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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교과서 속 우화 (Ⅱ)

닭고기를 공정하게 나눈 세 친구 – “공정이라는 이름의 이기심”

by 한정호

세 친구가 있었다. 그들은 오랜만에 모여 술잔을 나누며 회포를 풀기로 했다. 술안주로는 직접 키운 닭을 잡기로 했다. 닭은 푸짐했다. 살도 적당히 오르고, 냄새도 좋았다. 문제는 닭고기를 나누는 일이었다. 세 사람은 이야기 끝에 “공정하게 나누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첫 번째 친구가 말했다.

“닭날개는 하늘을 나는 사람에게 돌아가야 해. 나는 상인이라 늘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니, 가장 적합하지 않겠어?”

두 번째 친구가 말했다.

“닭다리는 늘 걸어다니는 사람에게 주는 게 맞지. 나는 매일 산을 넘고 들을 다니는 마을 배달꾼이야. 그건 당연히 내 것이지.”

세 번째 친구가 슬쩍 웃었다.

“그럼 닭가슴살은 말을 많이 하는 사람에게? 이 모임에서 가장 말을 많이 하는 건 나야. 오늘 대화도 거의 내가 주도했지 않나?”

그들은 “공정하게 나눴다”고 자부하며 닭을 해치웠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말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서로 상대의 주장에 석연찮은 감정을 품게 된 것이다. 마을 사람들은 그들에게 물었다. “그렇게 공정하게 나눴다면서, 왜 여전히 싸우는 거요?”

그러자 한 친구가 말했다.

“공정하긴 했지. 그런데 이상하게도, 다들 자기 입에만 맞게 공정을 해석했을 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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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베트남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린 아주 유명한 짧은 우화다. 아기자기한 닭고기 나눔 이야기지만, 아이들에게 ‘공정’이라는 말의 이면을 자연스럽게 알려준다.

우리는 종종 ‘공정’을 주장하면서도 그 기준을 스스로에게 유리하게 정한다. ‘합리적인 기준’이라는 말을 들이대지만, 정작 그 기준이 남이 아닌 나에게만 맞춰진 것은 아닌가?

이 이야기엔 특별한 악당도, 배신도 없다. 하지만 결국 우정은 삐걱거리고 만다. 그 이유는 탐욕이 아니라, ‘공정하다는 자기 확신’이었다. 그래서 더 무섭다. 진짜 이기심은, ‘나는 틀리지 않았다’는 확신에 숨어 있기도 하니까.


다음 편은 “조롱박 농부 이야기 – 기다림은 헛되지 않는다”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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