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ayMan May 18. 2020

우리 시대의 조커, 그 소회에 관하여

Part2. 호아킨 피닉스의 조커

10월이 어느새 시작되었고 조커는 개봉했다. 4월 4일 조커 트레일러를 보고 썼던 글은 과거로, 영화를 본 지금 호아킨 피닉스의 핏기 없는 맨얼굴, 그리고 말보로를 태우는 연기와 함께 페이드 아웃되던 웃음소리가 맴돈다.

123분의 러닝타임. 한동안 일어날 수 없었다. 짧지도 길지도 않은 시간. 다리가 저리지 않을 편안한 시트의 좌석이었는데. 사회적으로 타살된 한 인간의 내면, 그리고 그 속에 피어난 광기와 악은 그렇게 극장을 찾은 한 인간을 짓누르는 형용할 수 없는 무기력감을 만들어 냈다. 


조커는 스킵 없이 다큐멘터리 적으로 한 인간의 내면 타살 현장을 서슴없이 보여주었다. 필자 스스로의 도덕관 또한 아서가 작은 친구의 이마에 입맞춤하던 그 순간 무너졌으며 분장을 하고 계단을 내려갈 때 쾌감에 휩싸였다. 가파르고 높이만 보였던 계단이 누군가의 리뷰 한 줄 평 처럼 내려올 땐 이처럼 빠르고 즐겁다니. 이전 이분법으로 나누어 보던 선과 악. 정의와 불의라는 가치가 각도에 따라 보이는 게 바뀌는 렌티큘러와 같음을 고백한다.



이 사회에 대해 아무런 거리낌이 없다면 이번 ‘조커’는 그 폐부에 망치를 내려찍는 충격을 선사할 것이다. 물론 코믹스 기반으로, 영화의 포퓰리즘적인 사회 풍자가 거북하게 느껴질 수 있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그 포퓰리즘적 사회 풍자에 올려진 이 유해한 캐릭터가 선사하는 질문들은 영화관을 나오는 우리들의 머리를 헤집기엔 조커의 분장만큼 완벽했다.

히어로가 고군분투하며 이야기하는 정의보다 조커의 서슬 퍼런 광기와 행해지는 상황들이 우리를 흔들어 놓는 이유는 어쩌면 지금의 이 미친 세상에 놓인 인간들의 군상이랑 더 가깝기 때문은 아닐까.



해당 글은 조커 개봉 후 2019년 10월 19일 개인 인스타그램에 작성했던 작은 글을 리라이팅 했습니다. 

조커 시리지는 총 2편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아래 링크에서 이전 Part1 글을 보실 수 있습니다.


우리 시대의 조커, 그 소회에 관하여. Part1. 히스레저의 조커


작가의 이전글 우리 시대의 조커, 그 소회에 관하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