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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로이데 전주현 Nov 30. 2020

93. 일도 사랑(여행)도 런던에서 하려고요

"Work+ Vacation = Work-ation" 런던 여행 (1)

17.07.07 목요일


숙소 거실의 한편에 마련된 탁자는 무려 신발을 신고 있다!

빨간 2층 버스를 보고서야 실감했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도시, 런던에 왔구나!'하고. 서라운드 사운드가 영어라는 것 하나만으로 귀가 뻥 하고서 뚫리는 느낌이다. 영어를 완벽하게 구사하진 못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국어들 중에서는 그나마 가장 편한 언어가 아닌가. 영어가 이토록 반가울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뤼벤대 2학기의 성적 발표일을 하루 앞둔 오늘부터 나는 런던에서 일주일을 보낼 예정이다. 일(공부)과 여행을 함께 하는 일정을 계획해 두었다. 굳이 여행지까지 와서 일(공부)을 하려는 이유는 단순하다. 여행도 하고 싶은데 할 일도 남아 있다. 때문에 하루 24시간 중 집중할 수 있는 시간에만 바짝 집중하고 그렇지 않은 때에는 귀국 전의 유럽을 즐기는 시간을 갖자는 마음이었다.



중심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Airbnb 숙소를 잡아두었다. 영국 가정집 특유의 정원 문화와 벽난로 거실 문화를 참 예쁘게도 담고 있는 숙소였고, 내 방은 2층에 위치해 있었다. Sainsbury에서 장을 봐서 남의 집 냉장고에 식재료를 넣어두니 괜히 기분이 이상하다(여기다 둬도 되는 거겠지?).


이번 런던 여행이 조금 더 특별한 이유는 일주일의 절반은 나 혼자, 나머지 절반은 한국에서 유럽으로 날아오는 부모님과 함께 하기 때문이다. 젊은 시절의 엄마는 아빠를 만나기 전에 홀로 런던 여행을 계획 중이었는데, 우연히 은사님으로부터 아빠를 소개받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선 엄마는 결혼 준비를 하느라 런던행 비행기에 오르질 못했다. 그러니까 이번에 엄마가 런던에 오게 되면, 젊은 날 사랑에 빠져 가정을 꾸리느라 놓쳐 버린 런던 여행을 가정을 꾸리고 나서 딸과 남편과 함께 하게 되는 셈이다. 분명 당시에 엄마 혼자서 런던을 방문했더라도 좋았을 테지만, 뒤늦게 가족들과 함께 런던을 즐길 엄마의 여행기가 더 기대되는 걸 왜일까.





To. Readers

우리에게(uns, [운스]):  나는 무엇 때문에 이토록 런던을 사랑하게 되었는가. 아무래도 런던이 지닌 이야기의 힘이 큰 것 같다. 해리포터 시리즈와 함께 성장해 왔고(나는 포터 키드다), BBC 단편 드라마들 중 소설 원작의 드라마들을 즐겨 보았고(제인 오스틴의 소설들을 유독 좋아한다), 셰익스피어의 말장난을 좋아하며 로맨틱한 영화의 배경으로 등장하는 런던의 분위기에 곧잘 빠지고, 각양각색의 로컬 서점을 구비한 런던의 골목들을 사랑해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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