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사람들의 특별한 관계 맺기
베트남에 처음 와서 가장 놀랐던 문화 중 하나는, 이곳 사람들이 ‘식사보다 커피 한 잔’을 더 소중하게 여긴다는 점이었다.
출근 전 아침 시간, 점심 식사 후의 나른한 틈, 그리고 퇴근 후 어둑한 저녁까지. 커피숍은 늘 사람들로 북적였다. 혼자 앉아 있는 이도, 둘이 마주 보고 있는 이도, 넷이 둘러앉아 웃고 있는 이들도 있었다. 그런데 이들의 공통점은 하나였다. 커피는 ‘마시기 위한’ 것이 아니라 ‘머무르기 위한 것'이란 점이다.
한국의 커피가 빠르게 마시고 이동하는 ‘테이크아웃’의 개념이라면, 베트남 커피는 ‘앉아 이야기하고 시간을 나누는 매개’에 가깝다.
“식사 한 끼 하자”보다는 “커피 한 잔 하자”는 말이 훨씬 자주 들린다. 심지어는 중요한 비즈니스 미팅이나 소개팅조차 커피숍에서 이뤄진다. 식사는 시간과 공간이 구속적이지만, 커피는 조금 더 느슨하고 편안하다. 자연스럽게 대화가 흐르고, 상대방과의 거리도 좁혀진다.
이들이 커피를 대하는 태도는 곧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를 재는 태도와 닮아 있다. 먼저 밥을 먹자고 하기보다 커피 한 잔 하며 서로를 알아간다. 식사는 친해진 뒤에야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베트남에서 “Cà phê không?”(커피 한 잔 할래?)라는 말은 단순한 제안이 아니라 “조금 더 가까워지고 싶다”는 표현이다.
특히 남부, 예컨대 호찌민이나 붕따우 같은 더운 지역에서는 얼음이 가득 담긴 연유커피 한 잔을 놓고 한 시간 넘게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일상이다. 커피 한 잔을 앞에 두고 인생을 이야기하고, 가족을 소개하고, 사업을 구상하고, 때로는 사과도, 고백도 이뤄진다.
베트남에서 커피는 단순한 음료가 아니다. 누군가와의 관계를 시작하고, 유지하고, 더 깊게 만드는 ‘작은 의식’이다. 식사보다 한 잔의 커피를 중시하는 문화. 그것은 바로, 사람과의 관계를 소중히 여기는 문화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