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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로이데 전주현 Nov 29. 2020

92. 달팽이 요리말고 빵이요!

논문학기 도중에 E와 함께한 종강 기념 파리 여행 (2)

17.07.04 화요일


어제보다 조금 더 부지런히 움직였던 하루다. 하지만 여행지에서의 여유로움은 잊지 않으려고 부단히 노력했다. 오전은 각자 보내고선 점심시간 때 다시 만나기로 했다. 아무래도 E는 이번이 첫 파리 여행일 테니 다섯 번째로 파리를 방문하는 나와는 보고 싶은 것들이 다를 거라 생각했고, 각자의 여행을 즐기다가 다시 만나 혼자만의 시간에 있었던 일을 나누는 것도 재미있어 보였기 때문이랄까. 


나의 오전 일정은 소르본대에서 커피를 마시고 (국내에서 구하기 힘든) 프랑스어 교재들을 구매하고서 어린 왕자 공식 기념품 샵에 들리는 것이었고, 그 시작은 호스텔 근처의 에스까르고 빵 맛집을 찾는 것이었다. 'Du Pain et des Idees(빵과 아이디어들 혹은 빵으로 된 아이디어들)'이라는 이름의 빵집은 파리에서 여행 에디터 생활을 하며 지내시는 진주 선생님을 통해 알게 된 곳이었다. 


에스꺄르고(escargot)는 원래 '(프랑스식) 달팽이 (요리)'를 지칭하는 이름이지만 내가 아침부터 줄을 서서 먹은 이 빵은 크리스피 한 식감을 자랑하는 빵으로 달팽이의 집처럼 돌돌 말려있는 걸 특징으로 한다. 역시나 에스꺄르고 빵 전문 빵집답게 다양한 종류의 에스꺄르고가 진열되어 있었는데, 그중에서 피스타치오 에스꺄르고를 주문하고 가게를 나오면서 거리에서 곧바로 빵을 맛있게 뜯었다(?).


소르본대 쪽으로 가기 위해 les Halles 메트로 역으로 향했는데, 프랑스어권의 교보문고 fnac이 보이길래 잠깐 들어가 보았다. 지난 4월 airbnb 호스트였던 무리엘 할머니께서 초보자도 쉽게 읽을 수 있는 프랑스 시집을 추천해주셨던 게 생각났고, Jacque Prevent의 Paroles이라는 시집을 한 권 사서 나왔다. 뤼벤에도 있는 fnac이지만 파리에서 산다면 좀 더 의미부여를 할 수 있을 듯하여 가방에 책 한 권을 더 들였다. 


한국에서는 구하기 어려운 프랑스어 학습 교재는 노트르담 성당 근처의 시테 메트로 역 주변의 서점에서 구입할 예정이었다. 외국어 학습 교재는 한 데 모아두었다고 하기에 기대감을 잔뜩 품고 간 서점의 이름은 Gilbert Jeune으로 파리에 지점들을 몇 개 두고 있는 서점이었다. 예상한 대로 너무나 좋은 교재들이 많아서 계획했던 것보다 2권은 더 사서 나왔다. 불어불문학과 친구가 적어준 추천 리스트를 다 살펴보니 사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정말. 


대학가 근처로 걸은 나는 Malonge 카페에서 라테 한잔을 주문하고선 여름 방학 도중에 있는 재시험 공부를 위해 한 시간 정도를 할애했다. 카페에서 과제를 한답시고 앉아 있으니 여기가 파리인지 서울인지 금세 잊어버린 느낌이었다. 목표했던 공부량을 채우고서 마지막으로 향한 곳은 어린 왕자 공식 기념품 샵이었는데, 생각보다 규모는 작았으니 오로지 어린 왕자의 물건들만을 모아놓은 가게에 발을 들여놓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졌다. 


E와는 점심시간에 재회했다. 파리에서 교환학생을 했던 친구가 강력 추천했던 Eggs&Co.라는 이름의 브런치 집으로 향했는데, 아기자기한 복층 구조에 알찬 브런치 메뉴 구성을 선보이던 곳에서 E의 루브르 박물관 탐방기와 나의 에스꺄르고 빵집 탐방기 이야기가 이어졌다. 식사 이후에는 몽마르트르 언덕을 올라 파리를 내려다보면서 기차 출발 시간까지 빈둥거리기로 작정했다. 


이것으로 2017년도의 파리는 오늘이 마지막이겠지...
뤼벤에서 알게 된 E와 함께 파리를 찾을 수 있었음을,
앞으로는 추억하는 일만 남은 거겠지...







To. Readers

우리에게(uns, [운스]): 몽마르트르 언덕에서 메트로 역으로 내려가던 중, 우연히 '사랑해 벽'으로 알려진 포토 스폿을 발견했다. 사랑의 도시 파리라는 이미지를 대변이라도 하듯 파란 벽면에는 전 세계 언어로 '사랑해'라는 문장이 적혀 있었다. 유독 한국어가 많이 보였는데, 파리를 많이 찾는 한국 관광객들을 의식한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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