 거의 유일하게 견제받지 않는 권력이다.


5. 기소를 무기로 한 정치 개입

검찰은 이 기소권을 통해 정치를 조율하거나 압박한다. 정권 초기에 전 정권 인사를 줄줄이 기소해 ‘정치적 청산’의 이미지를 만든다. 정권과 갈등을 빚으면 핵심 측근을 기소해 ‘정치적 경고’를 날린다.

반대로 정권의 편에 서면, 수사와 기소를 늦추거나 무마한다. 즉, 기소는 법적 행위 이전에 정치적 메시지인 것이다.


다음 편에서는 이 기소권이 언론과 결합할 때 어떤 파괴력을 가지는지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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