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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로이데 전주현 Nov 28. 2020

91. 파리가 처음인 마케도니아 친구와 함께냐옹

논문학기 도중에 E와 함께한 종강 기념 파리 여행 (1)

17.07.03 월요일


4월의 파리가 마지막일 줄 알았지만 결국 다시 찾았다. 이번 파리 여행에 폴란드 여행을 함께 했던 영화 메이트 E와 논문을 마무리하기 전에 1년 석사 프로그램의 종강을 기념하자는 의미를 담았다. 이제 막 불어 초급반을 수료한 나와 불어를 이전에 공부하고선 잠깐 잊고 지냈던 E와 함께 하는 파리 여행은 그야말로 '억지로 불어 쓰기'를 테마로 잡고 있었다. 다큐가 되든 개그가 되든, 한번 불어로 시작한 대화는 불어로 끝내보자고 서로 룰을 정했다.


이번 파리행 역시 지난 ESSEC 계절학기 때와 마찬가지로 IZY 기차에 탑승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내게는 다섯 번째 파리였지만 유럽에 사는 E에게는 난생처음 방문하는 파리라고 했다. 어느 한 사람의 첫 번째 순간을 함께 할 수 있다니, 은근 감동이었다.


(치안이 좋지 않기로 유명한) 파리 북역 근처의 Generator라는 이름의 호스텔이 우리들의 숙소였다. 여행지에서는 재빨리 숙소에 도착하는 것이 가장 먼저 할 일이 아닌가. 기차에서 내리자마자 신속하게 메트로를 타고서 호스텔에 도착, 짐을 놔두고선 곧바로 오페라 가르니에로 향했다. 싼 값에 예매한 숙소라 그런지 서비스나 위치가 참 애매했기에 발빠르게 움직여야 했다.


우리들의 첫 목적지는 파리 오페라 극장의 대표주자인 오페라 가르니에였다. 루브르 박물관과 튈르리 정원 근처에 위치한 오페라 지구는 관광객들이 많이 다녀 치안이 괜찮아 보이지사실은 그다지 치안이 좋지 않은 곳이다. 가방끈 조심하며 도착한 오페라 가르니에 메트로 역에서 바깥 출구로 나오자마자 따가운 여름 햇살이 우리를 반겼다.


극장을 마주하니 지난봄 계절학기 때 ESSEC에서 배웠던 오페라 산업의 경영 전략이 떠올랐다. Stoyan 교수님께선 지극히 귀족들의 전유물이던 오페라 극장이 이제는 모두를 위한 극장으로 변모하기 위해 갖은 시도를 이어오고 있다고 했다. 끊임없이 대중 친화적인 발레 공연(이를테면 호두까기 인형이나 백조의 호수처럼 모두에게 익숙한 작품들)을 기획하여 '프랑스 발레'와 '프랑스 오페라 극장'을 둘러싼 명성과 환상을 이어가고 싶어 한다고 했다. 게다가 <오페라의 유령> 속 배경이 된 극장이 바로 이 오페라 가르니에인 만큼 극적이고 낭만적인 오페라 극장의 이미지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 기념품 제작과 포스터 제작 또한 심혈을 기울인다고 했다.


다섯 번째 파리였지만 오페라 극장 안을 들어가 보는 건 나 또한 처음이었던지라 눈을 초롱초롱하게 뜨고서 극장 안을 누볐다. 맘에 드는 발레 공연이라도 관람하면서 극장 구경을 했더라면 더 좋았겠지만 안타깝게도 프로그램 일정과 맞지 않아 관광 표만을 구해서 들어온 극장 내부였다. 극장 천장을 뒤덮은 샤갈의 환상적인 그림이 화려한 내부 분위기와 딱 어울렸다.





혹시 극장에서 공연 설치를 엿보는 팬텀을 만날까 박스석을 한참 동안 살펴보기도 했다. 하지만 팬텀은 없었다. E와 나는 '우리는 크리스틴이 아닌가 보다'하면서 오랑주리 미술관으로 걸었다.


이전에도 방문한 적이 있는 오랑주리 미술관은 모네의 수련 작품들(그것도 큰 작품들!)을 자연광이 들어오는 전시장에서 감상할 수 있고 미술계의 아이돌과도 같은 인상주의 화가들의 작품들을 여럿 감상할 수 있어 개인적으로 애정 하는 곳이다.


야외에서 그림을 즐겨 그렸던 모네의 작업 환경과 최대한 비슷한 채광의 전시실을 재현해보려고 애쓴 미술관이다 보니, 햇빛이 쨍한 오늘 같은 날이 모네의 수련을 보기 더 좋은 날이 아닐까 기대하는 마음이 커졌다. 그런데 (물론 모네의 수련은 여전히 이뻤다, 오늘도 이뻤고) 정작 눈에 들어왔던 건 세잔의 사과 정물화와 르누아르의 눈 풍경화였다. 사과 하나로 세상을 놀라게 할 거라는 세잔의 기지에 절로 웃음이 지어졌다.


파리는 언제나 내게 사랑스럽다. 이토록!







To. Readers

우리에게(uns, [운스]):  오랑주리 미술관에서 영감을 잔뜩 받고 나온 E와 나는 논문을 어떻게 마무리하고 있는지를 나누면서 바스티유 역의 Industrie 카페에서 오늘의 요리(plat du jour)로 소개되어 있는 프랑스식 양고기 스튜 요리와 레드 와인 한 잔을 14 유로에 주문했다. 맞은 편의 고양이 카페가 (이번에도 또) 휴점일이라 창밖을 내다보는 고양이들과 눈만 뻐끔뻐끔(?) 맞추면서 그렇게 파리에서의 첫 날을 마무리했다. 물론, 노트르담 성당까지 밤 산책을 감행한 이후에. ;)




파리지엥 고양이들을 쓰다듬을 수는 없었으나 - 가성비 좋은 식사 한 끼와 - 고양이 탈을 쓴 E와 내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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