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노인의 경계로 갈라지지 않은 혼 바(Hòn Bà) 사원의 바닷길
예수상을 포기한 다음 코스는 혼 바(Hòn Bà) 사원이었다. 마침 오전 10시 29분이 간조라 하여, 간조 시간 전후 약 1시간 동안은 바닷길이 드러날 거라 기대했다. 예수상 바로 옆이 Thùy Vân 해변이다. 저 아래로 비키니를 입고 사진을 찍고 있는 여성들도 있었다.
그런데 저리로 내려가는 길을 찾을 수 없다. 이리저리 걷다 길없이도 갈만한 자신이 생기는 나만의 길(?)을 발견하고 해변으로 내려갔다. 그렇게 내려와 옆을 보니 길이 보인다.
밉지 않았다. 길을 만들어서라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했다는 만족감과 원래의 길을 발견하고 다음에는 저 길로 편하게 내려 올 수 있는 길을 발견했다는 두 가지 생각에 나름 흡족했다.
간조가 언제가 될까? 이렇게 깊어 보이는 바닷물이 몇 십분 만에 정말 모세의 기적처럼 갈라져서 길을 만들어 줄까?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른다는 불안감과 더불어 그래도 바닷가에 왔는데 바닷물을 만져 보겠다는 생각에 해변을 걸으며 영상도 찍어보고, 바위들 위로 올라 틈새에서 돌아 다니는 게와 작은 물고기들을 보며 아들 상진이와 하늘공원의 호수 옆 계곡에서 새우와 물고기들을 잡던 기억도 떠올리기도 했다.
바다 위의 작은 바위섬, 하지만 바다는 전혀 물러나지 않는 듯 했다. 기대했던 바닷길은커녕, 발끝조차 물가에 닿기 어려울 만큼 물이 가득 차 있었다. 해변가 바위에 낚시대를 드리운 한 할아버지가 눈에 띄었다. 조심스럽게 다가가 물었다.
"Hôm nay có thể đi bộ ra Miếu Hòn Bà không? (오늘 혼바 사원까지 걸어갈 수 있나요?)"
할아버지는 잠시 날 훑어보더니 짧게 웃으며 대답했다.
"Tối 11 giờ mới được. (밤 11시에나 가능해.)"
순간 당황했다. 오전 간조 시간으로 계획을 세웠던 터였다. 물론 찾아본 정보에서 밤 11시가 있긴 햇지만, 아침과 저녁 두 번이라고 했는데… 처음엔 그냥 ‘잘못 알고 계신 거겠지’ 싶었다. 하지만 그분의 태도는 너무나도 자연스러웠고, 마치 '굳이 더 설명해주고 싶지 않다'는 듯한 분위기였다. 몇 차례 말을 주고받으려 했지만, 할아버지는 더 이상 구체적인 답을 주지 않았다. 낚시에 집중하는 듯하면서도 어딘가 나를 경계하는 눈빛. 그 순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는 내가 외지인이기 때문에, 혹은 외국인이기 때문에 일부러 정확하게 알려주지 않았을까?’
혼바 사원은 붕따우 사람들에겐 꽤 신성한 장소로 알려져 있다. 일부는 그곳을 조용한 기도의 공간, 일부는 자연과 영성을 잇는 특별한 장소로 여긴다. 그 앞에 선 외국인이 사원까지 걸어가고 싶다며 다가왔을 때, 그 낚시꾼 할아버지는 순간적으로 어떤 판단을 내린 건지도 모르겠다.
'위험할 수 있으니 안 보내는 건가?' '사원에 외국인이 다가가는 걸 탐탁지 않게 생각했을까?' 아니면 '그냥 모르는 사람에게는 쉽게 알려주지 않는' 오래된 지역의 문화일까?
어떤 이유에서든, 그날 나는 바닷길을 건너지 못했고, 혼바 사원은 여전히 멀고도 가까운 섬으로 남았다. 나는 그곳을 포기했다. 아니, 포기당했다고 느꼈다. 단 한 사람의 모호한 미소 속에서. 아마도 그날, 그 할아버지에게 나는 단지 지나가는 외국인이었을 뿐일 것이다.
하지만 내겐 오늘, 그 장소, 그 시선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이다.
돌아와 AI에 심통을 부렸다. 아침에 간조가 있다 하더니 그곳에서 30분이나 기다렸는데 절대 바닷길이 열릴 것 같지는 않던데!!
답변은 이랬다. 그 사원 앞의 바닷길은 그리 높지 않아서 서서히 그러나 한 시간 정도 더 기다렸으면 바닷길이 열렸을 수도 있는 곳이라고. 아마 그 흐름을 몰라서 못 갔을 것이라는 말에 아쉬움이 더욱 컸다.
다음엔 정말 포기하지 않으리라. 내려 갈 수 있는 길도 찾아 놓았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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