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식당에서 마주친 '살가운 맞춤'의 정
요즘 부쩍 얼큰하고 뜨거운 ‘분보후에’에 빠져 있다. 속이 훤히 뚫릴 듯한 진한 국물, 쫄깃한 면발, 향신료의 향이 묘하게 자극적인 그 한 그릇이, 아침에 몸을 깨우는 데 이만한 게 없다.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되는 월요일 아침. 아침 일찍 일어난 기분을 안고 그 식당을 찾았다. 부부가 운영하는 동네 작은 식당인데, 내가 첫 손님인 듯했다. 식당에 들어서자 두 분 모두 환한 얼굴로 맞아준다.
“분보후에 먹을 거지요?”
그 아낙의 밝은 한마디.
사실 들어서면서 ‘오늘은 분짜를 먹어볼까’ 살짝 고민했었다. 하지만 그녀의 ‘답정너’ 스타일 질문에 망설임 없이 “넵, 다(예).” 하고 대답해버렸다. 이미 내 아침은 정해져 있었던 셈이다.
잠시 후 내 앞에 놓인 그릇. 예상과 달리 두툼한 돼지 뼈 고기가 빠져 있었다. 분보후에에서 이 뼈다귀는 핵심 재료다. 육수의 깊은 맛도 이 덕이고, 국수 위에 얹힌 큼지막한 살코기와 껍질은 베트남 사람들에겐 인기 만점이다.
하지만 나는 이 두툼한 껍질을 좀 부담스러워해서, 늘 조심스럽게 젓가락으로 살짝 옮겨두곤 했다. 가끔은 아예 휴지로 싸서 몰래 버리기도 했다.
'그래도 그렇지. 내가 외국인이라고 그래서 아예 안 주는 건가?'
'먹기 싫은 건 내가 판단할 일이지, 없애버리는 건 좀 그렇잖아...'
조금 서운해질 뻔한 찰나, 그 아낙이 말했다.
“뼈 있는 고기 부분은 안 드시죠? 그래서 뺐어요.”
그 순간 기분이 확 풀렸다. 살갑고도 사려 깊은 배려.
조금 후, 남편이 내 식탁 옆을 지나가며 말했다.
"저 고기 뼈 빼고 다른 고기 더 넣었지?”
그러자 아낙이 바로 화답한다.
“그럼요. 더 넣었어요!”
그제야 알겠다. 왜 뼈다귀가 빠졌는데도 음식 양이 줄지 않았는지.
'차별'이라기보다 ‘맞춤’.
정확히 내 입맛과 습관을 기억해준, 그들의 방식.
무심한 듯 살가운,
부드럽지만 강한,
그런 맞춤형 친절에 마음이 풀어졌다.
월요일 아침, 한 주의 시작이 기분 좋아졌다. 이런 ‘밉지 않은 차별'에 흐믓해 하며 새로운 한 주를 시작한다. 차별에 감사하는 아침이다.
분보후에(Bún bò Huế) Vs 퍼보(Phở bò) 차이를 아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