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로컬 라이프 6選

한국에선 보기 힘든, 현지인이 사랑하는 이색 트렌드 탐방

by 한정호

베트남에 피클볼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글에 ''처음 보는 운동인데, 신기하고 재밌어보이네요...." 독자님의 댓글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선 잘 알지 못하거나 유행하지 않으나 베트남에서 유독 유행인 것들이 무엇이 있을까?'라는 의문에, 베트남 현지에서만 유독 즐겨볼 수 있는 이색 트렌드들을 몇 가지 살펴보았다. 정말 한국에선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베트남에선 “이게 바로 요즘 대세!” 소리 들을 만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1. Bia hơi (비아호이)

생맥주를 대형 탱크에서 바로 받아 내리는 ‘아침·점심용’ 초저가 생맥주를 뜻한다. 1잔에 5,000~10,000₫(한화 약 300~600원) 정도로 싸고, 노점상의 간이 테이블에 앉아 가볍게 즐기기 딱 좋다. 한국에도 수제 맥주 바가 많지만, 전 날의 숙취가 남아있는 상태에 도로가 한복판 노점 테이블에 앉아 맥주를 마시는 문화는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비아 허이.jpg 도로변 식당에서 맥주를 즐기는 모습

2. Trà chanh vỉa hè (거리 레몬티)

얼음 가득한 레몬차를 플라스틱 의자에 턱 걸치고 홀짝이는 ‘수다 카페’라 할 수 있다. 10~20대가 ‘수다 떨기’에 최적이다. 인테리어나 에어컨 등도 없지만, 친구랑 삼삼오오 모여 10,000동(약 550원)정도로 1시간도 넉넉하기 즐길 수 있다.

거리 녹차.jpg 노상 카페에서 레몬차에 수다를 즐기는 젊은이들 모습


3. Cà phê trứng (에그커피)

달걀노른자를 설탕·연유와 휘저어 만든 푹신한 ‘커피 생크림’이 얹힌 진한 커피이다. 베트남식 커피(phin) 특유의 쌉싸름함과 달걀 거품의 부드러움이 절묘한 조화를 이뤄 베트남 현지인들이 즐겨 마시는 커피의 한 종류라고 한다. 요즘 하노이·사이공 올드타운 카페마다 필수 메뉴라고 한다.

애그커피 2.jpg 촛불 워머 위에 잔을 올려 따뜻함을 오래 유지하는 하노이식 애그 커피
애그 커피.jpg 유리 잔에 담긴 클래식한 에그 커피, 달걀 거품의 부드러운 질감이 돋보인다

4. Đạp xe Hồ Tây (하노이 서호 자전거 라이딩)

이른 새벽이나 해질녘에 서호(西湖) 둘레 17km를 자전거로 한 바퀴 도는 모임을 뜻한다. 더위를 피해 아침 5~7시에 모여 라이딩을 하고 끝나면 인근 카페에서 브런치를 즐긴다고 한다. 한강 자전거길과 비슷하지만, 경치도 이국적이고 “새벽 5시에 모여서” 타는 게 포인트이다.

이러한 모임은 하노이, 호찌민시를 중심으로 여러 싸이클링 동호회를 통해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하노이 자전거 2.jpg
하노이 사이클링 페북 홈페이지 및 일정 소개 안내문
자전거 동호회2.jpg
자전거 동호회.jpg 호찌민시 사이클링 동호회 페북 홈페이지 및 일정 소개 안내문


5. Check-in tranh tường (벽화 스팟)

도시 곳곳에 그려진 화려한 벽화 앞에서 인생샷!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District 3·Phú Nhuận 같은 핫플레이스마다 새로운 벽화가 수시로 생겨나서 SNS 콘텐츠용으로 활용하고 있다. 한국에도 서울 이태원·성수동 벽화거리와 있지만, 베트남은 차원이 다르게 크고 화려해서, 이런 벽화들을 보면서 하루 데이트 코스로 활용할 수준이라고 한다.

Hanoi-Ceramic-road.jpg 서호 인근에 위치한 대형 세라믹 모자이크 벽화(Guinness 기록 보유)
벽화.jpg 하노이 Phùng Hưng Mural Street의 거리 벽화와 오토바이가 오가는 일상 풍경

6. Đá cầu (발차기 셔틀콕)

셔틀콕(羽球)을 맨발 또는 양말 신고 발로만 차며 주고받는 놀이이다. 특별한 장비 없이도 공 하나면 언제 어디서든 즐길 수 있고, 스킬이 늘어나는 재미가 쏠쏠하다. 한국에도 족구가 있지만, 셔틀콕을 발로 하는 것으로, 이건 베트남 고유 스트리트 스포츠라 할 수 있겠다.

Đá cầu (발차기 셔틀콕)

이처럼 비아호이의 소박한 노점 문화에서부터, 친구와 함께 즐기는 거리 레몬티, 달걀 크림이 얹힌 에그커피의 색다른 풍미, 새벽과 노을에 맞춰 페달을 밟는 사이클링 모임, 눈길을 사로잡는 대형 벽화 스팟, 그리고 맨발로 셔틀콕을 차며 즐기는 Đá cầu까지,

베트남 곳곳에는 한국에서 쉽게 접하기 힘든 소소하지만 매력적인 로컬 라이프가 가득하다. 이들 트렌드는 단순한 ‘유행’을 넘어, 일상 속에서 사람과 공간, 문화를 잇는 다리가 되어 주며, 베트남만의 독특한 공동체 감각과 여유를 온몸으로 느끼게 해준다.


여행자든 현지인이든, 한 번쯤 이색적인 경험을 찾아 거리로 나설 때, 베트남의 진짜 매력을 새삼 발견하게 되지 않을까? 오늘 저녁 집으로 돌아 가는 길, 길가 낮은 목욕탕용 의자에 앉아서 레몬티를 마시면 수다를 떨고 있을 젊은이들을 사진으로 담아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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