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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학생들의 학기와 방학

사계절의 한국과는 다른 리듬

by 한정호

아침에 아파트 창문을 통해 내려다보니, 학교 운동장에 아오자이를 입은 학생들이 모여 있었다. 스피커에서 울려 퍼지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오늘 무슨 특별한 날인가?’ 싶었다. 독립기념일은 이미 지난 지 사흘이나 되었는데 말이다.

매장에 앉아 있다보니 아오자이를 입은 학생들 둘이 들어온다. "오늘 무슨 특별한 날이예요? 왜 아오자이를 입고 있나요?"라고 물으니 “오늘 개학이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아, 이제서야 이해가 갔다.


문득 10여 년 전, 내 아이들이 베트남에서 학교를 다니던 기억이 떠올랐다. 하지만 그때와 지금은 또 다를 수 있기에, 다시 정리해 보고 싶어졌다.


1. 학년제와 학기 구조

베트남의 학년도는 9월 초에 시작해 다음 해 5월 말이나 6월 초에 끝나는 구조이다.

1학기 : 9월 초 ~ 12월 말 (혹은 1월 초까지)

2학기 : 1월 중순 ~ 5월 말

여름 방학이 6월부터 8월까지 길게 이어지니, 사실상 한 해의 리듬은 여름방학 중심이라고 볼 수 있다. 한국의 3월 시작과 달리 가을에 시작한다는 점이 흥미롭다.


2. 방학과 공휴일

여름방학 : 6월 ~ 8월 (가장 긴 방학, 약 3개월)

뗏(설) 연휴 : 음력 1월, 보통 1~2주간 학교 휴업

독립기념일(9월 2일), 국제아동날(6월 1일) 등에도 단기 휴무가 있지만 길지 않다.

결국 아이들의 가장 큰 휴식은 여름방학과 뗏 연휴에 집중된다. 특히 이 때는 가족이 고향으로 대거 이동하기 때문에, 그 자체가 교육 일정의 큰 분기점이 된다.


3. 한국과의 비교

한국은 학년이 3월에 시작해 겨울방학 후 다시 2학기를 마무리하는 ‘봄 중심제’이다. 반면 베트남은 가을에 시작해서 여름에 마무리 방식이니, 학사 연도의 출발선부터 다르다.

한국 : 3월 입학 → 여름·겨울 방학 → 다음 해 2월 졸업

베트남 : 9월 입학 → 뗏 휴무 → 다음 해 5월 종료, 6~8월 방학

이 차이 때문에 한국에서 전학 온 학생들이나, 반대로 베트남에 와서 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이 학기 전환기에 적응하는 데 꽤 혼란을 겪기도 한다.


4. 거리에서 만난 아오자이

다시 아침의 장면으로 돌아온다. 운동장에 모여 조회를 하는 아오자이 차림의 학생들. 그 모습은 단순한 ‘개학 풍경’이 아니라, 베트남 교육문화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듯하다. 아오자이는 단순한 교복이 아니라, 문화와 전통이 일상 속에 녹아 있는 상징이기도 하다. 한국의 교복과는 또 다른 의미로, 보는 이의 마음을 차분하게 만든다.


오늘 개학 조회를 바라보며, 베트남 아이들의 학기제와 방학 구조를 다시금 떠올릴 수 있었다. 그들의 시간표는 한국과 달리 여름을 중심에 두고 흘러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에서 아오자이를 입은 학생들이 운동장에서 일렬로 서 있는 모습은, 베트남만의 독특한 계절감과 문화적 리듬을 느끼게 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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