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병의 기원에서 한국 송편과의 다른 길까지
추석이 한 달 이상 남아있는데 벌써 거리에는 월병을 판매하는 임시 특설매장이 여러 군데 설치되어 있고, 마트나 유명 커피숍에는 선물용 월병 판매대가 설치되어 운영중이다.
베트남에서 추석은 공휴일도 아닌데도 그만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베트남에서는 추석을 "Trung Thu"라고 부르며, 특히 어린이들이 중심이 되는 축제이다. 한국이나 중국의 추석이 농경 사회의 수확을 기념하는 성격이 강한 것과 달리, 베트남에서는 가족과 아이들을 위한 축제로서의 성격이 더 두드러진다.
1. 베트남의 추석(Trung Thu)의 의미
베트남에서 Trung Thu는 "중추절"로, 음력 8월 15일이다. 베트남 사람들에게는 이 날이 특히 어린이를 축하하고, 가정이 함께하는 날로 여겨진다. 그래서 '제2의 어린이날'이라고 한다. 전통적으로는 추석이 가을의 달을 감상하며 풍요를 기원하는 날이었지만, 현재는 주로 어린이들이 주인공인 날로 인식되고 있다. 많은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달 모양의 등불을 선물하고, 길거리에서는 등불 퍼레이드가 열리며, 어린이들이 다양한 문화 공연과 놀이에 참여한다.
2. 특별한 행사와 일상에서의 변화
추석이 가까워지면 베트남의 많은 매장과 거리에서 화려한 등불 장식과 달 모양의 장식품을 볼 수 있다. 대형 쇼핑몰과 백화점도 추석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다양한 인테리어를 하고, 추석 테마의 상품들이 진열한다. 주로 등불, 문케이크(bánh Trung Thu), 그리고 전통 의상이 많이 팔리기도 한다.
• 등불 퍼레이드 : 베트남의 추석에서 가장 큰 특징은 어린이들이 참여하는 등불 퍼레이드이다. 다양한 색깔과 모양의 등불을 들고 행진하는 모습은 밤거리를 더욱 화려하게 만든다. 용이나 사자 모양의 전통 등불을 만드는 것도 전통적인 행사이다.
• 문케이크 : 베트남 추석의 대표적인 음식은 문케이크(월병)인데, 한국의 송편처럼 가족과 이웃에게 나누어 주며 추석을 축하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중국의 월병과는 다르게 베트남의 문케이크는 단맛이 덜하고 견과류, 연근, 녹두 등 다양한 재료로 만든 소를 사용한다.
• 문화 공연 : 추석 기간에는 공공장소에서 어린이들을 위한 전통 공연, 사자춤, 그리고 노래와 춤 경연대회가 많이 열린다. 특히, 사자춤 공연은 동네나 시장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 모습이다.
3. 일상과 다른 모습:
추석은 베트남에서 공휴일이 아니지만, 저녁 시간에는 가족 단위로 모여 축제를 즐기거나 야외에서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 도시의 주요 광장이나 공원에서는 추석을 기념하는 행사들이 열리기 때문에 거리는 평소보다 활기차고 사람들로 붐빈다. 회사나 학교에서도 아이들을 위한 선물을 주거나 작은 파티를 열기도 하고, 특히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좋은 추억을 남겨주기 위해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다.
4. 추석에 느껴지는 독특한 분위기:
베트남의 추석은 한국의 추석처럼 조상을 기리는 성격은 덜하지만, 대신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에 초점을 맞추고 아이들의 행복을 기원하는 명절이다. 그래서 매장이나 거리에서 보이는 화려한 등불과 문케이크, 그리고 길거리의 공연들 덕분에 명절 기간 동안 도시 곳곳이 환하고 활기찬 분위기를 띤다.
이런 베트남의 추석 풍경은 특히 아이들을 위한 명절이라는 점에서 독특하며, 가족 단위로 추석을 준비하고 즐기는 모습에서 따뜻함을 느낄 수 있다.
다음으로, 추석을 맞으며 중국과 베트남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문케이크(월병)의 위상과 현재 추이에 대해 설명하고자 한다.
사실, 문케이크(bánh Trung Thu)의 기원은 중국이다. 중국에서는 월병(月餅)이 중추절(中秋節)의 대표 음식으로, 송편처럼 달을 상징하며 가족과 이웃에게 나누어 먹는 전통이 오랫동안 이어져 왔다. 역사적으로는 원나라 시기 민중들이 월병 속에 비밀 쪽지를 넣어 봉기 소식을 전했다는 일화가 유명하다.
그만큼 월병은 단순한 간식이 아니라 공동체를 잇는 매개체이자 저항과 연대의 상징이 되기도 했다.
베트남은 중국의 영향을 받아 월병 문화를 받아들였지만, 현지 식재료와 입맛에 맞춰 변형했다. 그래서 견과류, 연근, 녹두, 두리안, 심지어 짭조름한 오리알 노른자까지 다양한 재료가 들어간 베트남식 문케이크가 탄생했다. 모양도 전통적인 둥근 형태 외에 네모난 문케이크가 일반적이다.
1. 베트남에서 문케이크의 의미
베트남에서 문케이크는 추석의 상징적인 음식으로, 가족과 이웃에게 나누어 주는 중요한 전통을 상징한다. 추석이 가족과의 유대감을 다지는 명절이기에 문케이크는 그런 유대의 상징으로, 단순한 간식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주로 부모님, 친척, 친구, 그리고 회사 동료들에게 문케이크를 선물하며 관계를 돈독히 하는 기회로 삼기도 한다.
