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은 진정 나를 싫어 하시나?
나름 알차게 공부도 하고, 타이트하게 일정까지 수립하여 붕따우를 탐방해 보기로 했다.
06:00 ~ 07:00 : 푸미 출발 → 붕따우 도착
호아마이/또안탕 버스 이용, 붕따우 터미널 or Lê Hồng Phong 사거리 하차
07:30 ~ 08:30 : 예수상 (Tượng Chúa Kitô Vua – 그리스도상)
: 붕따우를 상징하는 대형 예수상. 산꼭대기까지 계단으로 약 30분 소요되며, 정상에서는 팔 아래 전망대에 올라 도시와 바다를 조망할 수 있음.
08:30 ~ 09:00 : Hòn Bà 사원 (Miếu Hòn Bà)
: 바닷가 바위 위에 지어진 작은 사원. 썰물 시간대에만 도보로 접근 가능하며, 그 신비로운 위치 덕분에 많은 현지인이 기도하러 오는 명소.
09:00 ~ 10:00 : Bạch Dinh (백딘)
: 프랑스 총독 별장으로 사용되었고, 응우옌 황제의 유폐 장소. 절벽 위 전망과 유럽풍 건축이 아름다운 휴양지.
10:00 ~ 10:45 : Bảo tàng BRVT (바리아-붕따우 박물관)
: 지역의 역사와 생활문화를 담은 종합 박물관.
11:40 ~ 12:30 : Cao Dai 사원 (Thánh thất Vũng Tàu)
: 다종교 융합 민족종교인 까오다이교의 사원. 12시 예식 참관.
아침부터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왼쪽 다리에 쥐가 나려고 해서, 다리를 주무리면서 '이렇게 다리가 아파서야 800 계단이나 되는 예수상 언덕을 올라 갈 수나 있을까?' '내일 갈까?' 샤워를 하면서도 갈까 말까? 고민이 생겼다. 소풍가는 기분으로 김밥도 싸고, 토마토, 바나나, 초코바, 음료 등도 챙겼는데 작은 가방에 다 들어가지 못할 것 같아 큰 가방을 메자니 등이 힘들어 할 것 같기도 하고... 결국 양을 반으로 줄여 작은 가방을 메고 숙소를 나오려 하니 보스가 오늘따라 더 발에 달라 붙는다. '가지 말라고?'
'오늘 미루면 또 내일도 미룰 수 있는 것을'이라는 생각으로 밖으로 나와보니 예정된 시간보다도 30분이나 지연되었다. 아마도 고민하는 시간이 갉아먹은 듯 하다.
도로에 도착하고 몇 분 지나지 않아 또안 탕(Toan Thang) 버스가 다가왔다. '아 이제 정상적으로 돌아가려나?!' 마음속 작은 희망이 생겼다.
'30분 정도 늦었지만 그 정도야 예수상을 올라가는 것에 좀 더 힘을 내면 될 것을!' 차량은 붕따우 시내로 들어가고 승객 한 두 명이 내리기 시작하더니 나와 한 학생만 남았다. 기사가 내게 어디서 내리냐고 묻길래 종점까지 간다고 했는데 제대로 못 알아 듣는 듯 하다. 그리고는 잠들어 있는 학생을 깨운다. 다시 보니 여학생이었다. 내리려던 장소를 물어보더니 차량을 돌린다! '이게 무슨 시츄에시션이지?' 한 5분 정도를 돌아온 길을 다시 달리더니 학생을 내려주곤 다시 차량을 돌려 아까 본 길을 달린다.
인터넷으로 확인한 바로는 버스 종점은 롯데마트 주변의 정류장이라고 해서 이번엔 기사님께 "롯데마트에서 내릴께요"라고 하니 "오! 롯데마트, Ok"라고 하신다. 지도상에는 롯데마트에서 꽤나 떨어진 거리인 것이 분명했는데... 마치 택시를 탄 기분이다. 정말 롯데마트 앞에서 나를 내려 주시고는 정류장으로 향하는 버스를 보면서 잔잔한 감동을 받았다.
말로만 듣던 옛날 시골 버스의 전경이라고나 할까?
다시 Xanh 택시를 불러 예수상을 향했다. '어... 이상하다' 왜 저 앞 출입구쪽에 관광버스나 사람들이 보이지 않지?' 출입구에 내려서 안내문을 보았다.
어제부터 3일간 이스터 트리듀움(Easter Triduum)을 기해 임시 폐쇄를 한다는 내용이었다.
이스터 트리듀움(Easter Triduum)은 예수의 수난, 죽음, 부활을 기리는 가톨릭 전례력에서 가장 깊고 신성한 사흘간을 말한다. 성목요일 저녁, 예수의 최후의 만찬을 기억하는 미사로 시작해 성금요일에는 십자가 위에서의 죽음을 묵상하고, 성토요일 밤에는 부활을 기다리는 성야 예식으로 이어진다. 이 사흘의 여정은 단순한 교회의 의식이 아니라, 죽음을 지나 생명으로 향하는 믿음의 핵심을 온몸으로 체험하는 시간이다. 어둠 속에서 촛불을 밝히며 부활의 빛을 기다리는 이 밤, 세상 모든 ‘끝’은 결국 새로운 시작으로 이어진다는 약속처럼 느껴진다.
왜 이 성스러운 날이 바로 오늘일까?! 사실 난 이 예수상을 올라 가려고 하다가 못 올라간 것이 벌써 세번째이다. 점심시간이라 못 간 경험, 늦어서 못 올라간 경험.
실은 공식적인 내 생일은 12월 25일 크리스마스 이다. 소설 데미안에서 나온 말이 떠오른다. "크리스마스에 태어난 사람은 천사가 아니면 악마다"라는 말.
'왜 예수님은 나를 싫어하시는 걸까?!'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래 좋아. 다리가 쥐도 나고 아파서 걱정했는데 잘 됐어. 시간도 한 시간 넘게 소비되었으니 혼 바(Hon Ba) 사원에 가면 되겠어. 나도 나 싫어하는 예수님 만나러 낑낑거리며 올라가기 싫어!'라고 나를 달래면서.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가톨릭 신자인 주방장이 퇴근후 미사에 참석했는지 이 사진들을 보내왔다.
'일찍 좀 말해주지. 어제도 일찍 퇴근하더니 이것때문이었구나' 이제야 깨닫는다.
결국 오늘도 멀리서 예수님 상을 우러러 보는 것으로 만족하고 발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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