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사들의 ‘귀환 선물 리스트’ 10가지
아버님게서 월남전 참전후 귀국하시면서 가져 오셨던 전축은 아직도 우리 집의 가보로 장식대에 보관되고 있다. 귀국후 내가 태어났는데도 내 기억에 동네 사람들이 우리 집에 와서 텔레비전을 보시던 기억이 나는 걸 보면 70년대 후반까지도 집에 텔레비전이 있는 집이 많지 않았던 것 같다.
텔레비전, 전축 외에도, 월남전용사들이 귀환할 때 가장 많이 챙겨 왔던 물건들을 정리해 봤다. 전장 한복판에서 구하기 어려웠던 전자기기부터, 이국 땅의 음식·의류까지, 당시 용사들의 ‘귀환 선물 리스트’ 10가지 이다.
1. 브라운관 텔레비젼 세트
당시 국내에선 꿈같은 완제품. 미군 PX에서 비교적 저렴하게 구입해, 가족들, 동네 사람들과 함께 드라마·뉴스를 보는 기쁨을 누렸다.
2. 트랜지스터 라디오
전장에서도 늘 곁에 둔 필수 아이템. 국내 복귀 후에도 출장·등산·낚시 등 야외 활동 때마다 사용했다. 메탈과 플라스틱을 조합한 본체, 전면의 송수신 주파수 다이얼, 전면 하단의 스피커 그릴, 그리고 손잡이 등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3. 전축(레코드 플레이어 & LP)
당시 고급 오디오 시스템으로 불렸다고 한다. 두 종류의 전축이 있었는데 하나는 릴-투-릴 테이프 레코더이고, 또 하나는 LP 플레이어 였다고 한다. 미군제 턴테이블과 스피커, 비틀즈·크리던스 등 미국 명반 LP를 한 보따리 싸 오시기도 했다.
4. 필름 카메라 (35mm)
전우들과의 추억을 사진으로 남기기 위해 챙긴 기기로써, 가족·친구와의 재회 순간을 생생히 기록했다. 전장의 순간을 기록했던 35mm 필름 카메라 이다. 은빛 금속 바디와 가죽 스트랩, 날렵한 렌즈 디테일이 돋보인다.
5. 손목시계
당시에는 미군 군용 워치(밀리터리 타입)가 인기였다. 정확한 시간 관리가 필요했던 전장에서 내구성·방수 기능까지 군인에게 필수품에 가까운 품목이었다.
6. 선글라스 (아비에이터 스타일)
강렬한 열대 햇빛을 견디기 위해, 미군 PX에서 구입. 전역 후에도 운전·낚시·여행용으로 요긴했다. 아비에이터 선글라스는 1930년대 미 공군 조종사들을 위해 개발된 모델로, 전투기 조종석의 강한 햇빛과 눈부심으로부터 눈을 보호하기 위해 고안되었다.
7. 리바이스 청바지
‘빛 좋은 개살구’ 아닌 진짜 미국산 데님으로, 편안함과 내구성을 모두 갖춰, 군복 대신 일상복으로 애용했다.
8. M-65 필드 재킷
미군 제식 방한·방풍 자켓. 한국 겨울 추위에도 제 기능을 발휘해, 미군뿐 아니라 민간에서도 꾸준히 사랑받는 클래식 아우터이다. 참전 용사들도 전역 후에도 한동안 아끼며 입었다고 한다.
9. SPAM 통조림·캔 파인애플
전쟁터에서 구하기 힘들던 고단백 식량으로, 귀국하면서 가족·친지들에게까지 ‘맛있는 해외 간식’으로 선물용으로 많이 활용되었다. 일부 용사들은 이국적인 패키지 디자인을 “전장 체험 기념품”처럼 가져오거나, 맛을 궁금해하는 가족에게 소량을 선물로 주기도 했다.
10. 미국 담배 (말보로·캠벨)
PX에서 상시 할인 판매하던 브랜드. 전우들과 나눠 피우며 전우애를 확인했던 오래된 기억이 묻어난다.
위에 살펴본 물건들은, 단순한 기념품을 넘어 그 시절 용사들이 ‘전장의 불편함’을 잊고 ‘일상’을 되찾는 징표이자, 이국 땅에서의 경험을 가족과 나누는 다리가 되어 주었다. 지금 이 물건들을 떠올릴 때마다, 아버님 세대의 뜨거웠던 젊은 날과 고향의 품이 얼마나 소중했는지를 새삼 깨닫게 된다.
- 더 많은 베트남과 관련된 영상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베트남의 현실, 문화, 사람들 이야기를 선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