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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로이데 전주현 Dec 11. 2020

에필로그: 졸업

#컨셉진100일글쓰기첼린지 - '와플의 나라에서 유럽연합을 배우다'

To. Readers 


우리에게(uns, [운스]): 2020.12.10 목요일


기왕이면 즐겁고 나를 성장시킬 수 있는 습관 하나쯤은 2020에 들이고 싶었는데, 그중 하나로 (글쓰기에 진심인 만큼) 매일 단 30분이라도 따로 시간을 떼어놓고 글을 쓰는 것을 택했다.

긴 호흡의 이야기를 기획하기에 앞서, 지난 나의 기록(2016-17년도 뤼벤대 유학 생활)을 되돌아보면서 잊고 지냈던 영감의 순간들과 학생 시절의 초심에 심폐소생술을 해보고 싶었다(일종의 예열 작업으로?!). 그리고 매거진 컨셉진의 멋진 기획 덕분에 '100일간의 글쓰기 챌린지'에 도전하게 되었다.

밴드를 통해 매일 미션을 인증하면 자그마한 금색 배지가 수여되었다(은근히 받을 때마다 기분이 좋다  이거). 그리고 미션 인증의 마지막 날이었던 오늘은 특별히 황금색 트로피와 함께 축포가 터졌다(100%로 챌린지를 달성했다 올레!!!).



축포는 지난 102편의 글(첫날엔 연습 삼아 세 편의 글을 썼기에)에 마침표를 찍어주었다. 결승선을 지나고서야 들리기 시작하는 환호성과 포옹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축포는 또 다른 백지로 나를 데려가 주는 출발 신호탄 역할을 했다(정말이지, 배움이 그러하듯 쓰기에도 끝이 없다!!!).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그리고 이번 챌린지를 계기로 글쓰기 습관의 폭과 깊이를 좀 더 상향 조정해 볼 수 있을지. 2021을 계획하는 요즘, 내게 꼭 필요한 경험이었다.




17.10.20 금요일


쌍무지개를 본 후 귀국. 그러고 나서도 약 1달의 시간이 지난 다음. 

나는 드디어 뤼벤에서의 1년 유학 생활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게 되었다. 


난생처음 FedEx를 받아 보았다. 셰익스피어 글로브에서 Yard석에서 관람했던 <로미오와 줄리엣>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현대적으로 각색을 했던 연극이었기에 로미오가 줄리엣이 죽었다는 비보를 전달받는 장면에서 로미오는 FedEx를 받아들며 괴로워했다. 과연 나의 손에 들린 이 FedEx도 그때 그 연극에서처럼 비보일 것인가. 


학위증은  꼼꼼히 포장되어 있었고, 봉투 안에는 성적표를 비롯한 여러 서류들로 가득 차 있었다. 영어 서류와 네덜란드어 서류가 같이 들어가 있어  복닥복닥, 꽤나 어수선하기도 했다. 그간의 걱정이 무색하도록 다행히 나는 재시험 성적도, 석사 논문도 모두 합격점으로 통과했고 하늘색 배경의 학위증 하나를 손에 들 수 있게 되었다. 


유리 액자나 상장 파일에 학위증을 넣어 보기 좋게  전시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그 수많은 서류들을 다시 고이 파일에 넣고, FedEx 봉투에 넣어 책장에 고이 꽂아 두었다. 번쩍번쩍한 액자보다는 FedEx에 담겨 온 졸업 서류를 그대로 간직하는 게 좀 더 멋져 보였다. 그렇게 하면 왠지 모를 긴장감, 기분 좋은 긴장감으로 유학 생활에 마침표를 찍은 오늘의 상황을 좀 더 오래 간직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한 장면을 뒤엎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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