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베트남 교과서 속 우화 (Ⅲ)

조롱박 농부 이야기 – 기다림은 헛되지 않는다

by 한정호

시골 마을에 한 노인이 살고 있었다. 그는 매일 아침, 작은 밭에 물을 주고, 조롱박 넝쿨을 정성껏 보살폈다. 이웃들은 그를 흘낏거리며 지나치곤 했다.

“아이고, 늙은이가 저걸 언제 따서 먹을라고…”

“얼마나 더 기다린다는 거야? 저 정도면 땄어도 벌써 땄겠다!”

하지만 노인은 한결같았다. 햇살이 강한 날엔 잎을 덮어주었고, 비가 오는 날엔 줄기가 상하지 않게 조심했다. 그리고 조롱박에게 이렇게 말을 건넸다.

“조금만 더 기다리자꾸나. 넌 아직 속이 덜 찼단다.”

시간이 흘러, 이웃들은 조롱박을 다 따서 먹고 말랐다. 하지만 노인은 여전히 수확하지 않았다. 조롱박들은 더욱 단단해졌고, 속도 꽉 차 보기에도 윤기가 났다.


마침내 수확의 날, 그의 조롱박은 시장에서 가장 좋은 값에 팔렸다. 속은 단단하고 물러지지 않았으며, 씨앗도 탐스러웠다. 사람들은 입을 모았다.

“그 노인은 아무 것도 하지 않은 게 아니야. 가장 중요한 ‘기다림’을 한 거지.”

ChatGPT Image 2025년 4월 25일 오전 10_01_25.png

이 우화는 베트남 초등 교과서에서 자주 소개된다.

단순한 농사의 이야기를 넘어, 인내와 시기, 비교, 성숙의 타이밍에 대해 말해주는 이야기다.

어쩌면 지금의 우리도 이웃과 늘 비교하며 “이만하면 됐잖아?”라고 스스로를 설득하곤 한다. 더 이상 기다릴 이유가 없다고, 지금이 기회라고 말하는 마음의 소리에 서둘러 손을 내미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결실이 진짜 ‘익은 것’인지 아니면 조급한 마음이 낳은 ‘미숙한 수확’인지는 기다림을 견뎌낸 자만이 알 수 있다.

노인의 마지막 한마디는 지금도 귓가에 맴도는 듯하다.

“기다림은… 헛되지 않더란다.”


� 다음 편은 “가짜 절름발이 이야기 – 남의 고통을 흉내 내지 마라”로 이어집니다.


� 더 많은 베트남과 관련된 영상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 소통하며 공감하는 베트남 이야기 - YouTube

‘소통하며 공감하는 베트남 이야기’ 채널에서는

이와 같은 베트남의 현실, 문화, 사람들 이야기를 계속 전하고 있습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베트남 교과서 속 우화 (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