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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시민은 이제 무슨 낙으로 살지?

베트남은 이제 더이상의 공휴일이 없다.

by 한정호

베트남은 이제 공휴일도 더이상 없고, 무슨 낙으로 살까?


한 해의 절반이 지나고 나면 한국에서는 추석, 크리스마스, 연말연시 같은 공휴일이 기다리고 있다. 개천절도 있고, 한글날도 있다. 달력을 보며 '언제쯤 또 쉴까?'를 기대하는 게 작은 낙이 된다. 그런데 베트남은 다르다. 9월 2일 국경일(독립기념일)이 지나면, 그 이후엔 공식적인 공휴일이 더는 없다. 달력을 펼쳐보면 하반기 일정은 긴 직선처럼 이어져 있다.


그렇다고 베트남 사람들이 '무슨 낙으로 살까?' 하고 한숨만 쉬는 건 아니다.

우선, 추석 (중추절, Trung Thu)

베트남에서도 음력 8월 15일, 즉 중추절(Trung Thu)은 여전히 큰 의미가 있다. 공휴일은 아니지만 가족들이 모여 보름달을 보고, 아이들에게 등불을 쥐여주며 동네 거리를 함께 걷는다. 한국처럼 명절 스트레스 대신 아이 중심의 축제로 자리 잡아 있어서, 부모들은 이 날을 또 하나의 '가정의 날'로 삼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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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13_193903.jpg 추석은 제 2의 어린이 날, 온 가족이 많은 공연과 연등 행사들을 즐긴다


한 해의 마무리, 크리스마스. 종교와 상관없이 즐기는 축제

12월이 되면 거리 곳곳이 불빛으로 반짝인다. 가톨릭 신자가 많은 베트남에서 크리스마스는 종교의 경계를 넘어선 축제다. 젊은 연인들이 사진을 찍고, 가족들이 교회 앞에 모여 아이들에게 산타 모자를 씌워주며 기념사진을 남긴다. 공휴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 풍경은 한국의 연말만큼이나 화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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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kaoTalk_20241225_212056910_11.jpg 매장마다 맘껏 크리스마스 장식을 연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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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kaoTalk_20241129_213532903_03.jpg 푸미 한 성당의 대형 트리 장식


수시로, 그리고 스스로 만드는 ‘안식일’

베트남 사람들은 휴일이 적다는 걸 잘 알기에, 오히려 스스로 시간을 만들어낸다. 토요일 저녁이면 친척들이 모여 집 앞에 긴 식탁을 내어놓고 함께 식사를 한다. 노래방 기기를 마당에 펼쳐 놓고 동네가 울리도록 목청껏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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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kaoTalk_20240630_231522129_11.jpg 밤이 되면 길거리 카페이건 대형 커피숍이건 사람들로 분주하다
20250702_182511.jpg 저녁이면 가족들, 지인들끼리 밖에 테이블을 차리고 음식을 나눠어 먹는다

일요일 아침이면 가까운 절이나 성당을 찾아 마음을 다스린다. 어떤 이들은 근교 바닷가나 계곡으로 가족 나들이를 가며, 그 시간을 작은 '휴일'로 삼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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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10_073258.jpg 아침일찍 성당에서 혼자 기도를 드리며 하루를 시작하는 시민들

베트남 달력엔 9월 이후 공휴일이 없다. 하지만 사람들의 마음속엔 여전히 추석, 크리스마스, 주말마다 만들어내는 작은 쉼표들이 있다. 법으로 정해진 빨간 날은 없지만, 스스로 삶의 낙을 만들며 살아가는 모습이 베트남 사람들의 생활력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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