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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로이데 전주현 Nov 27. 2020

90. Viva Milano!

논문학기 도중에 A와 함께 한 밀라노 여행(4)

17.06.30 금요일(계속)



나빌레오 운하에서 산책 후 점심을 즐겼던 A와 나는 스포르체스코 성 쪽으로 산책을 갔다가(박물관 관람은 스킵하고서 성 주변의 공원 위주로 계속 걸었다) 이내 밀라노 시내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중앙역에 맡겨두고 온 캐리어를 찾아서 공항으로 향하는 일정만이 남은 것이다. 그런데 시내에서 유독 나의 눈길을 사로잡은 상점이 있었고, 여행의 막바지에 나는 잠깐 A에게 양해를 구하고 상점으로 들어가 고심하여 생애 첫 '그것'을 샀다. 그 이후부터 나는 일기를 매번 그 브랜드의 제품에 쓰기 시작했다(촘촘한 줄 간격과 딱딱한 가죽 표지를 포기할 수 없달까?!)


밀라노에 오기 전 나의 최애 라디오 프로그램 <푸른밤 이동진입니다>에서 밀라노 힙스터에 관한 이야기가 오간 적이 있었다(아마도 김중혁 작가님이 들고 오셨던 이야깃거리였던 걸로 기억한다). 여행은 푸른밤의 단골 소재다. 패널로 등장하는 보그 편집장의 김나랑 에디터 말고도 늘 창의적이고 재치 있는 아이디어와 글감을 들고 오시는 김중혁 작가와 DJ인 이동진 평론가 간에는 종종 여행 토크가 이루어지곤 한다. 세 분이서 함께 이야기를 나눈 게 방송된 적은 없지만 아마 세 분 모두 꽤나 숙련된 여행가이니 함께 나누는 여행 토크가 참 풍부할 것만 같다(오늘 점심때 먹었던 해산물 파스타의 국물처럼!).


여하튼, 당시 라디오를 통해서 나는 '노트와 다이어리계의 명품' 혹은 '예술가들이 사랑한 노트'로 알려진 몰스킨이 지금은 이탈리아 밀라노에서만 2006년부터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이전에는 프랑스제 몰스킨도 있었으나, 이제는 더 이상 생산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 때문이었다, 거리와 기차역에서도 몰스킨 상점이 자주 눈에 띄게 된 것은! 국내에 잘 들어와 있지도 않은 리미티드 에디션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아무튼, 문구>라는 책의 저자가 자기 자신을 '문구인'으로 소개했듯이, 나 또한 오랫동안 문구인을 자처하고 있지 않은가. 다른 사람들이 밀라노에서 명품백과 옷을 사 간다 하더라도, 문구인인 나는 몰스킨 하나 사는 걸로 충분했다.













To. Readers 우리에게(uns, [운스]): 독일어로 Heimweh라는 단어가 있다. 단순히 번역하자면 향수병이라고 할 수 있겠으나, 사실 이 단어가 지닌 의미는 훨씬 더 넓게 적용이 가능하다. '고향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어떤 특정 장소를 그리워하고 그곳으로 가고 싶은 마음'까지도 Heimweh로 표현이 가능하다. 코로나로 해외여행이 불가능해지게 됨에 따라 Heimweh 앓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리곤 할 때, 들춰볼 사진앨범이 있다는 건 큰 위안이자 선물이다. 밀라노 여행에서의 미공개 순간들을 아래 쭉 나열해 본다.
다음번에는 아빠를 위한 나비넥타이 하나 정도는 사오고 싶다(우).
밀라노에는 분홍색 트렘이 산다(좌).
나의 첫 몰스킨이 바로 저기에(우)!
식당 이름을 짓는 게 귀찮았던 걸까. 파파 프란치스코(우).
이탈리아 국기 색으로 장식된 커피 제조기(이름이 뭐더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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