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셉진100일글쓰기첼린지 - '와플의 나라에서 유럽연합을 배우다'
To. Readers
우리에게(uns, [운스]): 2020.12.10 목요일
기왕이면 즐겁고 나를 성장시킬 수 있는 습관 하나쯤은 2020에 들이고 싶었는데, 그중 하나로 (글쓰기에 진심인 만큼) 매일 단 30분이라도 따로 시간을 떼어놓고 글을 쓰는 것을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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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호흡의 이야기를 기획하기에 앞서, 지난 나의 기록(2016-17년도 뤼벤대 유학 생활)을 되돌아보면서 잊고 지냈던 영감의 순간들과 학생 시절의 초심에 심폐소생술을 해보고 싶었다(일종의 예열 작업으로?!). 그리고 매거진 컨셉진의 멋진 기획 덕분에 '100일간의 글쓰기 챌린지'에 도전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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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를 통해 매일 미션을 인증하면 자그마한 금색 배지가 수여되었다(은근히 받을 때마다 기분이 좋다 이거). 그리고 미션 인증의 마지막 날이었던 오늘은 특별히 황금색 트로피와 함께 축포가 터졌다(100%로 챌린지를 달성했다 올레!!!).
축포는 지난 102편의 글(첫날엔 연습 삼아 세 편의 글을 썼기에)에 마침표를 찍어주었다. 결승선을 지나고서야 들리기 시작하는 환호성과 포옹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축포는 또 다른 백지로 나를 데려가 주는 출발 신호탄 역할을 했다(정말이지, 배움이 그러하듯 쓰기에도 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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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그리고 이번 챌린지를 계기로 글쓰기 습관의 폭과 깊이를 좀 더 상향 조정해 볼 수 있을지. 2021을 계획하는 요즘, 내게 꼭 필요한 경험이었다.
17.10.20 금요일
쌍무지개를 본 후 귀국. 그러고 나서도 약 1달의 시간이 지난 다음.
나는 드디어 뤼벤에서의 1년 유학 생활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게 되었다.
난생처음 FedEx를 받아 보았다. 셰익스피어 글로브에서 Yard석에서 관람했던 <로미오와 줄리엣>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현대적으로 각색을 했던 연극이었기에 로미오가 줄리엣이 죽었다는 비보를 전달받는 장면에서 로미오는 FedEx를 받아들며 괴로워했다. 과연 나의 손에 들린 이 FedEx도 그때 그 연극에서처럼 비보일 것인가.
학위증은 꼼꼼히 포장되어 있었고, 봉투 안에는 성적표를 비롯한 여러 서류들로 가득 차 있었다. 영어 서류와 네덜란드어 서류가 같이 들어가 있어 복닥복닥, 꽤나 어수선하기도 했다. 그간의 걱정이 무색하도록 다행히 나는 재시험 성적도, 석사 논문도 모두 합격점으로 통과했고 하늘색 배경의 학위증 하나를 손에 들 수 있게 되었다.
유리 액자나 상장 파일에 학위증을 넣어 보기 좋게 전시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그 수많은 서류들을 다시 고이 파일에 넣고, FedEx 봉투에 넣어 책장에 고이 꽂아 두었다. 번쩍번쩍한 액자보다는 FedEx에 담겨 온 졸업 서류를 그대로 간직하는 게 좀 더 멋져 보였다. 그렇게 하면 왠지 모를 긴장감, 기분 좋은 긴장감으로 유학 생활에 마침표를 찍은 오늘의 상황을 좀 더 오래 간직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한 장면을 뒤엎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