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실생활에서 마주치는 미신 7가지(4)
복을 쓸어내지 마세요!!
: 베트남 빗자루 미신에 담긴 삶의 태도
매장 앞을 청소하던 직원이 내 다리를 툭 건드렸다.
“앗, 죄송해요!” 하고 그는 놀란 듯 빗자루를 멈추고 나를 보았다.
나는 그냥 웃어넘겼지만, 옆에 있던 베트남 지인 한 명이 “조심해야지!"라며 직원에게 화를 내는 목소리를 했다.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어 왜 그렇게 민감하냐고 물어보니 "그건 안 좋아요. 사람한테 빗자루 대면 복이 날아가는 거예요.”라고 답을 하는 것에 다시 한 번 놀랐다.
베트남에서 설을 보낼 때 들었던 말이 떠올랐다.
"설날에는 청소도 조심해서 해야 돼요. 복이 나가거든요."
당시에는 단순한 미신처럼 들렸지만, 시간이 지나고 생활 속에서 다시 마주하니, 그 믿음 속에 담긴 베트남 사람들의 삶의 태도가 새삼 진하게 느껴졌다.
“빗자루로 사람을 치면 복이 떨어진다”
베트남에서는 빗자루를 사람 쪽으로 쓸거나 건드리는 행동을 매우 꺼린다. 특히 실수로라도 다리를 스치거나 허리를 툭 치게 되면, "조심하세요, 복을 쓸어버릴 수 있어요"라는 반응이 돌아올 만큼 민감하게 여긴다.
이 믿음은 단순히 ‘때리는 행위에 대한 불쾌감’ 때문이 아니다. 빗자루는 집 안의 ‘운(운기)’이나 ‘복’을 쓸어내는 물건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즉, 사람에게 빗자루가 닿는다는 것은 그 사람의 복과 기운까지 함께 쓰레기처럼 쓸려 나간다는 뜻이 되는 것이다.
또한 설날 청소는 타이밍이 생명이다.
이 미신이 가장 강하게 작동하는 시점은 바로 Tết, 베트남 설 명절이다. 설 전날까지는 대청소가 권장된다. 묵은 먼지와 나쁜 기운을 쓸어내어 새해를 맞을 준비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정월 초하루 이후에는 빗자루 사용이 조심스러워진다. 이 시기의 청소는 ‘들어온 복을 쓸어내는 것’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가정에서는 첫날엔 아예 청소를 하지 않거나, 쓰레기도 잠시 모아두었다가 다른 시간에 내보낸다.
이건 단순한 청결의 문제가 아니라, 복을 머물게 하려는 지혜다.
왜 하필 ‘빗자루’일까? 빗자루는 집 안 구석구석을 훑고 다니는 아주 일상적이고도 ‘주술적인 도구’다.
농경시대부터 전해 내려온 이 민속 신앙은 다음과 같은 의미들을 품고 있다. 즉 빗자루는 곧 악운, 묵은 때, 나쁜 기운을 쓸어내는 도구로 여겨진다. 그래서 사람에게 닿으면 그 사람의 좋은 기운까지 함께 쓸어낼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특히 아이, 임산부, 노인에게 빗자루를 대는 것은 해롭고 무례한 행위로 여겨진다.
'복을 아끼는 문화'에서 나온 몸짓
이처럼 베트남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복(福)의 흐름을 소중히 여긴다. 복은 한 번 들어오면 지키고 간직해야 할 무엇이며, 우연히라도 그 복을 쓸어내거나 흘리는 행동은 삼가야 한다고 믿는다.
결국 이 빗자루 미신은 단지 ‘조심해!’라는 잔소리가 아니라, 삶을 아끼고, 운을 소중히 여기는 태도가 담긴 전통적인 몸짓이다.
낯설지만 닮아 있는 문화.
한국에서도 어릴 적 어머니가 “밤에 손톱 깎지 마라”, “밥에 젓가락 꽂지 마라”고 하셨던 기억이 있다.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 와서 보면, 그런 말들에도 삶을 소중히 여기는 감정과 조심성이 담겨 있었던 것 같다.
베트남의 빗자루 미신도 마찬가지다. 그 미신을 통해 우리는 복이라는 개념에 대한 사람들의 감각,
그리고 그것을 지켜내려는 세심한 생활 윤리를 엿볼 수 있는 듯 하다.
복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그걸 지키려는 마음은 어쩌면 가장 눈에 띄는 문화적 표현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