전통적으로는 달의 모양을 본뜬 동그란 형태의 문케이크와 네모난 형태의 문케이크 두 종류가 있으며, 안에 들어가는 재료도 다양하여, 고소한 견과류나 팥, 연근 등 재료가 들어가며, 때로는 짭짤한 달걀노른자도 함께 사용되기도 한다.
2. 문케이크의 인기가 식은 이유
십 수년 전 직장에 추석이 되기 전 배달되어 온 월병들이 한가득 쌓여있는 것을 보고 놀라 했던 기억이 새롭다. 직원들이 나눠 3~4개씩을 가져갈 수 있는 정도의 수량이었다. 하지만 최근 10년 동안 베트남에서 문케이크의 인기는 점차 줄어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 이유는 몇 가지로 요약될 수 있겠다.
• 건강 트렌드의 변화: 전통 문케이크는 고열량의 재료들로 만들어져 상대적으로 건강에 좋지 않다는 인식이 퍼졌다. 특히, 젊은 세대 사이에서 건강을 중시하는 트렌드가 자리 잡으면서 전통적인 문케이크 대신 저칼로리, 저설탕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증가했다.
• 가격의 상승: 많은 고급 브랜드들이 문케이크를 선물용으로 판매하면서 가격이 높아졌다. 명절 때마다 고가의 문케이크 세트를 주고받는 문화는 경제적인 부담을 주기도 하였으며, 필수적인 선물로 여겨지지 않게 돼버린 듯하다. 특히 코로나 사태기간 동안 2번의 추석을 사회생활 없이 지내면서 선물로써의 역할이 자연스럽게 사라진 것도 한몫을 하고 있는 듯하다.
• 다양한 대체품의 등장: 현대화가 진행되면서 베트남 사람들의 입맛도 글로벌화되었다. 추석을 기념하는 음식으로 문케이크 대신 케이크, 디저트 등 다양한 대체품이 등장하면서 문케이크의 독점적인 인기가 감소하게 된 것이다. 특히 젊은 층은 전통 문케이크보다 서구식 디저트를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3. 현재의 인기 추이 :
베트남에서 문케이크는 여전히 추석의 중요한 상징이지만, 그 인기는 과거에 비해 확실히 줄어든 편이다. 많은 브랜드가 혁신적인 맛과 모양을 도입해 젊은 층을 겨냥하고 있지만, 전통적인 문케이크보다 더 가볍고 새로운 디저트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
하지만, 고급 호텔이나 베이커리에서는 여전히 문케이크를 고급 선물용으로 제작하며, 고가의 문케이크 세트는 여전히 상류층 사이에서 명절 선물로 인기가 있다. 특히 고급스러운 포장과 다양한 재료로 만든 문케이크 세트는 중요한 관계에 있어 좋은 선물로 여겨지기도 한다. 중국에서 금으로 포장된 월병이 나왔던 것처럼 고가의 월병 선물세트들이 베트남에서 판매되고 있다.
그 식은 인기는 월병을 파는 특설매장의 규모와 숫자에서도 느낄 수 있다. 불과 몇 년전만 해도 추석이 다가오면 한 달 전부터 길가에 월병을 파는 특설매장이 즐비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요즘은 그런 매장을 찾기가 쉽지 않다. 그만큼 수요가 줄어들어든 결과이리라.
4. 한편, 같은 유교권이고 농경사회를 주로 주축으로 생활하던 한국에서는, 왜 월병이 뿌리내리지 못했을까?
그 이유는 한국에 이미 송편이라는 전통 음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송편은 추석을 상징하는 대표 음식으로 자리 잡아, 명절마다 가족들이 직접 빚어 먹는 문화가 유지됐다.
입맛 차이도 있었다. 월병은 고칼로리·고당분·기름진 재료가 많아 한국 사람들의 입맛에는 다소 무겁게 느껴졌다. 반면 송편은 담백하고 쫄깃하며, 고소한 깨·콩·밤 소 등과 어울려 더 가볍게 즐길 수 있었다.
역사적 거리감도 있다. 한국은 중국과 달리 ‘월병을 통한 공동체적 저항 서사’를 경험하지 못했고, 조선 시대 이후 추석은 철저히 수확과 조상 제사 중심으로 발전했다. 따라서 월병은 굳이 필요하지 않은 음식으로 남게 된 것이다.
결국, 월병은 중국과 베트남에서는 추석의 상징적 디저트로 자리 잡았지만, 한국에서는 송편이라는 고유 음식 덕분에 크게 퍼지지 못한 것이다. 이 차이가 동아시아 각국의 추석 문화를 흥미롭게 갈라놓는다.
결론적으로, 문케이크는 여전히 베트남 추석의 상징이지만, 건강, 가격, 그리고 입맛 변화로 인해 과거에 비해 그 인기가 줄어들었으며,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새로운 디저트와 명절 음식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하기야 전에 집에 선물로 받아 놓은 월병이 몇 개월이 지나도 상하지 않는 것을 보곤 더 이상 먹지 않고 있는데 건강을 중시하는 베트남 사람들도 그것을 모를 리가 없을 것이다. 아마도 대체품으로 방부제 등이 들어가지 않은 유기농 베이커리나 수제 문케이크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도 그 이유 때문이 아닐까 한다.
어찌 되었건 '가족과 이웃에게 나누어 주는 중요한 전통을 상징하는 월병이 현재 상품으로의 인기는 식는다 하더라도 올해에는 본래의 의의를 살리면서 가족과 이웃들이 함께하는 이쁘고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