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고기를 씹는 개를 보며 생긴 문화적 의문 하나
어릴 적 우리 집엔 늘 개가 있었다. 보통은 진돗개나 누렁이처럼 마당을 지키는 친구들. 그때 부모님이나 어른들에게 배운 것이 하나 있다.
“개한테 닭고기 주면 안 돼. 특히 뼈 있는 건 절대 안 돼.”
왜냐고 묻자, 닭뼈는 부서질 때 날카롭게 세로로 갈라지는데, 그게 개 목구멍이나 내장을 찔러 죽을 수 있다는 거였다. 그래서 우리는 어릴 때부터 개밥을 줄 때 닭뼈만큼은 꼭 걸러냈다.
그런데, 베트남에서는 그 장면이 아주 다르다.
직접 목격한 일이다. 한 베트남 가정집에서 하는 잔치에 갔다가 음식을 먹고 있는데 개가 다가오자 사람들이 남은 닭고기, 그것도 뼈째로 툭툭 던져줬다. 놀란 내가 “닭뼈는 위험하지 않냐”고 물으니, 사람들은 웃으며 “괜찮다”고 답했다. 내가 닭고기 뼈는 뾰족해서 개의 목구멍이 다칠 수 있다고 하자 마치 나를 이상한 사람 취급하듯이 쳐다보는 것이 느껴졌다. '별 걱정을 다하고 있네!'라는 의미인가?
가게 직원에게도 같은 이야기를 하자 “여긴 상관없다”고 한다. “여기 개는 괜찮아요.”라며 다가 온 돈에 개에게 던져주니 그 개는 다시 뺏기라도 할까 걱정하는지 물고 저 멀리 달아난다.
그 말이 머릿속에 계속 맴돌았다. 도대체 왜? 순간 이런 질문이 생겼다.
'베트남 개는 한국 개보다 목구멍이 더 튼튼한 걸까?'
아니면 우리가 너무 지나치게 걱정하며 키운 걸까?
물론 실제로 베트남 개가 물리적으로 더 강하다는 근거는 없다. 다만 이 차이는 각 문화권의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에서 비롯된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한국에선 반려동물을 거의 ‘가족’처럼 생각한다. 개도 사람처럼 아프면 병원에 데려가고, 예방접종도 꼼꼼히 챙긴다. 그러다 보니 사소한 위험에도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
반면 베트남의 개는 아직 ‘가축’에 가까운 존재다. 지켜주고, 밥은 주되, 지나친 보호는 없다. 자연스럽게 크고, 자연스럽게 죽는다. 그렇게 키워진 개들이 닭뼈 하나쯤은 어떻게 씹어 넘기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또 하나, 한국에선 삶과 죽음, 질병에 대해 ‘막아야 할 위험’으로 접근하지만, 베트남에선 그런 흐름을 좀 더 ‘순리’로 받아들이는 문화가 있다. 개가 다치면 안타깝지만, 다치지 말아야 한다는 강박은 덜하다.
결국 중요한 건 '강한가 약한가'보다, 그 존재를 바라보는 '관점'이 아닐까 싶다.
한국 개는 걱정 속에 크고, 베트남 개는 방임 속에 크지만, 둘 다 누군가에겐 소중한 존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