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남전 참전 용사들이 전장터에서 듣던 노래들

전장터에서 위로를 주었던 노래들 모음

by 한정호

어두운 참호를 벗어나 부대로 돌아오던 그날 저녁, 용사들는 트랜지스터 라디오를 귀를 귀울이시고 하루를 정리하시곤 하셨을 것이다. 먼 나라에서 흘러나오는 멜로디는 전우들의 숨소리마저 잊게 할 만큼 따뜻했고, 동시에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더 깊게 키워 주었을 것이다.


월남전 참전 용사들이 전장터에서 듣던 노래들


맹호는 간다

붉은 해가 지고 고요가 찾아오면, 라디오에서 굵직한 행진곡이 흘러나왔다. ‘맹호부대’라는 이름 그대로 굳건한 용기를 북돋우는 군가였다. 처음 들었을 땐 다소 무겁게 느껴졌지만, 전투의 피로를 씻어내고 다시 일어설 힘을 주었으리라.


월남의 달밤

“남남쪽 머나먼 나라 월남의 달밤……” 노래를 따라 부르시던 아버님의 목소리에는 애틋함이 묻어났다. 한밤중에 비치는 달빛 아래, 귀신 같은 전선의 적막이 이국의 풍경처럼 느껴지던 순간, 이 한 곡이 마음을 따스하게 감싸 안았을 것이다.


월남 가신 우리 아빠 안녕하소서

전우들의 웃음 뒤에는 늘 뜨거운 눈물이 숨어 있었다. 가족의 편지를 기다리는 그리움이 담긴 트로트 발라드는, 부대원들의 목소리를 거쳐라디오 안으로 스며들어 전장 한복판에도 집이라는 위안을 전해 주었다.


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

전투가 끝난 뒤 부대로 복귀하는 길목마다 이 노래가 흘러나왔다. 김추자의 힘 있는 보컬이 전우들의 어깨를 다독이며, ‘곧 돌아갈 집이 있다’는 희망을 품게 만들었다.


김추자 – 님은 먼 곳에 (1970)

TBC TV 드라마 주제가로 히트한 곡으로, 먼 타국에서 가족·연인을 그리워하던 용사들에게 ‘내 님은 정말 저 먼 곳에 있구나’ 하는 씁쓸한 그리움을 깊이 각인시켰습니다


문주란 – 목포의 눈물

이난영이 1935년에 발표한 곡인데, 문주란이 1960년대 초반 재해석해 부르면서 다시금 큰 사랑을 받았다. ‘삼학도 파도 깊이 숨어드는 때’라는 가사처럼, 고향을 떠난 이들의 쓸쓸한 심정을 깊이 공감하게 합니다


남진 – 가슴 아프게

남진 특유의 허스키하면서도 애절한 목소리가 ‘영원히 그 사람은 사랑해선 안 될 사람…’이라는 가사에 실린 잔잔한 절망감을 한층 더 무겁게 전합니다. 전장의 긴장감 속에서 듣는 이별의 고통이 오히려 큰 위로가 됐을 거예요


남인수 – 이별의 부산 정거장

기차가 떠나는 플랫폼의 애틋함을 노래한 이 트로트 명곡은, 부대로 복귀하던 길목에서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하는 전우들의 가슴을 두드렸습니다


이 곡들은, 아버님이 월남전 당시 귀에 자주 들리고, 입가에 맴돌던 멜로디였을 것이다. 한 곡씩 떠올릴 때마다 전장의 아픔과 전우들의 웃음소리, 그리고 끝내 되찾은 평화의 소중함이 함께 스쳐갈 것이다.

지금 이 순간, 이 노래들을 들으며 아버님께 전하지 못했던 ‘수고하셨습니다’를 속삭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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