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일하고 돌아온 이들은 한국을 어떻게 기억할까?
매장에 한 무리의 베트남 손님이 들어섰다. 늘 그렇듯 환하게 웃으며 반갑게 맞이했는데, 그 중 한 사람이 나를 향해 또렷한 한국말로 말했다.
“안녕하세요.”
순간, 살짝 놀랐다. 요즘 베트남 젊은이들 사이에서 한류가 인기가 많다 보니, 한국 드라마나 예능에서 본 표현 몇 마디쯤은 따라할 수 있다는 건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 손님의 발음은 분명 익숙한 느낌이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음식을 제공하는 중간에도 또렷하게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혹시 한국에 다녀오셨어요?”
“네, 예전에 몇 년 동안 한국에서 일했어요. 충청도 쪽에 있었어요.”
이 대답을 들은 순간, 퍼뜩 스친 생각이 있었다. ‘아… 한국에 일하러 갔던 베트남 사람들이 꽤 많다고 하더니 이 지방 분도 그렇구나.’
베트남 근로자, 한국을 경험하다
실제로 2000년대 후반부터 한국 정부는 외국인 고용허가제(EPS, Employment Permit System)를 통해 베트남을 포함한 아시아 여러 국가에서 근로자를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한국에 체류한 베트남 국적자는 2023년 기준 약 25만 명에 달했으며, 이 중 상당수가 단기 근로자로 입국했다. 2004년 이후 EPS를 통해 15만 명 이상이 한국에 파견되었고, 이 수치는 해마다 증가 추세였다.
그들은 주로 제조업, 건설업, 농축산업 분야에 종사했으며, 일부는 음식점이나 서비스업에도 흡수되었다. 대부분 3년에서 5년의 체류 기간을 마치고 귀국했지만, 일부는 귀화를 하거나 결혼 이민을 통해 한국에 정착하기도 했다.
한국은 그들에게 어떤 기억일까?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인식과 처우는 지역과 사업장마다 정말 다양다. 어떤 이는 "한국에서 배운 기술과 돈이 내 인생을 바꿨다"고 말하기도 했고, 또 다른 이는 "힘든 노동과 언어 장벽, 차별로 매일이 고됐다"고 회상한다.
한국에서 돌아온 많은 베트남인들은 '돈을 벌기 위해 참아낸 시간'이라는 표현을 자주 쓴다. 하지만 동시에,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신뢰와 존중도 남겨져 있다.
“한국은 좋은 나라였어요.”
우리 매장에 오신 그 손님 역시 비슷한 말을 했다. “힘든 일이 많았지만, 그래도 한국은 참 질서 있는 나라예요. 일한 만큼 받는 것도 좋았고요.” 라는 말을 남긴 그 손님의 말에서, 나는 ‘계약이 비교적 잘 지켜지는 사회’라는 한국의 또 다른 면모를 느꼈다. 물론 모든 경우가 그렇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규칙이 작동하는 나라’라는 인상은 그들의 기억 속에 분명히 남아 있는 듯했다.
“힘든 일이 많았지만, 그래도 한국은 참 질서 있는 나라였어요. 그리고 한국 사람들, 생각보다 다정했어요. 또 가고 싶어요”
그 말을 듣고 나는 또 한 번 마음이 뜨거워졌다. 한국이라는 나라가 누군가에게 삶의 한 페이지로 남아 있다는 것. 그리고 그 기억이 ‘감사합니다’라는 말로 다시 나에게 돌아오는 것. 이 얼마나 소중한 인연인가?!
다시 만난 한국, 베트남에서
요즘 베트남에서 느끼는 또 하나의 변화는, 한국을 경험한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단순히 한국어 몇 마디를 아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문화를 이해하고, 질서를 지키는 습관이 몸에 밴 사람들이다. 어쩌면 한국과 베트남의 관계는 무역이나 투자보다 더 깊은 차원에서, 이런 사람 대 사람의 경험을 통해 단단해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혹시, 당신은 베트남을 방문하신 적이 있나요? 또는 한국에 다녀간 외국인과 이야기 나눈 적이 있나요? 그들은 우리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친절한 미소와 짧은 인사 한 마디가 누군가에게는 한국에 대한 이미지 전부가 될 수도 있다.
손님이 남기고 간 “감사합니다”라는 말이, "또 가고 싶어요"라는 짧은 말이 나에게도 많은 생각을 남겨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