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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yMan Mar 04. 2020

우리 시대의 조커, 그 소회에 관하여.

part1. 히스 레저의 조커


조커라는 캐릭터에 대한 접근법은 다양하다. 행동의 이유, 심리에 대한 분석 등 여러 방식과 요인으로 회자된다. 자세히 캐릭터를 분석할 정도록 뛰어난 식견을 지니지 못했지만 어느 순간 호기심으로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수많은 다양함은 어디서 비롯되었을까를 고민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 시선을 좀 더 깊게 들여다보았을 때 단순한 영화 캐릭터의 감정 소비가 아니라는 데서 시작되어 인간 본성 자체의 '어느 한 부분'에 관한 소회로 귀결되었다. 

 

관람객들은 다크 나이트 조커를  캐릭터 자체가 주는 힘과 영화적 감흥으로 감정이입에 그치지 않았다. 거대한 사회 속 자그마한 하나의 객체가 어떻게 끝을 내달리는지에 대해 시종일관 지켜보게 되었으며 인간 마음의 기저에 잠식되어 있는 무정형의 어두운 의식 자체를 발견하게 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개인 스스로도 인간의 공격적이고 폭력적인 본성들이 숨김없이 스크린을 통해 분출되는 순간 알 수 없는 감정에 휩싸였음을 고백하는 바이기도 하다.


조커라는 캐릭터는 우리 안에 보여주고 싶지 않은 무정형의 의식, 어쩌면 프로이트가 이야기한 이드(id), 그 알 수 없는 '어느 한 부분' 자체를 러닝타임을 통해 파노라마처럼 보여주었다. 관객은 순간 그 어느 한 부분을 인지하게 되는데 바로 '광기'라는 이름으로 말이다. 


아래 글은 '광기'라는 단어에서 시작되어 조커(2019) 트레일러가 2019년 4월4일 공개되었을 때 개인 인스타그램에 작성했던 글이다. 너무나도 애정 하는 히스 레저의 조커라는 캐릭터를 보내고 새로운 호아킨 피닉스의 조커를 통해 또 다른 인간 군상 모습을 마주 할 설렘으로 적은 짤막한 메모리얼임을 알린다. 




조커의 본질은 표면적으로 보이는 광기가 아니다. 상피 조직을 들어냈을 때 그 안에 존재하는 광기의 핵이 조커의 웃음에 당위성을 가져다준다.


광기의 핵은 어쩌면 본능이고 직관적이다. 히스 레저의 조커는 고담시를 가로지르는 물줄기에 올려진 각각의 페리선을 가지고 관객에게 질문을 시작한다. 시민과 범죄자들이 서로의 배를 폭파시킬 수 있는 기폭장치를 가지고 있을 때 정의라고 통용하는 ‘실체 없는 정의’가 여러 상황에 의해서 뒤집혀 버리고, 부서지며 그것이 사실은 철저한 공리주의적 가치이며 자기 이익을 위한 계산적인 이기주의적 행동이라는 것을 인식한다. 관객은 어느 순간 조커라는 빌런이 러닝타임 내내 터뜨리는 사건사고의 행위를 보며 스스로 구워삶으며 질문에 대답하려 하는데 이런 관객의 ‘자기 설득’의 순간, 스크린 속 조커의 “why so serious?" 대사는 더 서슬 퍼렇게 다가온다.



가식과 작위로 넘쳐나는 세상에 조커는 빌런보다는 질의자에 가깝다. 네가 생각하는 정의가 진짜 정의냐고.


호아킨 피닉스의 ‘조커’ 포스터와 트레일러가 공개되었다. 보는 내내 아름답다는 말 이상의 무언가가 필요하다고 느꼈지만 아직은 쓰고 싶지 않다. 영화는 일단 보고 나야 할 말이 생기니까. 하지만 벌써 개봉일 이 기다려지는 건 어쩔 수 없다.


10월은 아직 멀었고 4월은 이제 막 시작했다. 



소개글을 바꿔야 할 때가 온 것 같습니다. FD로 서울을 올라온 지 벌써 한 해가 넘어갔고 어느새 부끄럽지만 ‘에디터’라는 직함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사실 가졌다고 표현하기보단 어쩌다 이 도시에 순응해 살아가다 보니 이제 막 ‘에디터’라는 지점에서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된 것 같습니다. 아직도 어색합니다. 게으르지만 꾸준히 쓰겠다는 초반의 포부와 달리 ‘게으름’만 남았네요. 이런 게으름을 한 명의 누군가라도 보고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약소하게나마 드렸다면 그 마저도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계속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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