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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과 손잡은 권력 : 검언유착 실태

검찰 공화국 시리즈 3

by 한정호

기소권이 막강한 권력이라면, 그 힘을 몇 배로 증폭시키는 건 바로 언론과의 결합이다. 검찰은 수사 착수 시점부터 언론을 활용해 여론전을 벌인다. 피의사실이 흘러나오고, '단독'이라는 이름으로 기사가 쏟아진다. 기소도, 재판도 시작되지 않았지만 이미 국민의 머릿속엔 '유죄 프레임'이 완성된다.


1. 피의사실 공표 – 불법이 일상화되다

헌법과 형사소송법은 '무죄 추정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형사 피의자는 재판을 통해 유죄가 입증되기 전까지는 무죄로 간주되어야 한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선 수사 초기부터 언론에 피의사실이 흘러나오고, 포털 메인에는 '단독 보도'라는 타이틀로 수사 내용이 실시간 중계된다. 이는 명백한 '피의사실 공표죄'지만, 검찰 내부에서 자정되거나 처벌된 사례는 거의 없다. 오히려 일부 검사들은 이걸 통해 자신의 입지를 강화하거나, 정치를 움직이는 수단으로 삼기도 한다.


2. 받아쓰기 언론 – 감시가 아닌 복제

문제는 언론이다. 언론은 검찰이 흘린 정보를 확인 없이 '받아쓰기'하고, 그 내용을 부풀려 자극적으로 포장한다.

"○○측근 수사 착수"

"○○, 수상한 자금 흐름 포착"

"단독 입수, ○○ 비공식 보고서"

이런 기사들은 독자의 클릭을 유도하고, 대중의 인식을 장악한다. 검찰은 이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한다. 수사기관의 권력을 감시해야 할 언론이 오히려 그 권력을 확대하는 통로가 되어버린 것이다.


3. 검언유착의 실례들

대표적인 사건이 2020년의 '채널A 기자-검사 유착 의혹'이다. 채널A 기자가 수감 중인 재소자를 압박해 유시민 전 이사장에 대한 진술을 유도하려 했고, 그 배경에 현직 검사의 이름이 거론됐다. 사건은 정치권을 뒤흔들었지만, 검찰은 해당 검사에 대해 사실상 아무런 책임도 묻지 않았다.

이외에도 특정 언론과 검찰이 공동으로 '정적 흠집내기'에 나섰던 정황은 여러 차례 제기되었지만,

그 누구도 진지하게 수사되지 않았다.


4. '여론 수사'의 시대

검찰은 기소 전 수사를 언론에 흘려 여론을 만들고, 기소 후에도 언론을 통해 사건을 확대 재생산한다. 이 과정에서 재판은 형식적인 절차로 전락하고, 국민은 이미 ‘언론 재판’으로 사건의 결론을 내리게 된다.

'검찰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여론을 이용하고, 언론은 클릭 수익과 영향력 강화를 위해 검찰을 이용한다.'

이것이 오늘날 '검언유착'이 구조화된 방식이다.


5. 피해자는 누구인가

결국 가장 큰 피해자는 국민이다. 정확하지 않은 정보에 휘둘리고, 사실 여부를 따지기 전에 한 사람의 인생이 무너진다. 언론과 검찰이 공동 생산한 '가짜 정의'는 한 개인, 한 가족의 삶을 송두리째 무너뜨릴 수 있다. 그리고 그 피해자에게 사과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다음 편에서는, 그렇게 거듭된 실패의 역사, 검찰개혁이 왜 번번이 좌절되어 왔는지를 되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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