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남전 당시 사이공과 현재 호찌민시 비교

닮은 듯 다른 5가지 변화

by 한정호

아버님과 월남 참전 어르신들을 위해 월남전 영상을 찾아 당시 어르신들이 즐겨 들으시던 가요 4곡을 배경으로 하는 유튜브 영상을 만들어 업로드 하였다.


[베트남 풍경] 월남전, 그날의 사이공 배경음악 : 참전용사들이 즐겨 듣던 가요 Top 4


사진속 영상을 보면서 '50년 전과 지금 다른 것이 별로 없네' 라는 생각을 하면서 한편으로 신기한 마음을 가지면서도 한 켠에는 아쉬움도 있었다. 그래도 반세기가 지났고, 개혁개방이후 발전을 지속하고 있는 베트남의 경제 수도가 내 눈에 별반 차이가 없다는 것이.


일부러 이 영상들과 현재의 모습에서 숨은 그림 찾기를 하듯이 고민을 하면서 주위깊게 살펴 보면서 5가지의 차이점을 발견하게 되었다.


1위. 도로 위의 주인공 : 자전거 → 오토바이

1970년대 사이공 거리엔 자전거가 가장 흔한 교통수단이었고, 미국 원조 덕분에 픽업트럭, 군용 지프, 몇몇 자동차들이 섞여 있었다. 당시에는 아직도 도보나 자전거로 이동하는 시민들이 많다.

하지만 지금은 완전히 달라. 오토바이 천국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을 만큼, 베트남의 도심 도로는 오토바이가 지배한다. 2020년 기준 호찌민시 등록 오토바이는 약 900만 대에 육박했고, 이는 인구 수보다 많다. 1970년대 영상에서 자전거가 점령했던 거리들은 지금은 오토바이로 가득 찼고, 신호 없는 교차로에서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모습은 이 도시만의 독특한 풍경이 되었다.

호찌민시 야간 도로 주행(2025.07.08)

2위. 건물 외관 :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1970년대 영상에 나오는 통일궁, 노틀담 대성당, 중앙우체국, 벤탄시장 등은 지금도 원형 그대로 남아 있다. 심지어 건물 외벽의 색깔이나 간판 위치도 거의 같아 보여서 놀라운 연속성을 보여주는 듯 하다.

하지만 그 내부와 주변 환경은 많이 바뀌었다. 통일궁은 더 이상 권력의 중심이 아니고, 노틀담 대성당은 개·보수 중이며, 벤탄시장 주변은 고층 빌딩과 프랜차이즈 매장들이 들어서 있다. 과거의 외피는 남겨둔 채, 그 안의 세계는 바뀐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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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709_051701.jpg 호찌민시 2군 빈홈 타운(2025.07.09 새벽)


3위. 사람들의 옷차림

과거 사이공 시민들은 셔츠에 바지를 입은 남성과 전통 아오자이를 입은 여성들이 많은 듯 하다. 특히 교복처럼 입는 흰색 아오자이 여고생들이 많은 영상이 남아 있어 베트남의 느낌을 물씬 풍긴다.

지금은 아오자이는 특별한 날이나 졸업식, 결혼식 등에나 입는 복장이 되었고, 대부분의 시민들은 서양식 캐주얼 복장이다. 대신 그 자리를 오토바이 헬멧과 마스크, 긴 장갑과 팔토시가 차지했다. 자외선을 피하려는 복장이 새로운 유니폼이 된 셈이다.

KakaoTalk_20230905_121923666_02.jpg 베트남 학생들의 졸업식 장면
20190615_112429.jpg 일상속 베트남 사람들의 모습
ChatGPT Image 2025년 7월 11일 오후 09_41_28.png 현재 베트남 여학생들의 오토바이 이동 이미지

4위. 소리의 풍경: 확성기 vs 스마트폰

1970년대 사이공은 곳곳에서 들려오는 라디오 방송, 확성기 공지, 거리 행상인의 고함 소리가 도시의 배경음악이었다. 당시 녹음된 거리 풍경엔 군악대 음악, 행진 소리, 사이공 시장의 활기찬 외침이 섞여 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길거리는 오토바이 엔진음과 스마트폰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길거리 스피커에서 반복되는 광고 멘트가 주요한 소리다. 확성기는 여전히 남아 있지만, 스마트폰과 이어폰이 대부분의 청각 풍경을 바꿔 놓았지.

20250708_211037.jpg 거리 주점에 대형 마이크를 싣고와 노래를 부르고 신청곡도 받는 즉석 가라오케 모습

5위. 국기와 상징

아마도 가장 큰 차이점 일 것이다. 영상에 보이는 국기는 남베트남 공화국의 그것이다. 1970년대 사이공 도심에는 남베트남 공화국의 노란 바탕에 세 줄기 빨간 줄 국기가 펄럭이고 있었다. 특히 미 대사관 앞이나 국회의사당 주변엔 미국 성조기와 함께 걸린 모습도 많았다고 한다.

지금은 그 모든 곳에 붉은 바탕에 노란 별이 있는 베트남 사회주의공화국의 국기가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국기의 색깔만 바뀐 것이 아니라, 도시가 가진 이념과 체제 자체가 완전히 뒤바뀐 셈이다.

20190517_123243.jpg 베트남 국기로 장식된 통일궁(구 대통령궁 전경)


겉은 그대로, 그러나 속은 완전히 바뀐 도시

사이공은 1975년 4월 30일 이후 ‘호찌민시’가 되었지만, 도시의 건축, 거리, 이름은 일부 그대로 남아 있어 오히려 시간의 흐름이 더 극적으로 느껴진다. 과거와 현재가 나란히 걷는 도시. 그래서일까, 오래된 영상 속 거리 모습이 지금과 ‘별로 다르지 않다’는 착각이 들 때도 있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권력이 바뀌었고, 사람들의 삶의 방식도 바뀌었고, 도시에 발산되는 에너지 자체가 달라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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