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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교과서 속 우화 (Ⅳ)

가짜 절름발이 이야기 – 남의 고통을 흉내 내지 마라

by 한정호

시장 골목 어귀에서 한 남자가 구걸을 하고 있었다. 지팡이를 짚고 다리를 절며 사람들의 동정을 사려 애썼다.

“아이고, 한 푼 줍쇼. 저는 다리를 다쳐서 일도 못합니다…”

지나가는 이들은 그의 절뚝이는 모습을 보고 동전 한 닢, 두 닢을 떨어뜨렸다. 하지만 그를 유심히 지켜보던 노파 하나가 다가왔다. 그녀는 조용히 말했다.

“젊은이, 나도 다리를 다쳐봤어. 그런데 자네처럼 그렇게 절룩거리진 않더군.”

남자는 당황했다. 고개를 돌리려 했지만,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모이기 시작했다. 며칠 뒤, 그 남자는 다시는 시장에서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소문이 돌았다. 그가 절름발이 흉내를 내며 구걸하던 길목에서 진짜 사고가 났다는 것이다. 과속 오토바이에 치인 그는 진짜로 다리를 다치고 말았다.

사람들은 수군거렸다.

“남의 고통을 흉내내면, 언젠가 그 고통이 네 몫이 된다니까.”

ChatGPT Image 2025년 4월 25일 오전 10_15_22.png

이 이야기는 베트남 중학교 교과서에 실려 있는 짧고 강렬한 도덕 우화다.

겉으론 단순한 경고 같지만, 그 안에는 공감, 양심, 업보, 경계심에 대한 깊은 메시지가 숨어 있다. 우리는 종종 남의 상처를 흉내 내기도 한다. 말로, 행동으로, 혹은 관심을 끌기 위해서. 그 고통이 얼마나 아픈지, 그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지 알지 못한 채.


하지만 고통이란, 절대로 흉내로 흉내 낼 수 있는 게 아니다. 진짜 상처를 가진 사람은 말없이 걷는다. 흉내를 내는 사람은 소리를 낸다. 그리고 세상은 그 소리에 쉽게 속아 넘어가곤 한다.

“고통을 연기하는 사람은, 결국 진짜 고통을 만나게 된다.”


� 다음 편은 마지막 이야기, “뱀을 도운 농부 – 선의가 항상 선을 낳는 것은 아니다”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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