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공화국 시리즈 5
한국은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쥐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선진국은 이 권한을 명확히 분리함으로써 권력 남용을 방지하고 있다. 왜 우리는 이 당연한 구조를 갖추지 못했을까? 그 해답은 다른 나라들이 어떻게 제도를 설계했는지를 보면 알 수 있다.
1. 미국 – 기소는 지방 검사, 감시는 시민 배심
미국은 수사기관과 기소기관이 분리돼 있다. 수사는 FBI, 경찰 등 각 주·연방의 기관들이 담당한다. 기소는 지역별로 선출된 지방검사(District Attorney, DA)가 맡는다. 중요한 점은, DA는 ‘선출직’이라는 점이다. 시민이 직접 선출한 검사들이 기소 여부를 결정하므로, 권력으로부터 독립적인 감시와 책임이 가능하다. 또한 대배심(Grand Jury) 제도도 있다. 중대한 사건의 경우 일반 시민들로 구성된 배심원단이 기소 여부를 판단한다. 이는 검사의 자의적인 기소를 견제하는 역할을 한다.
2. 독일 – 검사와 경찰은 협력, 법원이 통제
독일은 경찰과 검찰이 수사 과정에서 협력하지만, 검찰은 사법부에 속한다. 그리고 형사재판에서 중요한 원칙이 있다. 검찰은 '기소 편의주의'가 아닌 '기소 법정주의'에 가깝다. 수사 결과 범죄가 확인되면 반드시 기소해야 한다. 또한 수사단계에서부터 법원이 적극적으로 개입해 영장 발부, 수사 범위 등을 엄격히 통제한다. 이로 인해 검찰이 정치적 목적에 따라 기소 여부를 자의적으로 결정하거나, 언론 플레이를 하는 방식은 제도적으로 불가능하다.
3. 일본 – 검찰심사회라는 시민 견제장치
일본 역시 수사와 기소를 모두 검찰이 수행하는 구조이지만, 중요한 견제 장치가 있다. 바로 ‘검찰심사회(검찰심사회制度)’라는 시민 제도다. 검찰이 불기소한 사건에 대해 일반 시민 11명이 심의하고, 부당하다고 판단하면 재기소할 수 있다. 실제로 이 제도를 통해 도쿄지검이 기소하지 않은 정치인들이 시민 판단으로 법정에 선 사례도 있다. 또한 일본 검찰은 언론 노출을 최소화하며, 피의사실 공표가 엄격히 금지되어 있다.
4. 왜 우리는 이 구조를 못 갖췄을까?
한국은 일제의 검찰 시스템을 거의 그대로 이어받았지만, 일본이 이후 시민 감시 제도를 보완한 데 비해 우리는 그조차 없었다. 또한 대통령제와 중앙집권적 구조 속에서 검찰을 통한 정치 통제가 유용하게 작동했고, 그로 인해 제도적 변화는 번번이 무산되었다.
결과적으로 한국은 수사권, 기소권, 언론 플레이, 피의사실 공표 등 모든 권한을 검찰 한 기관에 몰아준 세계 유일의 나라가 되어버렸다.
다음 편에서는, 그렇다면 한국 검찰을 어떻게 감시하고 통제할 수 있을지를 이야기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